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외부 차량만 하루 3만대…열받은 아파트 측 "통행료 500원씩 내놔"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4.11.21 16:34 수정 2024.11.22 13:56

[땅집고] 총 7300여가구 규모 대단지인 부산시 남구 용호동 ‘LG메트로시티’ 단지 안에 내년부터 통행료를 징수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MBC


[땅집고] “우리 아파트 진입시 30분마다 500원 내세요!”

총 7300여가구로 부산시 최대 규모 아파트로 꼽히는 남구 용호동 ‘LG메트로시티’. 2001년 1차 단지부터 2004년 5차 아파트가 나란히 입주했는데, 올해 들어 전용 84㎡(34평)가 최고 5억7000만원에 거래돼 용호동 일대에선 핵심 단지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 이 아파트 곳곳에 내걸린 노란 현수막이 지역 사회 논란을 부르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에서 “2025년 1월 1일부터 단순 통과 외부 차량 진입을 금지합니다, 진입시 30분마다 500원의 시설 이용료 부담”이라고 적힌 경고 문구를 게재한 것. 매머드급 아파트인 만큼 단지 내부에 나 있는 크고 작은 도로가 많은데, 입주자가 아닌 외부인이 이 도로를 지날 경우 통행료를 걷을 예정이라고 선포한 셈이다.

LG메트로시티 입주자대표회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단지 내 도로를 지름길로 이용하려는 외부 차량들 때문에 등하교하는 입주자 자녀들의 안전 문제 및 교통 사고가 우려되고, 도로파손 등으로 입주민 민원이 폭주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땅집고] 부산시 남구 용호동 ‘LG메트로시티’ 인근 부산시 소유 도로와 아파트 소유 도로 정리. /이지은 기자


현재 LG메트로시티 단지를 둘러싸고 있는 분포로·용호로를 비롯해, 단지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왕복 4차로 모두 부산시 소유다. 반면 이 도로들과 촘촘히 연결된 4차로 7곳은 아파트 소유인 사유지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단지 인근 용문초·분포초·분포중·분포고에 자녀를 태워다주려는 학부모 차량을 비롯해 다양한 외부 차량들이 아파트 내부 도로를 지름길처럼 이용하면서 곳곳 파손이 발생해왔다고 호소한다. 통행량만 하루 3만대에 달할 정도로 많고 불법 주정차 문제도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2018년 남구청에 도로 포장비 일부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사유지라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와, 입주민들이 납부한 관리비 중 10억원을 도로 포장에 사용한 적도 있을 정도로 손해가 막심하다는 것.

2019년에도 LG메트로시티 입주자대표회의는 사유지 도로에 차단기를 설치하고 외부 차량이 1시간 이상 머무를 경우 30분마다 500원, 1일 최대 7500원에 달하는 주차비 성격의 이용료를 매겼었다.

[땅집고] 부산시 남구 용호동 ‘LG메트로시티’ 단지 내 도로를 이용해 학교로 통학하는 학생들. /MBC


인근 주민과 초·중·고교 학부모는 크게 반발한다. 외부 도로에서 단지 인근 학교까지 가려면 아파트 사유도로를 반드시 지나야 하는데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자녀 통학을 볼모로 돈벌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

민원이 쏟아지자 남구청이 중재에 나섰다. 이달 21일 남구청은 LG메트로시티 입주자대표회의에 외부 차량 통행금지를 명시한 아파트 자체 규약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상 단지 내 도로는 공동주택 부대시설로서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금지돼, 통행료를 걷으면 위법이라는 것.

남구청 관계자는 “외부 차량에 대해 (경고) 스티커를 붙이는 등의 대응은 가능하지만 돈을 징수할 수는 없다”면서 “만약 오는 12월 19일까지 규약을 개정하지 않으면 입주자대표회의 측에 500만원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우리 아파트통과한다고요? 통행료 2000원입니다"

부산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단지 내 도로 통행료를 매겨 화제가 된 아파트가 여럿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성북구 돈암동 ‘한신한진아파트’다. 최고 21층, 31개동, 총 4515가구 규모인데 대지면적이 돈암동 전체 면적의 6분의 1에 달할 정도로 대단지다.

[땅집고] 서울 성북구 돈암동 '한신한진아파트'를 지나는 차량에게 통행료가 부과되고 있는 모습. /MBC 캡쳐


그동안 ‘한신한진아파트’는 내부 도로에 외부 차량 진입이 유독 많았다. 단지가 유치원과 초·중·고를 끼고 있고 스포츠센터 등 상업시설도 가까운데다, 내부 도로가 돈암동에서 서울 도심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이에 매연·소음·진동·주차난 등으로 불편을 겪던 입주민들이 투표를 거쳐 2017년 6월부터 출입구 10곳에 차단기 5개를 설치하고, 외부 차량에게 2000원 통행료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이어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 ‘우림홀인원아파트’(299가구)’ 역시 단지 내 100여m 도로를 지나는 외부 차량에게 통행료 3000원을 받으면서 지역 사회 눈길을 끌었다. /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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