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측 “집행부 해임은 사업 3년 전으로 되돌리자는 것”

[땅집고] 재개발 사업 구역 인근 종교시설과 소송전에서 패소하면서 성당 신축 비용 187억원을 쓰게될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에서 조합장을 비롯한 전체 집행부를 해임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측이　조합 집행부가 성당 측과 협의를 게을리하는 바람에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해 조합원들에게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며 집행부에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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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달 25일 오후 12시 북아현2구역 비대위는 서대문구청 6층 대강당에서 조합장, 감사, 이사 대의원 등 조합 집행부를 전면 해임하는 안건으로 임시 총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북아현2구역은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520 일대에 지하 3층~지상 29층, 28개동, 총 2320가구 규모 새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시공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DL이앤씨 컨소시엄이 맡았다. 사업지가 평지인데다 지하철 2·5호선 환승역인 충정로역과 2호선 아현역을 끼고 있어 강북권 핵심 업무지구인 광화문과 여의도, 공덕 접근성이 좋은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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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현2구역은 2022년부터 사업지 근처에 있는 아현동성당과 일조권을 둘러싸고 약 3년여 동안 갈등을 겪어 왔다. 북아현2구역이 조합 측 계획대로 재개발을 진행할 경우 아현동성당의 일조시간이 ‘0분’이 될 정도로 일조권 침해 정도가 심각하다. 결국 아현동성당은 조합과 서대문구청을 상대로 사업시행계획인가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2심에서 2024년 12월 18일 성당 측 손을 들어주면서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패소한 북아현2구역 조합 집행부는 서둘러 아현동성당 측과 합의를 시도했다. 만약 사업시행계획인가가 취소될 경우 사실상 재개발 사업이 최소 2~3년 이상 미뤄지는 데다, 올해 3월 조합장 등 집행부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이번 패소 결과가 연임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 판결로부터 12일 뒤인 지난해 12월 30일, 조합 측은 아현동성당 신축하는 내용으로 합의를 이뤄냈다고 밝혔다. 합의안에 따르면 성당 신축 비용으로는 2024년 기준 187억원으로 책정했으나 완공 시점까지 공사비 현실화를 적용해 추후 공사비를 증액해주는 조건이 달렸다.

이 소식을 접한 북아현2구역 비대위는 이달 25일 정정숙 조합장을 비롯한 조합 집행부 전원을 해임하는 총회를 열기로 했다. 당초 조합이 구역 인근 성당에 일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설계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아야 했고, 그럼에도 성당에 불가피한 피해가 발생한다면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했어야 했지만 그동안 이런 협의를 소홀히하는 바람에 조합원들에게 수백억원대 재산 피해를 끼쳤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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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도시정비법 제43조 제4항에 따라 비대위는 조합원 전체의 10% 동의를 확보하는 경우 조합장 및 조합 임원 해임 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 출석을 이끌어낸 뒤, 출석한 조합원의 과반수 동의를 받으면 해임이 결정된다. 현재 북아현2구역 조합원 수는 총 1235명이다. 따라서 오는 25일 총회에 조합원 618명 이상이 출석하고, 최소 309명 이상이 해임에 찬성한다면 북아현2구역 집행부가 교체될 수 있다는 얘기다.

비대위 관계자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게시글을 통해 “조합은 법무법인 2곳을 동시 선임해 막대한 소송비용을 지출하고도 패소했다”면서 “이후 집행부 연임을 위해 황급히 성당이 원하는 대로 협상을 이끌어내 신축 비용 187억원을 추가 지출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이번 합의로 사업 지연 기간이 불발시 예상됐던 2~3년보다는 단축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처음부터 잘못된 방향으로 (조합 업무를) 진행해 일을 망쳐놓고도 아무런 사과 조차 없는 조합의 뻔뻔한 태도와, 자신들의 연임을 위해 결국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하는 막대한 비용으로 성급히 합의를 한 것임에도 소송 취하를 이끌어 냈다고 자화자찬하는 조합의 비양심적인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북아현2구역 조합 측은 공식 카페를 통해 “비대위 측 주장대로라면 대법원 판결까지 4개월 남은 시점에서 현 조합을 해임시키고, 사업을 3년 전으로 되돌리자는 것”이라면 “이미 아현동성당과 조합이 합의를 이뤄냈는데 사업시행인가를 다시 받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현 합의안대로 진행하는 것이 조합원들의 재산을 지키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도시정비부문 전문 변호사 A씨는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재개발이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와 563억원대 보상금을 두고 갈등을 빚다가 사업이 지연된 것처럼, 정비사업에서 종교시설과 갈등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갈등이 격화하는 경우 결국 정비구역 변경 절차를 밟아 종교부지를 빼고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각종 심의를 다시 거치면서 사업 기간이 수 년간 지연되고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므로, 사실상 조합이 종교시설과 사전에 원만한 협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