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일본서 껌 팔던 신격호의 30년 안목…롯데그룹 구원투수가 된 56조 부동산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4.12.06 07:30

[땅집고]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이지은 기자


[땅집고] 유동성 위기설에 빠졌던 롯데그룹이 롯데백화점·호텔롯데 등 계열사가 보유한 토지와 건물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가치가 약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롯데칠성음료 부지를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롯데그룹이 현금 확보를 위해 핵심 부동산 자산 정리에 나섰다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롯데그룹의 행보에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이 과거 사들였던 부동산들이 그룹 전체를 심폐소생하는 데 제대로 한몫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의 부동산 투자가 기업 위기 상황에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롯데는 국내 5대 재벌그룹 중에서도 소문난 땅부자다. 올해 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 상위 5위 대기업 부동산 자산을 집계한 결과, 롯데그룹이 보유한 토지가 총 16조4283억원 규모로 현대차(25조5798억원)에 이어 2위라고 밝혔다. 최근 롯데그룹은 전체 그룹사가 보유한 부동산 가치가 평가액 기준 56조원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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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회장, 풍선껌 회사였던 롯데를 부동산 재벌 그룹으로

[땅집고] 롯데그룹 측은 재무 현황 중 부동산 자산 가치가 56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조선DB


신 명예회장은 서울 곳곳 알짜 땅을 구입해 장기보유하거나 직접 개발해 가치를 큰 폭으로 높이는 전략으로 그룹 전체 자산을 불려왔다.

신 명예회장의 부동산 투자가 시작된 건 1948년 일본에서다. 롯데를 창업한 뒤 껌, 과자 등 식품을 팔아서 번 돈으로 일본 곳곳 부동산을 사들인 것. 1970년대 일본 롯데가 보유한 부동산 가치만 3000억엔으로 당시 환율상 10억달러(1조4000억원)에 달했으며, 1980년대 버블경제 시기에는 부동산 가치가 급등하면서 세계 4위 거부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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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롯데그룹 핵심 부동산 자산 목록. /인베스트조선


롯데가 한국에 진출한 1967년부터 신 명예회장은 국내 부동산 구입에 박차를 가했다. 먼저 1970년대에는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던 2만3100㎡ 규모 반도호텔 부지를 41억9800만원에 매수해 지금의 롯데호텔과 롯데백화점 본점을 짓고,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서초역 사이 강남대로변에 있는 4만3438㎡ 롯데칠성음료 부지도 사들였다.

1980년대 들어서는 현재 ‘롯데타운’으로 통하는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부동산 재테크가 시작됐다. 총 12만8000㎡에 달하는 잠실 부지를 매입해 롯데월드를 조성했다. 1987년 동쪽으로 맞붙은 시유지 8만7770㎡ 도 819억원에 손에 넣은 뒤 제 2롯데월드 프로젝트를 진행해 국내 최고층 높이 랜드마크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를 건설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롯데그룹의 핵심 자산마다 시장 가치가 수조원을 호가한다고 전한다. 소공동 롯데호텔·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최고 7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롯데월드타워는 장부가액으로는1조4000억원이지만 실제 시장 가치는 6조원에 달한다는 것. 서초동 롯데칠성음료 부지는 강남 시세를 고려하면 2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조원대 상징성 큰 부동산은 못 팔 것…매출 저조한 백화점·호텔 위주

땅 부자 롯데가 올해 들어서는 부동산을 하나 둘 정리하려는 행보를 보인다. 그룹 실적을 뒷받침하던 양대 축인 화학과 유통 부문이 심각한 부진을 겪자, 부동산을 매각해 돈줄 확보에 나선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에만 영업적자 4136억원을 기록하면서 주가가 63% 폭락했다. 롯데쇼핑 역시 이커머스 부문 누적 적자가 5540억원, 부채비율이 180%에 육박한다.

지난 11월 27일 롯데그룹은 부동산 자산 중 심장격인 6조원 규모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은행권 보증을 받는 결단을 내렸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서초구 롯데칠성음료 부지에 방문해 이 땅 먼저 팔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부동산은 매출이 하위권인 롯데백화점이나 롯데호텔 위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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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최근 롯데그룹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 및 폐점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자산 목록. /이지은 기자


롯데백화점의 경우 총 32개 점포 관악점·상인점·분당점·일산점·대구점 등 매출 하위권 부실 점포 10여곳에 대한 매각·폐점을 추진 중이다. 매출이 전국 꼴찌인 창원시 마산점은 지난 6월 이미 폐점을 결정했고, 부산시 센텀시티점은 최근 매각 절차를 진행했다. 매각가는 2000억~3000억원대로 추정된다.

국내외에 호텔 31곳과 리조트 3곳, 골프장 2곳을 보유 중인 호텔롯데는 지방 호텔과 서울 소재 4성급 이하 비즈니스호텔을 중심으로 총 6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정리하기로 했다. 서울에선 강남 L7과 롯데시티호텔 명동, 지방에선 롯데호텔 울산점 등 2~3곳이 점쳐진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신격호 명예회장이 살아 생전 전국 곳곳 요지에 부동산 자산을 확보해둔 것이 신의 한 수”라면서도 “다만 롯데백화점 본점이나 롯데월드타워 등 핵심 자산은 롯데그룹 상징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매각하지는 않을 확률이 크고, 시장에 나오더라도 자산 가치가 상당해 매수자를 찾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결국 매출이 떨어지는 백화점·호텔 위주 비핵심자산을 정리할텐데, 지금 시점에서 각 점포가 해당 지역에서 개발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가 매각 성사의 관건”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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