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비싼 월세 때문에 살기 너무 힘들다”, “월세 폭등하는데 정부는 뭐하나”
월세가 폭등하고 있는 한국 이야기가 아니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 스페인의 주요도시에서는 젊은이들이 임대료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바르셀로나에서 최근 열린 시위에 15만명이 참여하는 등 항의 시위는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낙천적인 스페인 젊은이들을 거리로 뛰처나오게 만든 임대료 폭등의 실태를 알아보자.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페인의 평균 주택 월임대료는 약 992유로(150만원)로 전년 대비 9.3% 상승했다. 마드리드 수도권의 평균 가격은 1602유로(243만원)이었다.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주택 매매가격도 작년 대비 8.7% 상승했다.
바르셀로나의 임대료는 10년 전과 비교해 70% 가까이 상승했다. 스페인의 약 40%가 평균적으로 소득의 40%를 집세와 공과금 납부 등에 쓰는데, 이는 유럽연합(EU) 평균인 27%보다 약 1.5배 높은 수준이다. 스페인의 실업률은 지난달 기준 약 11%로 유럽연합(EU) 국가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 부동산 버블 붕괴후 주택공급 급감 후폭풍
임대료 폭등이 발생한 근본적 이유는 주택 공급 부족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8개 회원국에서 임대 가능한 주택의 평균 비율은 7%이다. 네덜란드에서는 34%, 프랑스에서는 14%이지만 스페인에서는 2%에 못 미친다.
주택공급 급감은 버블 붕괴의 부작용이다. 스페인은 2005~2007년 집값 폭등기에 연간 80만 가구까지 주택공급이 증가했다. 빈집이 속출했고 심지어 유령 도시도 널려 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3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택단지가 개발됐지만, 인구는 700명에 불과할 정도였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2010년대 금융위기로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주택공급이 연간 10만가구 이하로 급감했다. 집값이 폭락하면서 주택공급 감소하고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 관광객 급증으로 에어비앤비 수요 폭발
더 큰 문제는 관광객의 급증과 관광객 상대 임대사업의 활성화이다. 코로나로 끊겼던 관광객들이 다시 몰려들면서 경기회복과 함께 에어비앤비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스페인은 연간 8000여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관광 대국. 관광 산업은 2019년 기준 스페인 GDP의 9%를 차지했고, 2023년에는 사상 최고치인 12.8%를 기록했다.
바르셀로나 수입의 15%는 관광업에서 발생하며, 현재 이 도시에는 단기 임대 허가를 받은 아파트가 1만 가구 정도이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7월 주민들이 관광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시위에는 3000여명이 참여 “관광객은 집으로 돌아가라. 너희는 환영받지 못한다” “주민들이 쫓겨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호텔과 식당 테라스를 봉쇄하고, 식사를 하는 관광객들에게 물총을 쏘기도 했다.
■ 고속도로 덮개 만들어 주택건설 계획도
시위가 확산되면서 스페인 정부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마드리드에서는 고속도로를 복개해서 주택과 녹지 공간을 만드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옛 군사 주둔지에 1만 2000채의 주택을 건설하는 ‘오퍼레이션 캠프(Operation Camp)’ 프로젝트도 추진중이다.
스페인은 에어비앤비 등 관광 임대업을 단속에 나서고 있다. 또 일정규모 이상의 부동산 투자를 한 외국인에게 거주권을 주는 이른바 '황금 비자' 제도를 폐지했다. /hbch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