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2억원대의 재건축 분담금 추산치에도 주민들의 불만이 크지는 않다. 당초 우려보다 장수명 주택 인증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다만 제자리 재건축과 독립 채산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 통합재건축 구역은 최근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 구역 중 처음으로 구체적인 분담금 추산치를 밝혔다. 재건축 시 같은 면적의 아파트를 받기 위해서 2억원 이상의 분담금을 피할 수 없지만, 주민들은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오히려 제자리 재건축과 독립 정산을 할 수 있는지가 양지마을 통합재건축의 최대 과제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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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정분담금 2억원 이상…주민 반응은 “예상대로”
양지마을 통합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지난 7일 예비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신탁과 주민설명회를 열어 주민들에게 분담금에 대해 설명했다. 용적률 400%를 적용하면 7458가구로 재건축할 수 있다. 토지 등 소유자 4603가구, 이주단지 895가구를 제외하고 일반분양 물량은 1960가구다. 3.3㎡(1평)당 일반분양가는 5800만원, 조합원 분양가는 4930만이다.
현재 31~32평 소유자가 전용 59㎡로 신청하면 2억8700만원을 환급 받는다. 34평(전용 84㎡)을 받으려면 2억600만원, 44평(전용 119㎡)을 받으려면 6억9700만원을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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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적률 350%를 적용하면 환급금 규모는 줄어들고 분담금 부담을 커진다. 전체 건립 규모는 6920가구로, 토지등소유자 4603가구, 이주단지 830가구, 일반분양 1487가구 등이다. 분양가는 400% 적용 시와 같다. 31~32평 소유자가 전용 59㎡ 신청시 2억4600만원을 환급 받는다. 34평(전용 84㎡)을 받으려면 2억4700만원, 44평(전용 119㎡)를 받으려면 7억3800만원의 분담금을 내야한다.
3.3㎡당 공사비는 발코니 확장비용을 포함해 900만원으로 책정됐다. 공사도급 총액은 예비비를 제외하고 4조5154억원, 공사기간은 43개월으로 예상된다.
비슷한 면적 아파트를 받기 위해서 2억원 이상의 분담금을 내야하지만, 주민들 반응은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주민들 대부분은 ‘예상했던대로’라는 반응”이라며 “아직까지는 추정치에 불과하고 앞으로 상황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서 신중하게 대처하겠다는 분들이 많다”고 밝혔다.
■ ‘장수명 주택’ 풀베팅…“승자의 ‘저주’까지는 아니네”
당초 선도지구 구역 재건축에서 ‘장수명 주택 인증’ 등을 모두 포함한 ‘풀베팅’이 최대 걸림돌로 평가받았다. 양지마을 주민들이 수억원대의 추정분담금에 큰 불만을 표출하지 않은 것이 풀베팅으로 인한 건축비 상승이 걱정보다 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장수명 주택이란 구조적으로 내구성을 갖추고, 내부 구조 가변성과 수리 용이성 등이 우수한 주택을 말한다. 최우수, 우수, 양호, 일반 등 총 4개 등급이 있다. 그러나 민간 사업에서 최우수 등급을 맞춘 사례는 하나도 없었다. 분당의 경우 선도지구 공모에서 최우수 등급을 충족하겠다고 한 경우 3점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양지마을 역시 사업계획서에 이 부분을 추가했다.
다만 최근 장수명 주택 인증 기준 완화 등으로 공사비 인상폭이 크지 않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개정 고시한 장수명 주택의 건설·인증 기준에 따르면, 최우수 등급 점수 기준을 90점에서 80점, 우수 점수 기준을 80점에서 70점 이상으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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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성남시가 용적률 완화 혜택을 주는 최소 기준을 우수 등급으로 정했는데, 양지마을은 처음부터 우수 등급을 받을 수 있는 건축 계획을 세웠다. 선도지구 공모 평가기준이 나온 뒤 최우수 등급을 맞추는 방향으로 바꿨는데, 공사비 인상이 크지 않다는 것이 양지마을 측 설명이다.
최충림 통합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풀베팅’ 이전과 비교해 공사비가 6~8% 정도 늘어날것으로 보고 있는데, 15%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업계 예상보다는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며 “최근 장수명 주택 인증 기준까지 완화돼서 양지마을뿐 아니라 시범단지, 샛별마을도 기존 우려와 달리 큰 장애물이 없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 진짜 문제는 ‘제자리 재건축-독립 채산’
정비업계에서는 제자리 재건축과 독립 정상 여부가 양지마을 재건축의 잠재적 문제로 꼽힌다. 각 단지별로 복잡한 대지지분 관계가 주요 원인이다.
양지마을은 등기부상 단지별 필지와 주민들의 거주하는 단지 구획에 차이가 있다. 등기부상에는 1단지 금호, 2단지 청구, 3·5단지 금호한양, 5단지 한양, 6단지 금호청구, 6단지 한양으로 나뉘어 있다. 그러나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돼 실제 생활권으로 나눴을 때는 금호 1단지, 청구 2단지, 금호 3단지, 한양 1단지, 한양 2단지, 주상복합 1개 단지 등이다.
통합 구역으로 봤을 때는 수내역초역세권이지만, 각 단지별로도 입지에 차이가 있다. 수내역 인근 단지 주민들은 제자리 재건축과 독립 채산을 선호하지만, 그외 단지에서는 통합 정산을 통해 역세권 가구를 분양 받고 싶어한다. 여기에 단지 내 상가도 많다는 점도 재건축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최 위원장은 “추정분담금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크지 않지만, 통합재건축-통합 정산과 제자리재건축-독립정산 중 어떤 방식으로 할지가 가장 큰 관심사”라며 “재건축을 위해서는 언젠가는 겪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여러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밝혔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