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도심에서 자동차를 타고 3시간을 넘게 달려야 도착하는 강원도 영월군. 이런 외곽지역인 영월군에서도 인적이 드문 선바위 산자락 일대에 웬 숯가마가 30기나 설치된 건물이 방치돼있다. 영월군이 약 130억원을 들여 국내 최고의 힐링 타운을 선보이겠다며 조성한 ‘수피움’이다.
수피움의 원래 명칭은 ‘상동 숯마을’. 폐광 이후 침체된 지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영월군이 2010~2014년 상동읍 내덕리 일대 2만9600여m2에 숯을 테마로 조성한 관광 시설이다. 국비와 지방비를 합해 총 88억원 정도 들여 전통 숯가마 30기를 이용한 찜질 체험 공간과 숙박시설 등을 지었다. 하지만 같은 영월군에서도 찾아오는 주민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중국산 숯과 가격 경쟁에서 밀렸고, 홍보까지 부족해 텅 빈 건물 신세가 됐다.
☞나에게 딱 맞는 아파트, AI가 찾아드립니다
문제를 인식한 영월군은 2018년 9월 천연원료 전문 건강식품 관련 민간업체인 ㈜다움 측에 운영을 위탁해 ‘수피움’이라는 이름으로 시설을 재개장했다. 기존 시설과 차별화하기 위해 쉼터 격의 치유 센터를 신설했다. 숯가마 총 30기 중 6기는 숯을 구운 후 발생하는 온열을 활용한 찜질 체험 공간으로 만들고, 다른 6기는 여성들을 위한 족욕·좌훈 등 각종 미용 프로그램 용도로 활용했다. 나머지 18기는 황토, 견운모, 게르마늄 등 재료로 리모델링한 뒤 치유 공간으로 조성했다. 이 과정에서 총 46억원이 추가로 투입됐다.
하지만 2021년 코로나사태가 터지면서 수피움이 살아날 길이 뚝 끊겼다. 2022년에는 영월군이 숯가마 바로 인근 5000여㎡ 부지에 15억원을 들여 취사와 숙박시설을 갖춘 글램핑장 6동과 숲속 계단식 캠핑장 10면을 짓는 등 노력을 보였지만 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민간업체도 시설 투자비와 운영비로 3억~4억원 정도 손해를 입었다며 운영 포기를 선언, 수피움에서 손을 뗐다. 이후 수피움은 수 년간 유령 건물로 방치돼왔다.
☞나에게 딱 맞는 아파트, AI가 찾아드립니다
강원도 산골짜기에 세금 130억원을 들여 지은 시설이 유령 건물로 방치돼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월군은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영월군이 수피움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상금 2000만원을 걸고 ‘상동읍 숯마을(수피움) 활성화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했지만 응모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관심도가 저조했다.
올해 11월 6~7일에는 시범사업으로 수피움 내 숯가마 시설과 캠핑장 등을 경험해보는 '자연인 캠프 인(in) 영월' 행사가 열렸다. 이날 참가자는 어린 자녀를 동반한 세 가족 뿐이었다. 그럼에도 앞으로 영월군은 수피움을 되살리는 방법을 고안해낼 때 행사 참여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대권 영월군 문화관광과장은 언론을 통해 "수피움 운영의 정상화뿐만 아니라 영월 동부권 관광 활성화와 주민 소득증대에 이바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