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강남 마지막 알짜 재건축 단지인 서초구 진흥아파트(이하 서초진흥)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조합 측이 4년 전 약속과 달리 상가 조합원들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정관을 바꾼 것에 대해 법원이 이를 무효화시킨 것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서초진흥 상가 조합원이 서초진흥 재건축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총회 결의 무효 확인 청구 소송’과 관련해 지난달 21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기존 정관 조항을 변경정관과 같이 변경해야 할 객관적 사정이나 필요성이 있다거나 그 필요가 원고들을 포함한 상가조합원의 신뢰 침해를 정당화할 만큼 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조합이 상가 조합원들의 신뢰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았다”며 “상가 조합원들의 내부 규범을 변경하는 내용의 이 사건 결의는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하고 그 하자가 중대ㆍ명백하므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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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측은 추진위원회 상태였던 2019년12월 상가 조합원들과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에는 ▲재건축 후 신축 상가 토지면적 2366㎡ 보장 ▲용도변경으로 기존 상가 토지가 3종 일반주거지역이나 준주거지역이 되더라도 아파트 입주권과 조합원 권리 보장 ▲상가 개발 계획을 자체적으로 짤 수 있는 독립정산제 등이 담겼다.
조합 측은 2020년 2월 창립총회를 열고 정관에 이 합의서를 포함했다. 그러나 조합 측은 정식 설립 이후 태도를 바꿨다. 기존 합의서에는 3종 일반주거지역과 준주거지역 여부에 관계없이 상가 조합원에 대해서 분양권을 주는 것으로 정했지만 준주거지역이 되면 상가 조합원은 분양권을 받지 못하도록 정관 내용을 바꿨다.
기존 합의서에는 상가협의회가 스스로 운영 방안을 마련하고, 조합은 이를 재건축 계획안에 반영하기로 했으나, 이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조합은 기한 내에 상가 측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조합 측 계획을 무조건 따르도록 하겠다고 정관을 개정했다.
조합은 지난해 3월10일 정기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조합정관 개정의 건’을 통과시켰다. 상가 조합원 122명을 포함한 재적 조합원 719명 중 628명이 참석, 569명(79.13%)이 찬성했다. 상가 측은 “조합이 도정법상 조합원 3분의 2 동의를 받으면 정관을 개정할 수 있는 점을 악용했다”고 주장했다.
1979년 준공한 서초진흥 아파트는 서울지하철 2호선과 신분당선이 지나는 강남역 인근에 있다. 지상 15층 7개 동에 전용면적 101~160㎡ 총 615가구다. 단지 내 상가는 125실이다. 2020년 3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현재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있다.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최고 59층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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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지는 제3종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해 용적률 372%, 857가구(공공주택 94가구)로 바뀔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 25일 ‘제12차 도시계획위원회 신속통합기획 정비사업 등 수권분과위원회’를 열고 ‘서초진흥 아파트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변경·경관심의안’을 수정가결 했다.
조합은 이번 심의 내용을 반영해 정비계획 고시, 건축,교통,교육,환경 등 통합심의를 거쳐 건축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조합이 재판 결과에 불복할 경우 재건축은 또 다시 속도가 늦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