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대법원이 속칭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범에 대해 징역 15년형을 확정했다. 무자본 갭투자는 주택 매매와 동시에 전세 계약을 체결하면서 매매대금보다 전세보증금을 높게 책정해 자기 돈을 들이지 않고 집을 사는 방식이다.

무자본 갭투자는 집값이 오르면 성공한 재테크가 되지만, 집값이 하락하는 순간 전세보증금 미반환사고가 발생한다. 대법원 확정판결은 무자본 갭투자가 재테크 수단이 아니라 ‘조직적 사기’라는 점을 명확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무자본 갭투자에 관련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지 않아 향후 피해 발생 가능성은 여전하다.

20일 대법원이 전세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최모씨에게 징역 15년을 확정했다. 최모씨는 2020년부터 3년 동안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부산 수영구 오피스텔을 포함해 건물 9채에서 임대 사업을 하며 229명에게 보증금 180억원을 받은 후 돌려두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1월 1심 법원은 최씨에게 검찰이 구형한 징역 13년보다 높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최씨는 다른 부동산이 있어 변제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유보된 약속은 또 다른 기망일 뿐”이라고 했다. 검찰 공소 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0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보증금 반환은 문제없다는 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이고 계약을 체결한 뒤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확정 판결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 8월 규모가 크고 조직적으로 이뤄진 사기범죄에 대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한 영향도 있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이른바 ‘인천의 건축왕’으로 불리는 남모 씨의 경우, 1심 법원은 지난 2월 징역 15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남씨는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91채의 전세 보증금 148억 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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