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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짓고도 1년째 입주불가"…인천 새 아파트 앞 텐트촌으로 전락한 속사정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5.01.15 07:30

서민 피눈물 남긴 송영길의 ‘누구나 집’
민간임대 협동조합, 제2의 지주택 전락

[땅집고] 13일 찾은 인천 중구 영종도 미단시티에 있는 한 아파트. 출입구는 차로 막혀있고 단지 앞에는 텐트가 줄줄이 설치돼 그야말로 텐트촌이 됐습니다. 이 아파트는 분양 전환 민간 임대주택인 ‘누구나집’입니다. 11개 동 1096가구 규모로 2021년 착공해 2023년 10월 준공됐습니다. 시행사 부도에 이어 시공사의 유치권 행사로 입주예정자들은 1년 넘게 아파트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입주 예정자 이모씨는 “이 집으로 이사오려 했으나 입주도 못 하고 전에 살던 전셋집은 계약기간이 끝났다”고 전했는데요.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지 6개월이 지났고, 본인만 이 아파트 인근 방 1칸짜리 주택에 살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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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인천 중구 영종도 미단시티 '누구나집' 민간임대 아파트. 준공 직후 시행사 부도와 시공사 유치권 행사로 입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단지 앞에 텐트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강태민 기자



'누구나집'은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인천시장 재직 시절 제안한 주택 정책입니다. 무주택자인 개인이 협동조합에 가입하고 최초 분양가의 10%를 낸 이후 10년 임대차 기간이 끝나면 최초 공급가로 분양받는 방식입니다. 3억5000만원으로 책정된 분양가의 10%인 3500만원만 내면 입주할 수 있었던 건데요. 2017년 분양을 시작해 3년에 걸쳐 완판됐습니다. 분양 당시 저렴한 가격으로 10년간 거주할 수 있고 시세차익은 고스란히 조합원이 가져갈 수 있다고 홍보해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사회적협동조합 가입자는 의무 임대 기간 종료 후 분양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지만, 사업 추진 권한이 있는 건 아닙니다. 협동조합이 있지만 사업 주체는 시행사이기 때문입니다.

시행사는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다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2800억원을 갚지 못해 2023년 12월 부도가 났습니다.

아파트는 공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는데요. 입주예정자들로 구성된 조합은 추가 분담금을 걷어 PF 대주단에 지연 이자 약 100억원을 지급하고 지난해 7월 시행사 자격을 얻었습니다.

[땅집고] '누구나집' 사업 개요. 확정 분양가 10%를 내면 10년간 임대가 가능하고 임대 기간이 종료하면 10년 후 최초 분양가로 분양 받는 방식이다./그래픽=이해석



큰 위기를 넘기는 듯했지만 이번에는 시공사가 전 시행사로부터 공사대금 수백억 원을 받지 못했다며 작년 8월부터 유치권 행사에 나섰습니다. 결국 아파트가 준공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그 누구도 입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입주예정자들은 입주 지연 장기화로 거처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피해자가 늘고 있다며 유치권 행사를 멈춰달라고 요구 중입니다. 공사비 규모, 상환 방법 등을 두고 시공사와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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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는 지난해 11월 미수채권 회수를 위한 검토안을 시행사 자격을 획득한 조합에 보냈습니다. 잔여 공사비와 지연이자 등을 포함해 789억원을 받아야 한다며 가구당 추가로 3100만원을 분담하라고 제시했습니다.

올해 1월까지 추가 분담금을 통해 379억원을 우선 갚으면 유치권 행사는 중단하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나머지 미지급금은 임대공급 보증금과 상가 담보 대출 등으로 올해 말까지 상환하라고 전달했습니다. 시공사도 밀린 공사비를 제때 받지 못해 피해가 크다는 입장입니다.

[땅집고] 유치권을 행사 중인 시공사는 지난해 11월 조합 측에 미수채권회수를 위한 검토안을 전달했다./그래픽=이해석



조합 측은 미수채권 규모와 입주예정자들이 내야 할 추가 분담금이 과하다는 주장입니다. 조합은 PF 대출금 이자 비용으로 매달 15억원씩 내면서 현재 200억원을 넘게 지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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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권 행사가 길어지면서 관련 행정 절차도 멈췄습니다. 임대주택 입주를 위해서는 인천 중구에 '민간임대주택 공급 신고'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데 조합 측은 제출해야 하는 서류 중 하나인 임대보증금 보증 계약서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발급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국에서 토지 매입이나, 지자체 인허가 승인 절차를 밟지 않은 사업 추진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는 민간임대 사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요. 서울 등 수도권 물론 충남 천안과 세종, 강원 춘천과 대구, 경남 창원 등 전국이 시끄럽습니다.

지난해 대구에서는 협동조합 민간 임대 사기가 벌어졌는데요. 시행사 대표가 출자금 124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민간 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할 때 흔히 'HUG(주택도시보증공사)임대보증금 보험에 따라 가입비가 안전히 관리된다'는 식으로 홍보를 하지만HUG의 보험과도 무관한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애초 누구나집 사업이 손실을 볼 확률이 큰 프로젝트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업비 조달 방식에 있어서 실현 가능성이 굉장히 낮은 사업 구조라는 건데요. 협동조합 방식의 전형적인 문제인 자금 조달, 부지 확보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금리가 높아지면 좌초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다수의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는 만큼 협동조합 임대주택 사업에 대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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