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그동안 부회장 승진설, 유임설이 돌았던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의 유임이 확정됐다. 건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쇄신보단 안정에 중점을 둔 인사로 풀이된다. 어려운 건설 환경 속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수주를 따내는 등 영업이익 1조를 달성해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내년 건설업과 반도체 불황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해외사업 위축이 확실시되면서 유 사장의 리더십이 심판대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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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황 속 실적 1조 달성ㆍ네옴시티 수주…오세철, CEO 교체 칼바람 속 유임 확정
삼성물산은 지난 4일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오 사장 유임을 확정했다. 사내이사에 재선임된 오 사장의 임기 만료일은 2027년 3월15일이다. 최근 건설 업황이 얼어붙으면서 10대 건설사 절반이 CEO를 갈아치웠으나, 삼성물산은 다른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건설 불황이 장기화하자 삼성물산이 쇄신보단 안정에 중점을 둔 인사에 나선 것. 특히 오 사장은 어려운 건설 환경 속에서 영업이익 1조를 달성하는 등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 사장은 취임 후 줄곧 수익 안정화에 집중했기 때문. 오 사장은 불확실성이 커진 주택 사업 대신 해외 사업과 소프트웨어 격인 홈플랫폼 사업 등 신사업을 강화해 타 건설사 대비 실적 하락을 방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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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사장은 1962년 부산 영도에서 태어나 1985년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그해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입사 후 줄곧 해외 현장에서 랜드마크급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1994년 말레이시아 KLCC현장를 비롯해 ▲1998년 싱가포르 ▲2001년 아부다비 ADIA(현장소장) ▲2008년 두바이 EXHIBITION(현장소장 상무) 등을 거쳤다.
2009년 중동지원팀장 등 요직을 거친 오 사장은 2020년 8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해외현장전문가로 꼽히는 오 사장이 수장으로 올라가면서 삼성물산이 해외 프로젝트에 더욱 힘쓸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취임 후에는 각 분야별 성과를 이뤘다. 오 사장 취임 후 작년까지 3년 동안 매출과 영업이익은 동반 성장했다. 매출은 2021년 10조9890억원에서 2022년 14조5980억원, 2023년 19조310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510억원에서 8750억원, 1조340억원으로 증가했다.
오 사장의 전문분야인 해외사업도 순조로웠다. 임기 첫해인 2021년 해외에서 69억6851만달러의 수주를 확보. 5년 만에 해외수주 1위 자리를 탈환했다. 2022년에는 53억8100만달러, 지난해에는 71억5300만달러를 수주했다.
특히 삼성물산이 사우디 네옴시티 더 라인의 기초공사 수주를 따낸 데에는 오 사장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 산업으로,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추진 중인 사업이다.
서울의 44배 넓이에 달하는 친환경 스마트 도시와 첨단산업단지, 산악 관광단지 등을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그 중에서도 더 라인은 수소와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로만 가동되는 길이 170㎞의 거대한 미래형 도시 계획으로 주목받았다.
■ 그룹사 물량 급감ㆍ해외사업 축소ㆍ불황 등 악재 산적…남은 임기가 리더십 심판대
다만 오 사장 리더십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매출 상당 부분은 그룹사 물량인데, 삼성그룹의 맏형인 삼성전자 부진으로 인해 계열사 공사발주가 급감한다는 예상이 나오면서다. 통상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공간인 클린룸(Cleanroom)을 만들 때 내부 기밀 유지를 위해 삼성물산에 공사를 맡긴다.
최근 삼성전자는 업황 부진을 이유로 DDR4 D램 등 구형 공정, 고부가・고성능 메모리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설비투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설비투자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내년 매출액은 올 매출액인 약 18조원보다 1조~3조5000억원 이상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작년까지 삼성물산 매출에 큰 역할을 해온 네옴시티 사업 역시 당초 예정보다 쪼그라들 전망이다.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더 라인에 150만명을 입주시킨다는 목표를 30만명으로 내려 잡았다. 지속적인 재정적자, 사업 비용 증가 등에 따른 것이다. 이 경우 삼성물산이 따낸 기존 수주액에서 금액을 낮춘 감액 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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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트럼프 2기’ 출범도 삼성물산에 또 다른 초대형 악재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반도체법(칩스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따른 해외 기업 보조금 폐지ㆍ축소와 관세 폭탄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삼성전자의 대미 투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트럼프 2기가 “미국의 화석 연료 생산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중동 건설도 위축 가능성이 나온다. 유가가 떨어지면 핵심 산유국인 사우디 등 중동국가들이 대대적인 감산에 나서며 사업 발주를 축소한다. 더 라인이 쪼그라든 와중에 이미 따놓은 다른 해외사업 역시 감액계약 리스크가 생긴 셈이다.
돌파구 마련을 위해 오 사장은 한동안 방치했던 래미안을 앞세워 국내 주택 수주전에 다시 힘을 싣는 모습이다. 유안타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물산 주택 사업의 최고점은 2016년(1만 가구)이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약 4000가구를 분양했다. 주요 경쟁사 대비 낮은 공급 실적이다. 11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 가치에 비해 주택 사업의 손익 기여도가 상당히 낮은 셈이다
최근 삼성물산은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등 알짜 수주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이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겪는 최악의 고비에 직면한 만큼 오 사장이 이를 해쳐 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