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 진행이 노후도, 안전 등 정주 환경 개선이 필요한 곳이 아니라 동의율, 추가 공공기여 등에 의해 결정돼 과열 경쟁 양상으로 흘렀다. 앞으로는 공모 방식이 아니라 주민 제안 방식으로 정비 구역을 선정하게 됐는데, PC공법으로 인해 안전상 불안함을 갖고 있는 단지들을 우선적으로 재건축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1기 신도시의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여겨지는 PC(Precast Concrete)공법 아파트들이 재정비 구상에서 외면을 받고 있다.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 과정이 안전, 노후도 등 재건축 필요성이 아닌 동의율, 장수명주택, 추가 공공기여 등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PC공법이란 콘크리트 구조물을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건축 방식이다. 공사시간 단축, 시공단가 절감 등이 장점으로, 1980년~1990년대 정부 주도로 계획된 아파트 시공에 널리 사용됐다. 그러나 과거 구조물 조립기술력 부족으로 누수, 접합부 외벽 크랙 등 문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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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계획도시 특별법으로 1기 신도시 아파트 재건축 길이 열리면서 노후도가 심각한 PC공법 아파트주민들이 대책 마련 촉구했다. PC공법으로 지어진 성남 분당의 5개 단지(시범한양, 시범우성, 양지마을 한양, 야탑 장미현대, 청솔주공9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지난 6월 성남시에 PC공법 아파트의 구조적 안정성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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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따라 성남시가 내놓은 분당 신도시 선도지구 평가기준에 PC공법 항목(2점)이 포함됐다. 그러나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평가 기준에는 없었다. 1기 신도시 아파트 중 PC공법 건물이 있는 단지는 18개 단지(분당 5개, 일산 3개, 평촌 6개, 중동 3개, 산본 1개)다.
선도지구에 선정된 5개 신도시, 13개 구역 중 PC공법 건물이 포함된 구역은 5곳이다. 분당은 양지마을(한양), THE시범(우성) 등 2곳, 일산 후곡마을(4단지 금호한양), 평촌 샘마을(대우한양), 중동 은하마을(주공2단지) 등 각 1개 구역, 산본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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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의 한 통합재건축 구역 관계자는 “PC공법 건물 여부가 선도지구 당락에 결정적이진 않았겠지만, 성남시가 PC공법 아파트 재건축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며 “타 신도시에서도 PC공법 아파트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도지구 공모 방식으로는 PC공법 아파트 재건축 추진은 불가능에 가깝다. PC공법 아파트가 가장 많은 평촌의 문제가 심각하다. ‘샛별한양1·2·3차’(2744가구), 은하수한양5차·샛별한양6차(3227가구) 통합재건축 구역은 선도지구 접수 구역 중 평촌에서 규모가 가장 컸다. 그러나 평촌학원가와 먼 입지, 작은 대지지분, 낮은 시세로 동의율에서 낮은 점수를 얻는 데 그쳤다. 분당을 제외한 1기 신도시 지역의 PC공법 아파트 단지들은 사업성 문제로 추후 재건축 사업 추진이 불투명하다.
국토교통부는 내년부터는 기존의 공모 방식이 아닌 주민 제안 방식으로 1기 신도시 정비를 추진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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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촌의 PC공법 적용 단지의 소유주 B씨는 “선도지구 선정이 공모 방식으로 진행돼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며 “이제 주민 제안 방식으로 정비 구역을 선정하는데, PC공법으로 인해 안전상 불안함을 갖고 있는 단지들을 우선적으로 재건축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해온 김대하 청솔9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위원장은 “오래 된 PC공법 아파트는 육안으로 봐도 건물에 균열이 보일 정도로 안전상 불안감을 키운다”며 “(1기 신도시를 제외한) 타 지자체에서 PC공법 아파트에 대한 안전진단을 우선적으로 실시해 재건축을 추진했던 것처럼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