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결과가 공개됐지만, 경쟁이 과열됐던 분당에서는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점수가 가장 큰 주민 동의율이 변별력을 상실하자 사업성을 저해하는 장수명 주택, 추가 공공기여, 이주대책 지원 등 항목을 ‘풀베팅’한 후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27일 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로 총 13개 구역, 3만6000가구를 선정했다. 이 중 분당은 샛별마을 동성 등 2843가구, 양지마을 금호 등 4392가구, 시범단지 우성 등 3713가구 등 1만1000여가구로 가장 많았다.
선도지구로 선정된 구역은 2025년 특별정비구역 지정되면 본격적으로 재건축 사업에 착수한다. 국토부 계획에 따르면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가 목표다.
각 구역은 공모 과정을 거쳐 선도지구에 선정됐으나, 오히려 과열된 경쟁으로 인한 출혈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특히 분당은 성남시의 선도지구 세부 평가기준이 재건축 사업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토부 기준을 그대로 따르거나, 간소화된 기준을 제시한 다른 지자체와 달리 성남시는 세부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했다. 선도지구 발표 전부터 도시기능 활성화 필요성 항목이 사업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당 주민들의 불만이 컸다.
문제가 된 항목은 장수명 주택 인증, 추가 공공기여, 이주대책 지원 여부 등으로 2~3점이 부여됐다. 각각 사업비 증가 요인이다. 당초 성남시는 해당 항목을 공모사업 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설정했다.
이 중 장수명 주택 인증이 사업성에 치명적이라는 평가다. 장수명 주택이란 구조적으로 내구성을 갖추고, 내부 구조 가변성과 수리 용이성 등이 우수한 주택을 말한다. 선도지구 사업계획서에 최우수등급(1급)을 충족하겠다고 한 경우 3점을 받는다. 현재 국내에 최우수등급을 받은 곳은 세종시 ‘세종 블루시티(2019년)’가 유일하다. 최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장수명 주택은 비장수명 주택 대비 15~20% 정도 증가한다.
분당은 평가 기준 중 배점이 가장 큰 주민참여도(동의율, 60점)에서 경쟁이 과열됐다. 95% 만점 단지가 속출하자 일부 구역에서 추가 점수를 받기 위해 장수명 주택 인증 항목을 포함하기 시작했다.
공모 접수 직전까지 선도지구 정보전이 이어지면서 장수명 주택 인증 뿐 아니라 추가 공공기여, 이주대책 등을 모두 포함한 일명 ‘풀베팅’ 단지들이 나왔다. 분당의 한 통합재건축 구역 관계자는 “풀베팅하지 않으면 선도지구 선정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선도지구에 선정된 3개 구역 모두 해당 항목을 모두 포함시켰다.
선도지구가 불발된 일부 구역에서는 “선도지구는 승자의 저주”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선도지구 선정 이후에도 국토부와 각 지자체는 특별정비예정구역별 순차정비 개념을 도입해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매년 지자체별 정비물량 내에서 진행하되 2025년부터는 공모 방식이 아닌 주민제안 방식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선도지구 공모처럼 과열된 경쟁으로 무리한 사업계획을 제안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벌어지지 않는 것이다.
풀베팅한 선도지구 중 소유주들의 예상보다 추정분담금이 높을 경우 사업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내년 이후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는 구역 중 분담금이 적은 경우 오히려 선도지구보다 빠르게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이종석 1기신도시재건축연합회장은 “선도지구 선정 이후가 본게임인데, 예선부터 불필요하게 체력을 소진한 꼴이 됐다”며 “장수명주택, 이주대책, 추가공공기여 등은 상황에 맞게 포함시키도록 한 항목들인데 경쟁이 붙었다. 추후 사업성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우 땅집고 기자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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