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이게 평당 1억 오피스텔이냐" 결국 정부가 키운 부실시공 논란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4.11.21 07:30
[땅집고] 서울 마곡지구 '롯데캐슬르웨스트' 가구 내부에 콘센트, 조명 컨트롤러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전선이 노출돼 있다. /'롯데캐슬르웨스트'수분양자협회


[땅집고] “어지간한 아파트보다 비싼 오피스텔인데, 하자는 아파트보다 배는 많습니다. 준공 검사 끝내고 사전점검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건물은 엉망으로 지어놓고도 시행사는 준공이 끝났으니 입주하라고 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서울 마곡 롯데캐슬르웨스트 수분양자)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들어선 오피스텔 ‘롯데캐슬르웨스트’(867실)는 하자를 확인하는 사전점검 기간에 입주를 마쳐야 하는 이상한(?) 상황에 놓였다. 시행사인 마곡마이스PFV가 입주 예정자 대상으로 지난 8월30일부터 이달 29일까지 사전점검과 입주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해서다. 입주 예정자들은 ‘공사판에 들어가 살라는 것이냐’며 항변하지만 시행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피스텔이 사실상 주택과 같은 역할을 하는 준주택으로 규정돼 있는데, 정작 입주자를 위한 사전점검은 주택과 동떨어진 제도를 적용하는 탓에 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 하이엔드 오피스텔도 부실 시공 논란 확산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준공 석달 차에 접어들었지만, 누수와 마감재 파손 등 대부분 하자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입주 예정자들은 부실 시공이 명백하다며 시행사에 하자 보수 완료 후 입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입주 기한을 당초 이달 29일에서 공사가 끝나는 시점으로 연장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사인 마곡마이스피에프브이 측은 “안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오피스텔의 경우 준공 이후 하자 보수를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아서다. 시공사인 롯데건설 관계자는 “입주 예정자들이 지적하는 하자 문제는100% 책임지고 처리할 것”이라며 “하자를 이유로 잔금 납부와 입주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들어선 하이엔드 오피스텔 '파크텐 삼성' 창문에 시멘트 물이 굳은 모습. /독자 제공


서울 강남권에 3.3㎡(1평)당 1억원이 넘는 가격에 분양한 이른바 하이엔드 오피스텔도 예외는 아니다. 강남구 대치동 ‘아티드 대치’, 삼성동 ‘파크텐삼성’, 역삼동 ‘원에디션 강남’ 같은 단지도 부실 시공 논란으로 입주 예정자들과 갈등에 휩싸였다.

‘대치 아티드’ 분양 계약자들은 최근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시행사에 발송했다. 이들은 “강남구청에서 사용승인이 난 뒤 재점검을 했지만 하자가 너무 많아 입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시행사는 “부실시공은 계약자들의 일방적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 오피스텔은 사전점검 의무 없어

오피스텔 부실 시공 논란이 확산하는 이유는 사전점검 등을 둘러싼 법규가 다른 탓이다.

아파트는 주택법을 적용받는다. 사업주체는 입주예정자 대상으로 반드시 사전방문을 진행하고, 입주예정자에게 건축물 인도 전까지 방문 과정에서 발견된 하자 보수 조치를 완료해야 한다. 또한 사업주체는 사전 점검 실시 여부와 하자 보수 결과를 사용검사권자인 지자체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통상 시행사는 준공 한달 남짓 전 입주 예정자를 불러 2~3일간 사전점검을 하고, 준공 전까지 중대한 하자를 보수한다. 입주 기간은 준공 이후 약 3개월 간 주어진다. 사실상 공사가 어느정도 마무리된 후에 입주한다. 간혹 일부 공정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지자체가 준공 승인을 보류한다.

반면 오피스텔이나 생활형숙박시설에 적용하는 건축법에서는 사전 방문 조항 관련 내용을 찾기 어렵다. 하자 등 공급 주체 과실을 따지는 법규가 있으나, ‘하자담보책임 기간 내 사업 주체의 중대 과실로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를 전제로 한다. 사실상 날림 공사를 하더라도 인명 사고 발생 전에는 시행사나 시공사를 제재할 근거가 없다.

[땅집고] 아파트 등 주택 사전점검 의무를 명시한 주택법48조2항. /김서경 기자


■“부실시공 제재없는 비주택 건물도 소비자 보호해야”

전문가들은 오피스텔이 업무용 시설로 등장했지만, 주거용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많고 부실공사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빈번하다는 점에서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인력난과 원자재비 인상으로 부실 시공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현재는 공급주체가 오피스텔·상가 등 비주택 건축물을 부실하게 짓더라도 이를 제재할 근거가 없다”며 “소비자가 재산적·정신적 피해를 감수하거나 민사소송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공급주체에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 생기다면 건설업계의 비용·시간적 부담이 늘어 부동산 시장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면서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 관련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소비자 피해와 안전 사고를 줄이는 차원에서 오피스텔 등 비주택 건물의 하자 보수 관련 제도를 손볼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오피스텔 부실 공사는 사실상 바닥난방 허용 등 사업자를 위한 지속적인 규제 완화로 인해 나타난 부작용”이라며 “주택공급을 위해 오피스텔 등 비주택 규제 완화를 추진할수록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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