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2.5조 전주 최대 복합개발 백기 든 롯데건설..시공권 줄줄이 포기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4.11.12 09:08 수정 2024.11.12 14:07

[건설사 기상도-롯데건설] ① 롯데건설, 부동산 침체 속 지방사업서 잇따라 손 떼…"생존 위해 출혈 선택"

/인베스트조선


[땅집고] 사업비만 2조5000억원 이상으로 전북 전주시에서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대한방직 개발사업’이 최근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 사업 시공을 맡기로 했던 롯데건설이 갑자기 금융권에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상환해, 사실상 롯데건설이 해당 프로젝트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한 것 아니냐는 업계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 롯데건설은 대전시에 짓기로 했던 1000여실 규모 오피스텔 시공권 역시 300억원 손실을 보면서 포기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그룹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던 롯데건설이 최근 수백억원대 손실을 감수하면서 지방 지역 개발사업 및 시공권을 포기하고 있다.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 대표이사가 미착공 PF 사업을 솎아내는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단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업계에선 올해 6월 말 기준 롯데건설의 PF우발채무 금액 총 4조8945억원 가운데 브리지론(부동산 개발사업 과정에서 토지 매입 등 초기 단계에 필요한 대금을 조달하기 위해 일으킨 대출) 현장이 80% 이상으로 업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주로 제 2 금융권을 통하는 브리지론은 본PF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데, 분양 흥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동산 침체기 때나 지방 등 외곽 지역에서 진행하는 사업장 비중이 높을수록 기업에 자금난을 가져다 줄 위험이 크다. 따라서 롯데건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방 등 현장에선 당장 출혈이 있더라도 본PF 전환 전 브리지론 단계에서 손을 떼는 것이 회사를 살리는 길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건설, 1000억 내고 전주 대한방직 개발에서 손 뗐나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건설은 1046억원을 내면서 최근 전북 전주시에서 시공을 맡기로 했던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을 포기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사업은 옛 대한방직 공장이 있던 23만565㎡ 부지에 470m 높이 랜드마크 타워와 200실 규모 호텔, 아파트 3999가구 및 오피스텔 558실 등을 짓는 프로젝트로 전주시에선 역대 최대 규모 개발로 꼽힌다. 시행사인 ㈜자광이 대한방직 부지 매입을 위해 2347억원을 대출받았다. 롯데건설은 이 중 1046억원 규모 대출을 유동화하는 과정에서 자금보충 및 채무인수 약정을 제공하면서 사업에 참여했다.

[땅집고] 롯데건설이 참여했던 전북 전주시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 완공 후 예상 모습. /자광


하지만 지난달 11일 돌아온 대출 만기일에 롯데건설은 돌연 대출액 1046억원을 ㈜자광 대신 변제했다. 본PF로 전환해 계획대로 개발에 착수하는 대신 사업을 아예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롯데건설이 빠진 뒤 대주단과 ㈜자광은 향후 2개월 기간 동안 사업을 재개할지 여부에 대해 협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결국 ㈜자광이 대주단으로부터 대출금 전액을 상환하라고 요구하는 기한이익상실(EOD·Event of Default)을 통보 받으면서 사업이 엎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롯데건설 측은 대한방직 개발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공언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만약 우리가 정말로 해당 사업을 정리하려는 목적이었다면 ㈜자광 측의 담보물을 처리해 자금을 회수했을 것”이라면서 “현재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서 일단 브리지론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이에 따라 신용 공여했던 금액을 대리 변제한 것 뿐”이라고 했다.

■대전에선 1000가구 오피스텔 분양 포기…300억 날려

[땅집고] 이달 롯데건설이 시공권을 포기한 대전시 도안지구 특별계획구역 35블록 오피스텔 사업지 위치. /이지은 기자


롯데건설은 이달 대전시 도안지구 특별계획구역 35블록에 짓는 지하 4층~지상 47층, 총 1041실 규모 오피스텔 개발 사업에 대한 시공권도 포기했다. 공사 도급액 2800억원 규모 사업으로 시행사 도안미래홀딩스와 함께 오피스텔을 짓고 분양하려던 계획이었는데, 이 사업 역시 구조조정한 것이다.

도안미래홀딩스는 2021년 약 1000억원 대출을 받아 사업부지를 확보했고, 이 과정에서 롯데건설은 약 300억원 규모 후순위 대출에 보증을 서줬다. 하지만 지방 부동산 분양시장이 침체하자 브리지론 대출을 본PF로 전환하는 대신 기존 만기를 계속 연장해왔다.

하지만 올해 9월 20일 새로 돌아온 만기일에 롯데건설은 시공권을 포기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서 롯데건설은 대출 보증을 섰던 금액인 300억원을 온전히 손실로 떠안게 됐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300억원 손실이 생기는 것은 맞지만, 오히려 시공에 나서면 더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해 포기하기로 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시행사·금융사도 롯데건설 때문에 난감…업계 평판 하락할 듯

/인베스트조선


롯데건설 입장에선 PF사업장을 솎아내면서 회사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아직 지방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금리·수수료가 높거나 수익성이 낮을 것으로 보이는 사업장을 솎아내는 것이 추가 손실을 막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건설이 발을 뺀 사업장마다 브리지론 EOD 가능성이 커진다. 해당 개발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되고 사업에 참여한 시행사·금융사 등 관련 기업까지 피해를 보면서 롯데건설 평판이 크게 악화하는 것이 문제다.

만약 EOD가 날 경우 대주단이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서 만기를 연장하거나 토지를 담보로 잡은 뒤 공매로 처분해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부실 사업장에 추가로 대출해주기도 난감하고, 지방 사업지 땅값을 제대로 받아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여러모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것.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롯데정밀화학 등 그룹 계열사로부터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수혈 받아 어느 정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그룹사마다 실적 부진을 겪고 있어 더 이상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롯데건설의 대주주인 롯데케미칼만 해도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4136억원을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2025년까지도 적자 행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건설이 지방에서 시공권을 따냈던 사업장이 여럿 남은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손실 처리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렇게 롯데건설이 시공권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앞으로 금융권에서 롯데건설이 참여한 건설 사업에 대출해주는 것 자체를 꺼릴 것”이라며 “심각한 경우 신용도 하락까지 점쳐진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1112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롯데건설의 영업이익률은 불과 2.8%로, 지난해 같은 기간 3.6%에서 0.8%포인트 감소했다. 2022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7.9%였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토막이다. 당기순이익 역시 상반기 기준 ▲2022년 1300억원 ▲2023년 635억원 ▲2024년 194억원으로 폭락 수준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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