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오세훈표’ 노후 저층주거지 정비 정책인 모아타운 사업이 최근 1호 착공한 가운데, 목표했던 3만 가구 공급이 제대로 이뤄질지 관심이다. 주민 갈등, 사업성, 조합 역량 등의 장애물에 대한 시의 대책이 효과를 볼지가 관건이다.
지난 16일 서울 강북구 번동 429-114번지 일대 '번동 모아타운 1호’ 사업지가 착공했다. 최고 35층, 13개동, 1242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로 변신한다. 2022년 1월 사업지로 선정된지 약 3년 만이다. 2028년 상반기 입주를 목표로,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6년 만에 사업이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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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사업으로 선정돼 초기부터 추진 동력을 얻은 번동과 달리 주민 동의율 충족, 조합의 사업 역량 부족 등으로 재개발 속도가 더딘 모아타운 대상지도 많다. 서울시는 사업지 선정 방식으로 공모에서 주민제안 방식으로 바꾸고, 공공기관의 사업 참여로 허들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 절차 줄이고 혜택 늘렸으나, 진짜 허들은 ‘주민 갈등’
모아타운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약 3만평) 이내 노후 저층 주거지를 하나로 묶어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립하는 소규모 주택 정비 사업이다. 행정적 절차를 간소화해 사업기간을 단축하고, 종상향, 용적률 완화 등의 혜택으로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
2026년까지 서울시는 모아타운 100개소 지정, 3만 가구 공급을 목표를 세웠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모아주택 144곳에 조합이 설립돼 향후 2만7000가구 공급을 기대하고 있다. 내년 2500가구, 2026년 3734가구가 착공한다.
오 시장은 번동 모아타운 착공식에서 “기존 재개발보다 작은 규모라 규제를 줄여서 (사업 진행) 가능성을 대폭 늘렸다”며 “모아타운이 서울 주택 부족 문제의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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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부 사업지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모아주택, 모아타운 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이 소규모 빌라, 저층 주택 등이 밀집한 곳이라 주민 동의가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임대 수입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소유주들의 동의를 구하기 어렵고, 사업성이 낮아 추정 분담금이 높아지는 등의 문제가 있다.
2022년 8개 구역을 묶어 2500가구로 조성하는 모아타운 사업지로 선정된 금천구 시흥5동 일대는 올해 10월 추정분담금 통지 문제 등으로 조합설립이 무산됐다. 주민들 사이 갈등으로 소송전까지 벌이는 등 사업이 좌초 위기에 몰렸다.
여기에 시가 지난 7월 모아타운 사업 추진 방식을 자치구 공모에서 주민제안 방식으로 전환하며 사업 추진에 장애물이 생겼다는 불만도 나온다. 토지등소유자의 60%,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 주민 동의율을 확보해야 한다. 주민 갈등 소지는 줄어들었지만, 사업 시작 자체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모아타운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조합 설립 시 80% 이상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주민 제안 방식을 위해 동의를 미리 받는다면 오히려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라고 밝혔다.
■ 조합 역량 부족으로 사업 지체…사업성 좋으면 정비업체 간택
정비업계에 따르면, 사업성이 양호한 지역에서 업체들이 사업 초기 단계부터 PM(Project Management)사로 참여하고 있다. 통상 모아타운은 조합설립을 위한 추진위 단계가 없어 조합설립인가까지 PM사의 도움을 받는다. 조합설립 이후에는 서울시에 등록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가 공동시행사로 나선다. 등록업체가 아니더라도 조합과 공동사업시행 계약을 맺어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번동 모아타운 1호 공동시행사인 이룸에이앤씨 역시 이와 같은 사례다. 2020년부터 PM사로 참여해 조합 설립을 도왔다. 이룸에이앤씨에 따르면, 번동 일대는 왕복 5~6차선 도로, 우이천 인근 입지 등 소규모 정비 사업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업을 추진하던 와중에 시의 모아타운 시범지역으로 선정됐다.
이룸에이앤씨는 강북구 일대와 용산구 원효로4가, 마포구 성산동 등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그 밖에 지역에서도 다수의 중소 정비업체들이 모아타운 사업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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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사업성이 좋지 않은 곳은 조합의 역량 부족으로 진행이 더딘 경우도 있다. 대단지 아파트 재건축, 사업성이 좋은 재개발 지역 등은 민간 시행사가 참여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규모 정비사업이다보니 상황이 여의치 않다.
사업 여건이 불리한 곳은 조합설립부터 준공까지 전 과정에 대해 공공사업관리를 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 8일 '공공기관 참여 모아타운 공공관리사업 선정위원회'를 통해 10개 모아타운(모아주택 21개소)을 공공기관 참여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했다.
▲종로구 구기동 ▲서대문구 홍제동 ▲강서구 화곡동, 등촌동 ▲동작구 상도동, 노량진동 ▲관악구 난곡동 ▲성동구 응봉동 ▲도봉구 방학동 등 총 10개소다. 이들 지역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공사(서울토지주택공사)와 공동으로 사업을 시행하게 되면 사업 면적 확대, 용도지역 상향에 따른 임대주택 기부채납 비율(50%→30%) 완화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