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유령의 집도 재테크 수단" 부동산 미신에 빠진 '이 동네'

뉴스 차학봉 기자
입력 2024.12.01 07:00

[땅집고] “홍콩에서 집을 저렴하게 구입하려면 ‘유령의 집’을 사라”

로이터, 이코노미스트 등에 따르면 홍콩에서 자살, 살인 또는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 주택이 ‘유령의 집’, ‘흉가’로 불리며 시장 가격보다 20~40%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다. 홍콩에서는 비극적으로 죽으면 유령이 그 집에 계속 살면서 새로 입주한 주민에게 불행을 준다는 믿음 탓에 ‘유령의 집’ 가격이 낮다.

[땅집고] 2차 대전중 일본군이 수녀를 참수했다는 속설로 인해 폐허로 방치된 홍콩 드래곤 롯지/sns캡처


홍콩에서는 법적으로 구매자는 광둥어로 '홍자'라고 불리는 '유령의 집'에 대한 세부 정보를 알 권리가 인정된다. 2004년 홍콩법원은 부동산 중개업체가 유령의 집이라는 사실을 구매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4만 달러를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한 부동산 웹 사이트에는 불의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주택만 모아 소개하는 코너가 있다. 빚과 인간관계로 인해 36층에서 뛰어내린 축구 선수의 집, 숯불을 피워서 자살한 지 한 달 만에 시신이 발견된 이혼녀가 거주하던 집, 가사 도우미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한 여성이 살던 집….

홍콩을 대표하는 유령의 집은 빅토리아 피크에 있는 드래곤 롯지이다. 2004년에 마지막으로 7400만 홍콩 달러(약 127억원)에 매각된 이 저택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처형된 가톨릭 수녀들의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결국 수십 년 동안 방치됐다.

‘유령의 집’ 가격이 저렴한 것은 미신 탓도 있지만, 은행의 대출 관행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은행들이 자살사건이 난 주택에 대해 대출을 꺼린다. 그러나 귀신에 대한 속설을 믿지 않는 젊은층이나 외국인들에게 ‘유령의 집’은 오히려 저렴하게 주택을 마련하는 방법이 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한 부동산 투자가는 유령의 집만 골라서 30~50% 할인된 가격으로 사들이고 있다. 그는 유령의 집을 200개 이상 인수했다. 특히 2010년에 한 남자가 불을 지르고 한 여자가 목을 매달았던 아파트를 사들여 8년 후 5배 높은 가격에 팔았다고 밝혔다. 그의 주요 고객은 미신을 믿지 않는 해외이주민이라고 한다.

로이터 통신은 미신을 믿지 않는 젊은이들에게 비극적 자살이나 살인이 난 집이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구입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중개업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불운한 아파트를 사는 것은 이제 집을 소유하는 매우 실용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 4~5년 후면 사람들은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어버리기 때문에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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