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3000만원 내고 회원되면 임대아파트 준다?"…사기논란 휩싸인 쌍령지구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4.11.22 09:34

[사기 논란 휩싸인 민간임대①] 땅 매입도 안됐는데…6000만원 내면 10년 임대아파트 준다?

[땅집고] 경기 광주시 쌍령동 일대에 임대주택 사기분양 홍보와 관련해 피해 발생을 주의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박기홍 기자


[땅집고] “땅을 사겠다는 사람이 아직 팔지도 않은 내 땅에 아파트를 짓는다고 홍보해서 일반인에게 투자금을 모아 잔금을 치른다는 게 말이 됩니까. 아파트 사업승인도 안 난 내 땅에 아파트를 짓는다고 홍보하던데…. 완전히 사기 아닌가요.”

경기 광주시 쌍령동에 7923평(2만6145㎡) 토지를 보유 중인 이모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땅을 감정가보다 훨씬 비싸게 사주겠다고 제안한 A사와 토지매매계약을 맺었다. 이모씨는 약정금 명목으로 계약금의 1%만 받았다. 그런데 이씨는 최근 A사가 자신의 땅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투자자를 모집해 그 돈으로 계약금과 잔금을 지급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씨가 소유한 땅은 도시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쌍령지구 내에 있다. 쌍령지구는 부지면적 42만1000㎡에 공동주택을 비롯해 공원, 학교, 공공청사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쌍령지구는 아직까지 구역지정조차 끝나지 않았다. 당연히 광주시로부터 주택건설계획 승인과 관련한 아무런 인허가도 받지 못한 상황이다.

부동산 시행사인 A사는 이씨 등이 소유한 쌍령지구 내 사업 부지를 확보해 10년 장기 민간임대 아파트 1902가구를 지을 수 있다면서 최근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이미 동·호수까지 기재한 홍보물을 만들어 대대적으로 모집 광고도 진행하고 있다.

A사의 사업 방식은 그동안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인당 초기 계약금 3000만원과 착공 전 3000만원 등 총 6000만원을 A사에 출자한 회원들로 내집마련입주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위원회가 A사와 계약을 맺어 민간임대 아파트 임대사용권과 10년 후 우선분양권을 받아 회원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A사측은 “회원으로 가입하면 10년간 저렴하게 임대주택에 거주하다가 분양전환을 받을 수 있다”면서 “회원이 낸 계약금은 착공하게 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아직 땅 매입이나 인허가를 받지 못해 추가 자금이 얼마나 더 들어갈지 알 수 없는데다, 정작 자금을 낸 회원들로 구성된 입주위원회는 사업 주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회원들은 시행사인 A사에 출자했지만 A사의 주주가 되는 것이 아니고, 결국 사업 주체도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조합주택이나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의 경우 자금을 낸 조합원이 스스로 사업 주체로서 토지 소유권과 시공사 선정 등과 관련한 사업 권한을 갖고 있다.

반면, 이번 사업은 A사가 모든 책임과 권한을 갖고 사업을 추진한다. 내집마련입주위원회는 A사에게 임대사용권과 분양권을 받는 계약은 맺었지만 사업 추진과 관련한 직접 권한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A사가 땅을 매입하지 못해 사업이 장기화하거나 최악의 경우 부도가 나면 회원들은 출자한 돈을 날리고 아파트를 지을 수도 없게 된다”고 했다.

[땅집고] 경기 광주시 쌍령지구 도시개발사업지. 총 면적은 42만1678㎡(12만7577평)로 구역지정 등이 아직 확정 안 됐다.


A사는 현재 쌍령지구 내 일부 토지(3만여평)에 대해 계약을 맺었다고는 하지만 약정금만 냈고 그나마 대부분 땅도 임야다. 토지 소유주 이씨는 최근 토지 매매 계약을 취소하기 위해 내용증명 등을 A사에 보냈다. A사 관계자는 “토지주에게 토지사용에 대한 승낙을 받았고 내년 3월이면 구역 지정도 끝난다”며 “법률적으로 전혀 문제 없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라고 했다.

3년전부터 쌍령지구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해왔던 쌍령지구 도시개발사업 추진위원회 측은 토지주와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A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공동주택 사업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토지 확보”라며 “토지는 사실상 매입약정만 체결한 상태인데다 A사가 등기부등본상 토지 소유자도 아니어서 사업시행사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토지가 다 확보된 것처럼 속여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사기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주택건설사업승인 등 적법 절차를 무시한 채 민간임대주택 투자자를 모집하는 행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지자체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기 광주시는 이 같은 민간임대주택의 위험성에 대한 안내 현수막을 게시하고 보도자료도 배포했다. 시 홈페이지에도 안내문을 올리고 전화상담 등을 통해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쌍령동에서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해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분양 홍보가 이뤄진다는 소식을 듣고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고 안내도 하고 있다”며 “광주시에서 인허가를 진행한 내용이 없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나 반환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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