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우리)이 9월 시행한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제한 조치를 내달쯤 다시 푸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원래 방침대로 취급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인 1만2032가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입주 시기인 11월쯤엔 대출 규제가 완화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다. 정부의 방침이 역대급으로 오락가락하고, 시중은행도 우왕좌왕하면서 실수요자의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31일 금융권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제한을 11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9월 3일부터 가계여신 실수요자 자금지원 강화를 위해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했다.

조건부 전세대출이란 소유권이 바뀌는 주택에 대해 전세 대출을 받는 것인데,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 등 투기성 대출에 활용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 대출 상품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8월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선제적으로 중단했다. 하지만 실수요자 사이에서 반발이 벌어지면서 잠시 중단했던 조건부 전세대출 재개를 검토했다.

그러나 다시 검토한 결과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은 갭투자를 부추길 우려가 있고, 이는 부동산 가격 상승 이슈로 번질 수 있어 재개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요 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은행) 가운데 하나은행만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은행 별로 대출 조건도 조금씩 다르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모든 주택에 대해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취급을 제한하고 있다. 일반 분양자가 세입자를 구하고 세입자가 전세 대출을 받는 당일 그 보증금으로 분양대금을 완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NH농협은행은 예외로 대출 실행일 전일까지 임대인이 분양 대금을 완납한 사실이 확인되면 임차인에게 전세자금대출을 실행해 준다. 다만,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분양대금을 완납하려는 경우 갭투자로 보고 대출을 내주지 않는다.

신한은행은 조건부 전세대출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신축 아파트의 경우는 수년 전 소유권을 취득하는 계약을 한 상태로 보고 별도 제한은 두지 않았다. 다만 지난달 추가 대출 정책을 통해 신축 아파트에 대한 조건부 전세대출을 중단했다. 직장이전, 자녀교육, 질병치료, 부모봉양 등 실수요자를 제외했다.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대출규제 방침이 오락가락해 혼란을 더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를 하더라도 미리 예고하고, 유예 기간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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