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0년 방치한 대곡역세권 결국 베드타운" 고양시에 8.5만 가구 아파트 공급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4.11.06 07:30

고양대곡역세권지구, 아파트 9400가구 공급
주변에 개발 예정된 주택만 ‘8.5만가구’
일산 주민들 “비상 걸렸다”

[땅집고]지난 5일 국토교통부가 수도권 그린벨트 일부를 해제하고 신규 택지를 지정하는 '11·5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공급 대책에는 경기 고양시 대곡역 일대 그린벨트 지역이 포함됐으며, 이 일대에 9400가구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사진은 경기 고양시 대장동 대곡역 일대 모습. /땅집고DB


[땅집고] “일산 신도시 비상 걸렸네요. 우리는 이제 영영 베드타운에서 벗어날 수 없겠죠. 기업이 대거 들어와야 하는데 20년째 주변에 아파트만 연거푸 개발되네요.”

5일 정부가 10년 넘게 방치되어 온 경기 고양시 대곡역세권개발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대곡역세권개발 사업지구 일대 60만평에 그린벨트를 풀어 9400가구 아파트를 공급하고 환승센터 및 업무시설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그간 베드타운 이미지가 강했던 고양시에 정부가 또다시 대량의 주택 개발계획을 예고해 주민들 사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고양 창릉지구 개발, 고양 경제자유구역 추진 등으로 앞으로 고양시에 계획된 아파트 물량만 약 8만가구를 넘겨 지역 내 개발이 주택 공급에만 쏠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 5개 전철 지나는 고양 대곡역 일대, 9400가구 공급

국토교통부는 5일 수도권 5만가구 규모 신규택지 후보지를 발표하면서 경기권에는 고양시 덕양구 내곡동, 대장동, 화정동, 토당동, 주교동 일원 199만㎡(60만평)에 9400가구 주택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고양 대곡역 인근은 서울시 경계에서 약 8km에 있고 서측에 일산신도시, 동측에 고양 화정지구와 접해 있다.

지구 남측 대곡역에는 연말 개통 예정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A, 교외선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의중앙선·서해선 등 철도 5개 노선이 지나는 교통 요충지로 고양시 내에선 노른자 땅으로 불린다.

하지만 역사 인근 역세권 개발 부지는 99%가 그린벨트로 묶여 약 10년째 허허벌판으로 방치된 채로 있다.

시가 이 일대에 지식산업단지, 주거 및 상업시설 등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수년 째 사업시행자를 구하지 못한 탓이다.

[땅집고] 고양시 대곡역세권 신규 택지 후보지 위치. /국토교통부


국토부는 이곳에 GTX 복합환승센터를 구축하고, 서울 방향으로 가는 차량의 주 접근로인 고양대로·서오릉로의 교통량 분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곡역세권을 중심으로 자족 시설과 업무 시설을 배치해 지식융합단지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날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고양시는 다른 어떤 지역보다 주택 공급을 위한 택지로만 개발이 많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다 보니 규제에 의해서 기업이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이번에 신규 택지 개발을 하게 되면 새롭게 오겠다는 기업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 주민들 “고양시 베드타운 확정이네요”…연이은 아파트 개발 소식에 분노

하지만, 일산 등 고양시 주민들은 3기 신도시 창릉지구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주택 택지 개발 소식에 반발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업무지구로 개발한다고 발표했지만, 약 1만가구에 육박하는 주택 물량이 함께 계획됐기 때문이다. 기업 유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아파트만 개발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일산 주변에는 2003년 2기 신도시 파주 운정지구(11만가구)가 들어선 이후 지난 20년 간 연이어 아파트가 들어섰다. 이 때문에 고양시는 아파트 난개발의 온상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그간 고양시 내에만 삼송지구(2만6000가구), 향동지구(9800가구), 원흥지구(8600가구), 지축지구(9100가구), 덕은지구(4800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여기에 대곡역세권지구 인근에서 서울 방향으로 약 5km 떨어진 거리에는 3기 신도시 고양 창릉지구 3만8000가구가 예정됐다.

[땅집고]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내 아파트 모습. /땅집고DB


이와함께 고양시에 노후계획도시 개발을 위해 연내에만 9000가구 재건축 선도지구를 계획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추진으로 2만8000가구도 계획했다. 앞으로도 약 8만5000가구에 육박하는 주택 개발 계획이 한꺼번에 예정돼 베드타운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양시의 한 주민은 “판교테크노밸리가 있는 분당 신도시처럼 고양시에도 기업이 유치돼 일자리가 공급돼야 하는데, 20년 내내 주택 개발 소식 뿐이다”라고 했다. 그밖에도 “업무지구로 개발하지 않고 택지 개발이어서 악재다”, “업무지구 개발이 어려워 결국 아파트만 남겨질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산에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데, 1기 신도시보다 더 가까운 위치 그린벨트가 풀려 일산 재건축에 그리 긍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신규택지보다는 사업 속도가 더 관건이 된다”며 “공사비 등 추가 분담금을 주민이 감당할 수 있는지가 신규 택지 개발로 인한 영향보다 재건축 성공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크게 미칠 것”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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