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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타운도 입지 전쟁" 금융·건설업계, 서울·수도권 '시니어 주거' 개발 총력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4.11.01 13:44 수정 2024.11.01 13:51

[땅집고] 서울 여의도에서 경인고속도로를 타고 40분 만에 도착한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청라수변공원에서 북쪽으로 7분가량 걷다 보면 30층 이상 고층 아파트들 사이로 9층짜리 갈색 신축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외관에 간접조명을 비춰 고급호텔 느낌마저 나는 이곳은 ‘시니어타운’이다. 올해 2월 개관한 ‘더시그넘하우스’ 청라점으로 인천에 들어선 첫 프리미엄 시니어 주거시설이다. 국내 대표 시니어타운으로 자리 잡은 더시그넘하우스 강남점(서울 자곡동)을 성공적으로 안착한 ‘도타이’의 2호 시니어타운이다.

최근 인천을 비롯해 수도권 곳곳에선 이른바 ‘시니어타운 대전(大戰)’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개관한 종로구 평창동 ‘평창카운티’를 시작으로 강서구 ‘롯데캐슬 VL 르웨스트’, 송파구 ‘위례 심포니아’, 경기 의왕시 ‘백운호수 푸르지오 숨속의 아침 스위트’가 차례로 문을 연다.

[땅집고] 올해 2월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개관한 시니어타운 '더시그넘하우스'. 지하 3층~지상 9층(1개 동)의 총 131세대 규모다./도타이


■ “이제 건설업 라이벌은 금융사, 보험사” ‘시니어주거’ 개발 쟁탈전

시니어 주거시설에 개발에 뛰어든 건 건설업계 뿐만이 아니다. 메이저 건설사인 롯데건설을 비롯해 자산운용 65조 규모의 이지스자산운용, 국내 1위 건설사업관리(PM) 기업 한미글로벌, 국내 디벨로퍼 1위 업체 엠디엠, KB·신한 금융 등이 뛰어들었다. 더시그넘하우스 강남을 본격적으로 운영한 이래 도타이는 매년 90억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도타이는 제조업에 기반을 둔 회사다.

[땅집고] '더시그넘하우스' 청라점 내부 식당 모습./강태민 기자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수요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국내 실버타운은 현저히 부족하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 전국 현황’에 따르면, 전국의 실버타운은 40곳(총 9006가구)에 불과하다. 올해 7월 기준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을 넘긴 것에 비하면 약 0.1%만 이용이 가능한 셈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기업들이 앞다퉈 시니어타운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다.

여기에 정부도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재도입 등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실버주택 공급을 독려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니어타운을 신(新) 성장 동력 차원에서 바라보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도심 시니어타운 입소 대기만 ‘1년’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있는 ‘시그넘하우스 강남점’은 작은 방(전용 11~18㎡)의 경우 최소 6개월, 큰 방(21~24㎡)은 1년쯤 입소를 대기해야 한다. 이곳에 1년 전 입주한 이모(72)씨는 “나이 들어 혼자 지내니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불안했고, 그렇다고 큰아들과 같이 생활하는 것도 불편했다”면서 “실버타운에 들어온 후로는 새 이웃을 알게 됐고, 수십년간 하루도 빼먹지 않은 남편 식사 준비나 청소 등 집안일에서 벗어나 만족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롯데건설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짓는 ‘롯데캐슬VL르웨스트’와 롯데호텔이 부산 기장군에 공급하는 ‘VL라우어’는 준공 전이지만, 90% 이상 임대 분양에 성공했다. VL 라우어는 지하 4층~지상 18층, 연면적 19만8670㎡ 규모로 조성하는 국내 최대 규모 시니어 복합단지다.

[땅집고] '더시그넘하우스' 청라점 전용면적 16평 거실./강태민 기자


시니어타운 성공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도심 접근성이 꼽힌다. 입주자 만족도가 높은 시니어타운은 대중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거나, 도심을 편히 오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대형병원이 가까운 것도 중요하다. 고령일수록 아픈 곳이 늘면서 채혈이나 검사, 진료 등으로 병원에 갈 일이 많다. 뇌출혈 등 긴급 상황에 처했을 때 빠르게 응급실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니어주거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학병원이 없고, 도심과 거리가 먼 지방 실버타운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경남 창녕에 지은 시니어타운 ‘더케이서드에이지’는 문을 연 지 17년 만인 2022년 초 파산했다. 사업 초기부터 입주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 시니어타운 개발도 양극화, 수도권으로 몰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니어타운 공급은 한동안 지속할 전망이다. 서울 은평뉴타운과 화성 동탄신도시, 인천 청라신도시 등에는 복합시설과 연계한 시니어타운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대건설과 이지스자산운용은 은평뉴타운에 업무시설이 결합한 시니어타운을 짓기 위해 부지를 매입했다. 올해 말 착공해 2028년 준공 목표다. 우미건설은 청라신도시 의료복합타운 개발사업을 통해 시니어타운을 공급한다.

국토연구원(2024)의 최근 실태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85.5%는 현재 살고 있는 집 또는 동네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답했다. 박동현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장은 “‘오팔세대’ ‘액티브 시니어’라고 불리는 6070은 오랜 직장 생활로 도심이 익숙하고, 여가·문화 생활을 즐긴다”며 “나이가 들수록 기존 생활권을 고수하는 편”이라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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