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위례신사선이 엎어진 건 서울시가 애초에 부실 공고를 냈기 때문 아닙니까? 위례신도시 주민들을 17년 동안 희망고문한 서울시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합니다.”
서울 강남과 경기 위례신도시를 연결할 목적으로 2008년부터 시작한 '위례신사선' 노선 건설 사업이 최근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에서 지정 취소되면서 동력을 잃었다. 올해 6월 기존 위례신사선 우선협상대상자였던 GS건설 컨소시엄이 공사비 문제를 두고 서울시와 갈등을 겪다 결국 사업을 포기한 뒤, 서울시가 올해 재차 공고를 냈지만, 새 사업자를 구하지 못해 결국 기획재정부로부터 지정 취소 통보를 받은 것.
결국 위례신사선을 이용하기 위해 3000억원 규모 교통분담금을 내면서 17년 동안 기다려 온 위례신도시 주민들만 닭 쫓던 개 신세가 된 셈이다. 위례신도시 주민들은 연합을 결성하고 서울시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 중이다.
■기재부, 민투심에서 위례신사선 지정 취소…서울시 “재정 투입해서라도 건설하겠다”
위례신사선은 수도권 2기 신도시인 위례 주민들의 교통 숙원 사업이다. 2022년 12월 위례신도시 남쪽에 지하철 8호선 남위례역이 개통하긴 했지만 활용도가 떨어지는 노선인 만큼, 서울 강남권 핵심 지역과 직결되면 위례신사선 개통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것.
위례신사선은 위례신도시와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강남구 대치·삼성·신사역을 연결하는 총 14.7㎞ 길이 노선이다. 총 사업비는 1조1597억원에 달한다. 2008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7년째 추진 중이지만 노선이 수정을 겪고 과거 삼성물산·GS건설 컨소시엄 등 주관사마다 수지타산 문제로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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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달 18일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는 서울시가 신청한 위례신사선 사업에 대한 지정취소안을 심의·의결했다. 올해 6월 GS건설 컨소시엄이 위례신사선에서 손을 뗀 뒤 서울시가 8월 최초 사업비(1조4847억원) 대비 19% 올린 1조7602억원에 1차 재공고를, 이어 10월에는 이 금액에서 4.4% 더 증액한 1조8380억원 조건으로 제 3자 제안 공고를 받았지만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민간기업이 하나도 없었던 영향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위례신사선을 민간투자사업 대신 시비를 쓰는 재정투자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선에 재정을 투입하는 경우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사업 기간이 3년 이상 더 걸리는 것이 문제다. 업계에선 당초 서울시가 목표로 삼았던 위례신사선 개통 시점이 2028년에서 2030년, 더 멀게는 2035년 이후로 지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 위례신도시 주민 연합, 오세훈 서울시장 상대로 행정소송 “끝까지 싸울 것”
위례신사선 개통일이 2030년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라는 소식을 접한 위례신도시 주민들은 집회를 여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과거 주민들이 위례신도시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 분양가에 녹아있는 광역교통개선분담금 3000억원 정도를 부담했는데도, 노선이 등장한지 17년 동안 첫 삽 조차 뜨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방만 행정이 위례신사선 사업이 지지부진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올해 새 사업자 공고를 내면서 사업비를 산정할 때 ‘건설공사비지수’를 반영하지 않았던 탓에 노선을 지으려는 건설사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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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공사비지수란 매달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건설공사비의 물가 변동 수준을 수치화해서 발표하는 지표다. 2020년을 100으로 기준 삼는데, 이 지수가 올해 9월 130.4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위례신도시 주민들은 서울시가 위례신사선 사업비를 재산정할 때 건설 공사비를 측정하는 전문 지표인 건설공사비지수를 적용하는 대신, 단순히 소비자물가지수만 반영한 탓에 사업비가 실제 필요한 금액보다 수천억원 낮게 책정됐다고 주장한다. 원자재 가격이나 인건비 상승 추이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사업비를 책정한 위례신사선 건설에 어떤 기업이 참여하겠냐는 지적이다.
이 점을 들어 위례신도시 주민 1000여명으로 구성하는 위례신도시시민연합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연되고 있는 위례신사선을 재정 사업으로 진행하는 경우 개통이 더 늦어질 수 있으므로, 서울시가 이 노선을 원래대로 민간투자사업으로 다시 전환해서 추진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이다. 서울시 측이 위례신사선이 지역 주민들의 교통권 및 재산권과 직결돼 있는데도 아무런 대체 교통 대책 없이 기획재정부에게 민간투자사업 지정 취소 신청을 강행한 것은 주민들을 농락하는 처사라는 것.
김광석 위례신도시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서울시는 시민을 무시하며 불투명한 행정을 반복하고 있다, 위례신사선은 단순한 교통망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된 필수 인프라”라면서 “우리는 주민의 권리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