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기상도-삼성물산 건설부문] ① 선별수주 외치더니…지방·리모델링 사업까지 눈독 들이는 이유는?
[땅집고] “대형 건설사 가운데 삼성물산이 요즘 가장 공격적으로 수주 영업을 뛰고 있어요. 다들 깜짝 놀라는 분위기죠. 그간 클린 수주다, 선별 수주다 해서 경쟁 입찰을 극도로 꺼리고 지방은 쳐다도 안봤는데 인력도 많이 뽑고 완전히 달라졌습니다.”(A건설사 정비사업 수주담당 임원)
최근 건설업계, 특히 주택 수주 영업 파트에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대한 경계 경보가 내려졌다. 한 때 주택 사업을 접는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최근 몇 년간 수주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서울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공격적인 수주 모드에 들어간 탓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최근 전략 수정에 대해 “수주를 확대하지 않으면 안될만큼 급한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래미안 불모지’ 광주도 안 가립니다”…정비사업 새 판 짠다
삼성물산은 2015년 12월 서울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수주 이후 4년여 동안 클린 수주와 선별 수주 기조를 내세우며 정비사업 수주 시장에서 사실상 발을 뺐다.
그러다가 2020년 서초구 반포3주구(래미안트리니원)와 신반포 15차(래미안원펜타스) 재건축 시공권을 잇따라 따냈다. 워낙 입지와 사업성이 좋았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경쟁 입찰을 통해 수주한 것이다. 이후에도 삼성물산은 경쟁 입찰 대신 간간이 수의계약으로 수주하는 보수적인 전략을 취했다.
그러던 삼성물산이 최근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치열한 입찰 전쟁에 다시 뛰어든 것. 올 초 오랜 공백을 깨고 1조3000억원 규모 부산 촉진2-1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 포스코이앤씨와 맞붙었으나 사업권을 내줬다. 이어 서울 용산구 남영동 업무지구 2구역(남영2구역) 재개발 사업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과 수주전을 치렀다. 현재는 용산구 한남4재정비촉진구역(한남4구역)에서 현대건설과의 결전을 앞두고 있다. 사업비만 1조6000억원으로 올 하반기 서울 재개발 최대어로 꼽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쳐다보지도 않았던 리모델링과 지방 사업장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선회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2가 현대홈타운 아파트을 비롯해 강동구 성내동 리모델링 단지, HDC현대산업개발과 결별한 강서구 방화6구역 재건축 사업지 등에서 삼성물산이 수주 의지를 드러낸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불모지’인 광주광역시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신가동 주택 재개발 사업지에 입찰참여 의사 공문을 접수했다. 실제 해당 사업지를 수주할 경우 광주에 첫 래미안이 생기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과거 1997년 ‘첨단 삼성아파트’를 마지막으로 광주에 아파트를 짓지 않았다. 래미안은 그 이후인 2004년 출범했다.
■ 고고했던 삼성물산, 전략 바꾼 이유는…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최근 행보가 부진한 경영 실적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 바닥을 드러낸 수주 잔고에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1일 삼성물산이 발표한 3분기 실적을 보면, 건설부문 매출은 4조4820억원이다. 작년 3분기보다 8000억원, 15.1% 줄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4330억원, 8.8% 감소했다. 원래 건설부문은 경기가 좋지 않을 때도 삼성물산의 이익 성장을 이끈 효자였으나, 실적이 줄며 삼성물산 자체 실적에도 타격을 줬다. 올해 1분기만 해도 전체의 47.3%에 달했던 건설부문 영업기여도는 3분기 32.1%로 줄어들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건설사의 향후 일감을 보여주는 ‘수주 잔고’다. 3분기말 현재 건설부문 수주잔고는 23조5870억원. 올 상반기 건설부문 매출액은 총 19조3101억원 수준으로, 대략 1년3개월치 일감만 남은 셈이다. 수주잔고비율은 수주잔고를 매출액으로 나눈 값이다. 그나마 삼성SDS 반도체 공장 등 삼성 그룹사와의 내부 거래 물량이 7조원 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순수 수주액은 올 상반기 매출보다 적은 17조원도 안된다.
시공능력평가액 2위인 현대건설 수주 잔고는 86조5905억원으로 올해 연간 매출 목표액(29조7000억원) 기준으로 약 3년치 일감을 갖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 3분기 말 기준 44조7777억원의 수주잔고를 보유해 연간 매출액 대비 3.8년 치 일감을 확보했다. 기업분석전문 버핏연구소가 최근 30대 건설사 대상으로 수주잔고 비율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삼성물산(1.4배)은 21위에 그쳤다. 10대 건설사 중에선 꼴찌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 잔고가 감소하면 일감이 없어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해 구조조정 등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면서 “해외 건설 수주를 늘리기도 힘들고 삼성전자도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그룹사 물량 확보에도 한계가 오자 급하게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물산은 공격적 수주 전략을 펼치면서 올해 총 10조1550억원, 3분기엔 3조5430억원어치 일감을 새로 따냈다. 해외에서는 1조2000억원 규모 사우디 주베일(Jubail) 지역열병합 발전소, 5000억원 규모 태양광 수주 등이 있다. 주택 사업은 지난 10월 남영2구역(7000억원)을 포함해 총 2조3000억원 어치를 확보했다.
업계 우려에 삼성물산 측은 “전자공사(하이테크 사업)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일반 도급공사와 셈법이 달라 타사 수주잔고에 비해 적어보이는 것”이라면서 “올 4분기 실적까지 더하면 작년 수주잔고 수준까지는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이테크 부문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건설 등을 포함한다. 지금의 실적에는 하이테크 사업 수주가 일부만 반영돼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주택사업을 최근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실제로 주택 부문은 전체 사업 비중에 약 10%대에 불과한 수준으로, 수주 잔고를 우려하거나 크게 고려한 부분은 전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올 3분기까지 수주가 전년동기 대비 약 34%정도 낮긴 하지만, 4분기까지 연간 가이던스 18조 달성을 할 예정”, “주택정비사업의 경우 입지나 사업 조건 등을 우선적으로 검토해, 향후 랜드마크나 해당 구역을 대표하는 상징성까지 갖는 사업지는 수주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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