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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잃어버린 20년' 시작인가…블랙스완의 징후들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5.01.12 11:02

[땅집고] 지난해 갑작스러운 비상 계엄 사태로 부동산 시장에 관망세가 짙어지며 아파트 구매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혼란 정국 속 부동산 장기 하락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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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 부동산스터디에는 2025년 부동산 시장 블랙스완 징조들에 관한 글이 올라왔다. 블랙스완이란 검은 백조를 뜻하는 말로 절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올해가 장기 침체의 시작점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이하 본문 요약>

2024년의 비상계엄은 정치 전문가들도 불가능하다고 했던 이변이었습니다. 뉴욕대 교수, 나심 탈레브(Taleb, N. N.)는 비상계엄처럼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블랙스완(검은 백조)’으로 정의했습니다.

1987년 10월의 블랙먼데이, 1990년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시작, 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글로벌 금융 위기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블랙스완입니다.

탈레브는 블랙스완의 전개 과정을 ▲예측 불가능성 ▲막대한 충격 ▲사후 합리화의 세 단계로 봅니다. 블랙스완은 예측하지 못해 대비가 없었기 때문에, 큰 충격과 파급 효과를 가져 오고, 사후에야 사람들은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발생 가능성을 합리화시킵니다.

1990년대에 미국에 이어 세계 경제 2위였던 일본은 경제가 붕괴될 것을 아무도 예상하지 않아서 대비가 없었습니다. 그 결과 이후 10년간에 주택은 3분의 1의 가격으로, 상가는 6분의 1의 가격으로 폭락했습니다.

선진국 경제 환경에 들어서면 많은 나라가 ‘선진국형 성장통’을 겪습니다. 미국의 잃어버린 10년(198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1990년대)은 선진국형 성장통의 한 예입니다.

이제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서 선진국에 들어선 한국도 언젠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성장통을 겪게 될지 모릅니다.

한국에서 선진국형 성장통이 시작되는 징후는 무엇일까? 아래서는 제가 생각하는 두 가지 징후를 소개합니다. ‘(경제성장률) 1%-(M2통화량) 2%’ 조건으로 기억하고, 수시로 이 두 가지 지수를 확인하면 언젠가 일어날 수 있는, 한국 부동산의 블랙스완에 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연간 경제성장률이 1% 미만, 부동산 블랙스완의 징후

아래 일본의 그래프를 보면 경제성장률이 1980년대에 꾸준히 4~6%대를 유지하다가, 1992년의 -1%를 시작으로 1998년에는 –2%까지 하락합니다.

선진국형 성장통에서 부동산 하락은 아파트 공급량, 전세가, 주택매수심리 등 미시적인 지수·지표들보다는 내수·기업·금융·정책 등 거시적인 환경에 달려 있습니다.

경제성장률 하락은 이들 거시 환경을 붕괴시키고, 이어 주식·부동산 하락이 시작되므로 분기별 경제성장률을 꾸준히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2018년 전까지는 매년 3%대 이상을 유지하다가 2022년 2.6%, 2023년 1.4%, 2024년 1.8%대 예측인데, 2025년의 경우 JP모건은 1.3%까지 내려 보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가 2년 연속 1%대의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은 통계가 작성된 1953년 이후 처음입니다.

경제성장률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수치(2025년 1.4%, 2026년 0.9% 등)로 내려가면 한국 부동산의 블랙스완 즉, ‘잃어버릴 20년’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 연간 M2통화량 증가율이 2% 미만도 위기 신호

일본 M2통화량 추세를 보면 1980년대에는 매년 8%대 증가율을 유지하다가 1990년부터 1994년 사이에는 연간 1% 미만으로 줄어듭니다. 연간 M2통화량 증가율이 1%대이면 거의 내수가 멈춘 상태로 봐야 하고, 이 기간 동안 일본의 부동산과 주식이 폭락했습니다.

우리나라 M2통화량 추세를 보면 2024년 5월에 전월대비 증가율이 0%이고, 8월, 9월에도 각각 0.2% 수준입니다. 매월 M2통화량이 0.2%대, 연간 2%대가 되면, 정부의 급격한 재정 확장 정책이 없는 한 우리 내수 자체의 체력만으로는 회복이 어려워집니다.

우리나라의 M2통화량의 전년대비 증가율은 서울 아파트가 상승을 시작한 2015-2022년 사이에 매년 6-8% 사이였습니다. M2통화량 증가율이 연간 2%대를 이탈하면 부동산 시장에 블랙스완이 오는 조짐으로 보아 대비가 필요합니다.

언젠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도 선진국형 성장통 즉, 블랙스완이 온다고 보면, 안전한 부동산 자산 50%, 현금성 투자 상품(미국 주식, 채권, 금은 등 원자재) 50%도 좋은 자산 구성으로 보입니다.

비상계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블랙스완이기 때문에 그 충격은 우리가 예상하는 범위보다 훨씬 클 수 있습니다.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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