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서대문구·강동구·동대문구 등에서 대기업 건설사 브랜드를 앞세운 대단지들이 미분양 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만 하면 ‘완판’이라던 서울 아파트도 역에서 거리가 멀거나 분양가가 비싸면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는는 것이다. 지난달 전국적으로 미분양 주택이 줄었으나 서울에서는 오히려 미분양 주택 수가 늘었다.
지난 달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9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6776가구로 전달 6만7550가구 보다 1.1%(774가구) 감소했다. 반면, 서울 지역 미분양은 같은 기간 946가구에서 969가구로 증가했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센트럴아이파크는 지난 달 28일 5번째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올해 5월 청약 접수를 시작했지만,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잔여 물량 33가구가 남아있다. 전용 59㎡ 15가구, 75㎡ 4가구, 84㎡ 14가구 등이다. 7월엔 121가구가 남았으나 점차 미분양이 소진됐다.
이 단지는 12개동 총 827가구로 내년 6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4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미분양 물량이 남은 이유는 높은 분양가가 원인으로 꼽힌다.
국민평형인 전용 84㎡ 분양가는 10억~11억원 대로 인근 신축 아파트 매매가보다 2억원 정도 높다. 높은 분양가 임에도 입지적 단점이 뚜렷하다. 지하철 3호선 홍제역까지 2㎞ 떨어져 있어 도보로는 지하철 이용이 사실상 어렵다. 걸어서 약 30분 거리다.
한강 조망 아파트에서도 미분양이 발생했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 그란츠 리버파크는 올해 8월 본청약 일정을 진행한 뒤 잔여 물량이 남아 선착순 동·호수 지정 계약을 진행 중이다. 최고 42층 총 407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주거 선호도가 높은 강동구에 위치할 뿐만 아니라 일부 고층 세대는 한강 조망권까지 갖춰 관심을 모았다.
그란츠는 시행사 디에치피프라퍼티원의 고급 브랜드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임에도 미분양이 발생한 건 높은 분양가 탓이다. 이 단지 평당 분양가는 평균 5299만원이다. 전용면적 59㎡ 분양가가 15억원 대, 84㎡는 19억원 대다. 인근 래미안강동팰리스 전용 84㎡가 14억 대에 거래되는 점을 감안하면 5억원이나 비싸다.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는 물량이 소진된 1·2단지와 달리 역에서 멀리 떨어져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3단지에서만 미분양이 100여 가구 발생했다. 분양가도 3단지가 더 비싸다.
시행사가 주변 시세보다 더 비싼 분양가격을 내걸고 공급에 나설 수 있는 배경은 처음엔 비싸다고 여겨졌으나 분양가 상승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탓에 결국 분양 완판에 성공했기 때문이다./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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