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신축 아파트 시장에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이 등장했다. 한동안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던 신축 아파트마저 경기 침체와 대출 규제로 인해 역풍을 맞았다. 통상 분양권 가격은 입주가 다가올수록 올라가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한강 이남에서도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리는 아파트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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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포레나 미아’ 마이너스 7000만원 매물 나왔다
서울 초역세권 신축 아파트인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는 마피가 붙은 대표 단지다. 우이신설선 삼양사거리역 1번 출구에서 약 100m 걸으면 도착한다. 지상 29층, 4개 동, 497가구 규모로 내년 11월 준공한다.
문의 매수가 끊기면서 이 단지 계약자들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까지 내놓기 시작했다. 올해 초부터 인근 부동산에 프리미엄(웃돈)이 없는 ‘무피’, 계약금 포기 ‘계포’ 매물이 나왔던 곳인데, 분양가보다 저렴한 가격에라도 분양권을 팔겠다는 계약자가 생긴 것이다.
중개사이트에 따르면 ‘한화 포레나 미아’ 전용 80㎡(9층) 매물은 10억2550만원에 나와 있다. 분양가 10억4820만원, 시스템 에어컨 등 옵션 4430만원을 더한 가격인 10억9250만원보다 7000만원 저렴하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는 1년째 매도 문의만 가득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이 단지 계약자 중 일부는 계약금 정액제와 이자 후불제 등 혜택을 보고 투자 목적으로 분양받았다”며 “중도금 대출 금리가 5%대로 높은 편이고, 추후 약 5000만원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점 때문에 분양권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 초, 중개사이트에 올린 매물에 대한 매수 문의 전화도 없었다”고 했다.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이른바 ‘로또 단지’에서는 중도금 이자 등 부담을 지더라도 수분양자들이 매물을 쉽게 내놓지 않거나, 웃돈인 프리미엄을 붙여서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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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수자 없는 이유, 시세보다 2배 비싼 가격·애매한 입지
이 단지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한화 포레나 미아’ 전용 84㎡ 분양가는 최고 11억5000만원으로, 인근 시세보다 2억5000만원~5억원가량 비싸다. 인근 단지인 ‘래미안트리베라2차’, ‘SK북한산시티’ 같은 면적은 최근 각각 9억2000만원, 6억5000만원에 매매 거래 됐다. 이 단지는 2022년 8월 당시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지면서 무순위 청약을 9차까지 진행해 완판했다.
삼양사거리역 초역세권이지만, 2량짜리 경전철인 우이신설선 정차역이라서 역세권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우이신설선의 경우 광화문이나 강남, 여의도 등 주요 업무지구로 가려면 최소 1번 이상 환승해야 해 선호도가 낮다. 게다가 이 노선은 출퇴근 시간 혼잡도가 극심한 노선 중 하나다.
재개발 사업인 만큼, 단지 인근이 노후 주택가라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미아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미아동은 서울이지만, 노후한 건물이 많고 편의시설이 적은 지역”이라며 “뒤늦게 현장을 보고 ‘이런 곳인 줄 몰랐다’ 등의 반응을 보인 계약자도 있다”고 했다.
8차 무순위 끝에 완판한 동작구 상도동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역시 같은 이유로 최근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매 됐다. 전용 84㎡ 최고 분양가가 13억9300만원이었는데, 같은 면적 매물이 11억6500만원(1층), 13억3696만원(19층)에 거래됐다. 언덕에 위치한 이 단지는 7호선 장승배기역에서 도보로 15분가량 걸리는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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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경기 침체 여파에 방향 잃은 분양권 시장
탄핵 정국에 부동산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분간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전문가는 향후 부동산 정책 추진 방향에 따라 분양권 시장 분위기도 크게 달라진다고 전망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앞으로 야당이 집권하면 신규 분양 단지에는 모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될 수 있다”며 “지금 높은 가격으로 매입하더라도 물가와 인건비, 자재비가 모두 올라가면 부동산 가격이 또 상승하고, 지금 가격이 낮은 가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 분양·입주권 거래량도 줄어드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분양·입주권 월별 거래량은 지난 8월 150건까지 늘었지만, 9월 97건 10월 82건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탄핵 정국으로 인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폭도 감소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증가 폭은 0.04%에서 0.02%로 변동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