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무제한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2주 만에 철회됐다. 임대인 및 관련 단체를 포함해 국민 반발이 커지자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5명의 의원은 법안 동의 서명을 철회했고 백지화됐다. 다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 지속적으로 관련 법안을 입법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탄핵 정국이 겹치면서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마저 잃으면서 범야권을 중심으로 임대차 시장 규제 강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최근 낸 발의안처럼 규제가 강화한다면 임대차 시장을 비롯해 부동산 시장 전반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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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핏하면 발의하는 ‘무제한 계약갱신’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을 무제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지난달 25일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임차인이 원할 경우에는 계약갱신권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임대보증금 제한 등 임차인 보호를 강화하려는 내용을 담았다. 각 시·도 적정 임대료 산정위원회를 두어 적정한 임대료를 고시하도록 한다. 즉 국가에서 임대료를 통제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 의원까지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리자, 시장에선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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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민주당 중심으로 임대차 관련 반(反) 시장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2018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 등은 상가임대차 계약에서 계약갱신요구권을 최장 10년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입법발의 했다. 2020년에는 박주민 의원이 세입자가 원하면 평생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세입자 천국이라던 선진국 보니…유토피아는 없다
유럽에서 임대주택 모범국가로 꼽히는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등도 집값이 폭등하고 임대시장은 대기자 급증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기는 마찬가지다.
임대주택·세입자의 천국이라 불리는 스웨덴에선 세입자 단체와 주택 임대업자 단체가 마치 노사가 임금협상을 하듯이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매년 임대료 상한을 정한다. 임대료 상한선 규제로 스웨덴 주요 도시 주택 임대료 상승률은 매년 1%대 안팎이며, 통상 임대료는 시장가격보다 약 70% 낮은 수준으로 유지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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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렴한 임대주택을 들어가려면 10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인구 100만명의 수도(首都) 스톡홀름은 50만 명이 대기하고 있는데, 입주 대기기간은 평균 11년이다. 건설사와 집주인들은 임대료 통제로 기대수익이 높지 않으니 신규 주택 공급뿐 아니라 주택 수리도 꺼린다. 양질의 임대주택이 공급이 될 수가 없다. 스웨덴 출신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아사르 린드벡은 “임대료 규제는 폭격을 제외하면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가격 통제가 주택 품질을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자가보유율이 40%에 불과한 독일은 임대료 통제를 위해 2015년부터 베를린 등 주요 도시에 대해 지역별로 건축 연도, 집의 위치, 면적 등을 고려한 ‘표준 임대료’를 설정, 기준보다 10% 이상 월세를 못 올리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이러한 조치는 결국 임대주택 부족으로 이어져 임대료가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했고 실시 1년 만에 위헌결정이 났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