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200여년 된 망한 쇼핑몰서 아파트로…"밀리오레, 라페스타도 아파트 되나요"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5.01.10 10:36

[땅집고] 미국 로드아일래드주 프로비던스에 1828년 준공한 쇼핑몰 ‘아케이드 몰’ 내부. /에어비앤비


[땅집고] 과거에는 쇼핑하려는 고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대규모 쇼핑몰마다 쇠락기를 걷고 있다. 오프라인 쇼핑이 온라인 위주로 전환하면서 사람들이 더 이상 굳이 쇼핑몰에 직접 갈 이유가 없어진 데다, 코로나19 및 경기 침체를 거치면서 건물마다 공실이 늘고 있는 것. 이 같은 현상은 미국에서도 관측된다. 전자상거래 발달과 유동 인구 감소로 유령 건물로 방치된 쇼핑몰들이 늘고 있는 것.

최근 미국에서 망한 쇼핑몰을 아파트로 전환해 건물을 되살리는 데 성공한 사례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규모가 가장 작은 주인 로드아일랜드주의 프로비던스 시내에 1828년 준공한 ‘아케이드 몰(Arcade Mall)’이다. 올해로 준공 198년째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쇼핑몰인데, 텅텅 비어있던 2~3층 상가를 소형 아파트로 전환해 임대하면서 건물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땅집고] 1828년 준공해 외관이 낡은 쇼핑몰 ‘아케이드 몰’. /구글


1994년 아케이드 몰을 매입한 뒤 상업시설로 운영하던 존슨앤웨일스 대학교는 쇼핑몰 공실률이 급증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됐다. 지역 경제를 뒷받침하던 아미카 보험사와 아울렛 커뮤니케이션즈 등 대기업이 도시를 빠져나가면서 쇼핑몰을 찾는 고객이 확 줄어든 탓이었다. 이렇다보니 아케이드 몰은 평일 저녁이나 토요일 아침 영업시간을 단축하면서 점차 생기를 잃어갔고, 보안 및 유지 관리로만 매년 20만달러(약 3억원)을 들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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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존슨앤웨일스 대학교는 2008년 쇼핑몰을 부동산 소유·관리 지주회사인 그라노프 어소시에이트(Granoff Associates)에 매각했다. 그라노프사는 700만달러(약 102억원)를 들여 기존 1층은 쇼핑몰로 유지하되, 2~3층은 소형 아파트 48개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2012년 마쳤다. 각 주택마다 전용 욕실과 작은 주방, 침대를 포함하며 주택형은 대부분이 25㎡(약 7.5평)다. 나머지 10개는 침실 2~3개로 구성하는 46~74㎡로 규모가 좀 더 크다.

[땅집고] ‘아케이드 몰’ 2~3층 상가를 소형 아파트로 리모델링한 모습. /에어비앤비


[땅집고] ‘아케이드 몰’ 내 소형 아파트 침실 모습. /에어비앤비


현재 아파트로 개조한 아케이드 몰에 살고 있는 세입자마다 만족도가 크다고 전해진다. 아래층이 쇼핑몰인 만큼 장을 보거나 외식을 하러 굳이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한 이른바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나가도 될 정도로 주변에 여가·편의시설이 많은 권역) 입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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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 2년 6개월여 동안 거주하고 있다고 밝힌 여성 에이미 헤니언은 “비가 많이 내리거나 눈이 내리면 외출을 하고 싶지 않은데, 아래 쇼핑몰에서 다 해결할 수 있어 살기가 정말 편리하다”면서 “다만 집 안에 불을 쓰는 조리기구는 둘 수 없기 때문에 스토브나 난로는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아케이드 몰 아파트를 에어비앤비로 임대해 수익을 올리는 거주자들도 있다. 실제로 에어비앤비 사이트에는 침실과 거실이 따로 있는 분리형 원룸 형태 매물이 1박당 16만원 정도에 매물로 올라와 있다. 이 집을 단기 임대했던 사람들은 “주변에 상점과 식당이 많아 편리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쇼핑몰에 있는 만큼 마치 내 집처럼 편안했고, 역사가 깊은 곳에 머무를 수 있어 의미 있었다”는 등 후기를 남기고 있다.

[땅집고] ‘아케이드 몰’ 소형 아파트마다 창문에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블라인드가 설치돼있다. /CNBC


다만 애초에 상가용으로 지은 공간을 주거용으로 리모델링한 만큼 장기간 거주하기에는 다소 좁은 것이 불편한 점으로 꼽힌다. 1~2인 가구가 살기에는 괜찮을 수 있지만, 자녀가 한 명이라도 생기면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 더불어 쇼핑몰 복도와 주택 창문을 분리하는 시설이 없어 집마다 블라인드를 설치해뒀을 정도로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동대문 ‘밀리오레’나 경기 고양시 일산 ‘라페스타’ 등 공실 폭탄을 맞은 대형 쇼핑몰이 여럿 있다. 미국의 아케이드 몰 사례를 참고해 국내 쇼핑몰도 아파트로 개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지었던 쇼핑몰마다 점포 하나 하나를 개인에게 분양하는 형태로 공급했기 때문에, 건물 한 채 소유권이 너무 잘게 쪼개져있기 때문이다.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전체 소유주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를 이끌어내는 작업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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