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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평 원룸 월세 110만원…미친 방값에도 '공실 0' 이화여대 앞 원룸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4.11.07 14:30
[땅집고]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인근에 소형 오피스텔이 줄줄이 지어져 있다. /강태민 기자


[땅집고] 지하철 2호선 이대역 1번 출구를 나와 대형 쇼핑몰 뒤편 이면도로엔 신축 오피스텔이 줄줄이 지어져 있다. 대부분 건물 방 크기는 전용면적 5평 내외, 사실상 ‘원룸 오피스텔’이다. 일부 호실은 옆 건물과 거리가 1m가 안 될 정도로 가까이 지어진 탓에 하루 종일 햇볕이 들지 않는 벽뷰가 됐다. 그럼에도 이 일대는 빈 방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너무 많아서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땅집고]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역 인근 소형 오피스텔 월세 매물 현황. 아현역 인근 신축 오피스텔의 경우 보증금 500만원, 월세 180만원 수준이다.(왼쪽) 역 인근 오피스텔 매물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90만원, 관리비 12만원에 나와 있다.(오른쪽) /네이버페이 부동산


■ 이대 원룸 월세· 관리비 최소 100만원

이대역 인근 오피스텔 밀집 지역에서 가장 저렴한 매물인 전용 5평짜리 복층 원룸 시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90만원이다. 관리비 12만원을 포함할 경우 방값으로만 100만원 이상 임대료를 내야 한다.

이대 인근 역세권에 지난해 준공한 신축 오피스텔 원룸은 월세 125만원, 투룸은 월세 180만원~200만원에 달한다.

이대역 주변 50여 개 오피스텔 단지 중 절반 이상은 전월세 매물이 아예 없고, 월세를 낮추려면 대로 건너편 20년 된 구축 오피스텔을 택해야 한다. 비싼 임대료로 인해 학교 앞을 떠나는 학생들도 크게 늘었다.

이화여대 재학생 위다인씨는 “학교 인근 월세가 너무 비싸서 마포구청 인근에 방을 구했다”며 “월세 부담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상당히 많다”고 했다.

[땅집고] 서울 주요 대학별 원룸 평균 월세와 관리비 현황. 이화여대 인근은 월세와 관리비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임금진 기자


■ 이대 원룸 임대료·관리비, 서울 대학가 1위

그야말로 미친 월세 시세로 인해 이화여대 인근은 최근 서울 대학가에서 원룸 월세가 가장 비싼 곳이 됐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올해 8월 기준,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 평균 월세 시세를 조사한 결과, 이화여대 인근은 월세 74만원을 기록해 1위에 올랐다.

이대 인근 원룸은 관리비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14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2위에 오른 서울대 인근(8만4000원)의 1.7배, 10위를 차지한 성균관대 인근(4만8000원)보다는 3배(3.1배) 넘게 비싸다.

최근 5년 사이 신축 오피스텔이 대거 들어섰지만, 세입자를 구하기는 데 어려움이 없어 월세는 더 오르고 있다. 학기가 시작한 이후로는 빈 방을 찾기가 어렵다.

이화여대 인근 원룸 월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주된 이유로는 공급량에 비해 수요가 너무나 많다는 게 꼽힌다. 임대료를 올려도 무난히 세입자를 들일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집주인들이 줄줄이 방값과 관리비를 올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 이대,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직주근접’ 수요 충족하는 입지

이대역 인근은 지방에서 올라온 이화여대·연세대·서강대 대학생을 비롯해 대학원생, 교직원 등이 원룸을 구하는 곳이다. 게다가 직주근접 선호도도 높은 곳이라 직장인 수요도 상당한 편이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세브란스병원이 있고, 대중교통으로 광화문이나 여의도 등 주요 업무지역으로 이동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2호선을 탈 경우 시청까지는 세 정거장 거리로 6분이면 도착한다.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W부동산 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세브란스병원 의사나 간호사를 비롯해 이 일대에 거주하는 직장인은 결혼이나 타 지역 발령 등으로 인해 거주지를 옮기기 전에는 이곳을 떠나지 않는 편이다”라며 “나가는 사람이 없으니 새로 오는 학생들이 들어갈 방이 없고,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임대료를 못 올리는 경우에는 관리비를 무제한 인상한다”며 “4평 방의 기본 관리비가 20만원, 30만원까지 오른다”고 덧붙였다.

신축 오피스텔의 경우 빌라형 원룸보다 관리비가 비싸지만, 시스템에어컨과 빌트인 냉장고 등 가전을 두루 갖추고 있어서 젊은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다.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공동출입구와 무인택배함 등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땅집고]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역에서 경의중앙선 신촌역까지 일대는 모두 상업용지다. 용적률 최고 800%를 적용할 수 있는 고밀도 개발 가능 지역이다. /네이버지도


■ 고밀도 개발 가능한 상업용지, ‘다닥다닥’ 오피스텔 불가피

게다가 이대 인근의 경우 이대역 1,2번 출구에서 신촌역까지 이어지는 8만㎡가 모두 상업용지다. 용적률이 최고 800%로, 주거용지(165%~275%, 1종 165%·2종 220%·3종 275%)보다 높아서 고밀도 개발이 가능하다.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A부동산 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다른 대학가보다 신축 건물이 많고,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니 집 주인들이 임대료를 높게 부르는 것”이라면서도 “임대료를 올려도 온다는 세입자가 있어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여기에 보증보험 가입 조건이 까다로워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게 됐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이대 인근 원룸 월세가 하락할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한다. 월세가 고공행진하면서 오피스텔 임대수익률도 오르는 추세다. 금리 인하에 따른 임대수익률 상승 기대와 공급 부족으로 매매와 임대차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며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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