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기상도-롯데건설] ③올해 분양한 단지 60%가 1순위 청약 미달…캐슬 브랜드 주춤하나
[땅집고] 올해 롯데건설이 ‘캐슬’ 브랜드를 달고 분양한 아파트가 1순위 청약에서 줄줄이 대량 미달 사태를 빚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건설은 미분양 해소를 위해 일부 지역에서 계약금을 분양가의 5%로 낮추는 등 파격적인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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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캐슬’ 아파트 곳곳서 청약 미달 잇따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들어 롯데건설이 롯데캐슬 브랜드를 적용해 분양에 나선 아파트는 총 12곳이다. 이 중 1순위 청약에서 모집 가구수를 채우지 못해 평균 청약 경쟁률이 1대1에도 미치지 못했던 단지가 7곳으로 전체의 60%에 달한다.
올해 롯데캐슬 아파트 청약 미달 현상은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먼저 수도권에선 경기 이천시에 3월 분양한 ‘이천 롯데캐슬 센트럴 페라즈스카이’가 대거 미분양됐다. 792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에서 165명만 접수해, 경쟁률이 0.2대 1로 저조했다. 마찬가지로 ▲6월 경기 오산시 ‘롯데캐슬 위너스포레’가 0.78대 1(737가구, 581명 청약) ▲8월 인천시 계양구 ‘계양 롯데캐슬 파크시티 1단지’가 0.7대 1(1673가구, 581명 청약) 등도 청약자를 모집하는 데 실패했다.
위 단지들이 수도권인데도 일제히 미분양을 겪은 이유는 각 지역에서 입지 매력도가 떨어지거나, 인근 시세 대비 분양가가 저렴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청약 경쟁률이 가장 낮았던 ‘이천 롯데캐슬 센트럴 페라즈스카이’의 경우 84㎡ 기준 분양가가 최고 7억원에 달했다. 바로 옆 ‘이천 롯데캐슬 골드스카이’(2018년·736가구)가 이 아파트 분양 시점인 올해 3월 5억7000만~5억9000만원에 실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시세 대비 1억원 이상 비싸게 분양했던 셈이다.
지방의 경우 아직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지 않은 지역 위주로 분양에 나서는 바람에 대거 미분양이 발생했다. 올해 5월 경남 김해시 ‘김해 구산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청약 경쟁률이 0.7대 1에 그쳤고, 11월 울산시 중구 ‘번영로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도 0.46대 1로 청약 마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앞서 언급한 미분양 아파트 5곳의 경우 롯데건설이 단순 도급 시공을 맡은 현장이라는 것이다. 토지 확보부터 분양·시공 등 모든 과정에 대한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 자체 사업보다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시공만 담당한 현장이더라도 미분양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 분양대금 확보에 따른 공사비 회수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롯데건설 입장에선 여전히 걸림돌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분양미수금은 2023년 한 해동안 180억9900만원에서 올해(1월 1일~9월30일) 756억8700만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택 부문 미청구공사액은 1조698억원에서 1조4858억원으로 40% 정도 늘어난 것으로 공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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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 지분 가진 현장도 줄줄이 미분양…부담 불가피
부동산 개발 업계에선 올해 롯데건설이 시행사 지분을 확보해 자체 사업 격으로 분양에 나선 현장에서 모두 분양 참패를 겪은 것이 더 치명적이라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현장이 광주시 서구에서 중앙공원1지구 민간공원 개발사업으로 건설하는 ‘중앙공원 롯데캐슬 시그니처’다. 이 사업은 광주시 서구 금호동·화정동·풍암동 일대 243만 5027㎡ 부지에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가구 규모 대단지를 짓는 프로젝트로 총 사업비만 2조원대에 달한다. 롯데건설은 ‘중앙공원 롯데캐슬 시그니처’ 시행사인 빛고을중앙공원개발(빛고을SPC)의 지분 29.5%를 확보하고 분양 사업에 참여, 시공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올해 4월 정당계약 결과 초기 계약률이 20%대에 그칠 정도로 낮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분양한 주택 총 2364가구 가운데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34평)가 206가구로 10% 뿐이고, 나머지 90%(2158가구)를 102~233㎡ 대형으로 구성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대형 평수일수록 가격이 비싸 중소형 대비 청약 수요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런 가운데 분양가까지 광주지역에서 최고가 수준으로 책정해 청약 당첨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1블록 기준 114㎡(44평)가 10억7200만원에 분양했으며, 211~233㎡ 펜트하우스는 30억7220만~36억1100만원에 달했다.
현재 ‘중앙공원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계약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각종 금융 지원책을 ‘통 크게’ 마련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분양 홈페이지에선 분양대금의 10%로 책정한 계약금 중 5%를 롯데건설이 빌려줘 초기 비용 부담을 반으로 줄여주겠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더불어 올해 12월 26일까지 계약자들에 대해서는 중도금 1차 1.7%, 2차 2.7% 저금리 혜택을 적용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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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선 경기 의정부시에서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총 671가구 규모로 짓는 ‘의정부 롯데캐슬 나리벡시티’가 미분양 오명을 썼다. 롯데건설은 기존 한화건설이 보유하던 시행사 나리벡씨티개발의 우선주 지분 14.29%를 인수한 뒤 시공사 지위를 따냈다. 하지만 올해 9월 분양 결과 총 606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에 325명만 접수해 경쟁률이 0.53대 1에 불과했다. 현재 이 아파트는 미분양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10월 말부터 선착순 동호지정 계약을 진행 중이다.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 ▲계약금 5% 무이자로 신용대출 지원 ▲중도금 3% 고정금리 등 혜택을 내걸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가 시행사 지분을 가지고 참여하는 사업의 경우 아파트가 완판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반대로 미분양이 터지면 손실을 전부 감당해야 한다는 위험 부담이 있다”면서 “올해 롯데건설이 참여한 현장 중 우량 사업장이 없다보니 미분양 폭탄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 업계 및 소비자 사이에선 롯데캐슬 브랜드 평판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