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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일산의 분노…아파트 값 절반, 재건축 용적률도 분당보다 불리해 격차 심화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4.10.30 07:30

30평 아파트, 분당 25억·일산 12억
대기업 꽉찬 분당, 일산엔 아파트만 수두룩
용적률 인센티브도 분당보다 불리
이러다 재건축 불투명 우려 확산


[땅집고] 1기 신도시인 경기 성남시 분당 신도시에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수내동 양지마을1단지금호 아파트. 지난 8월 84㎡가 17억3000만원에 팔려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7월까지 14억9500만원, 15억300만원 등에 팔렸는데 재건축 기대감에 2억원 급등했다.

[땅집고]경기 고양시 일산 신도시에 아파트가 들어선 모습. /땅집고DB


같은 1기 신도시인 경기 고양시 일산 신도시 마두동 강촌마을 5단지 같은 주택형은 지난 9월 6억3500만원에 실거래됐다. 재건축을 추진하지만 올해 내내 시세가 그대로이고,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2년 최고 7억7500만원까지 올랐던 것보다는 2억원 정도 하락했다.

1990년대 ‘천당아래 분당’, ‘천하제일 일산’이라며 신도시 쌍두마차 시대를 열었던 분당과 일산은 입주 후 집값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운명이 달라졌다. 최근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라 재건축을 앞뒀는데, 집값이 계속 벌어져 재건축 성적표도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아파트 옆에 아파트’ 일산, 분당과 집값 격차 커져…재건축 성적표 운명 갈릴 듯

지난 9월 1기 신도시 선도지구 공모가 진행된 후 각 지역에서 집값이 오르고 선도지구에 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일산은 아파트값도 잠잠하고 경쟁도 덜한 모습이다.

일산에서는 재건축 선도지구 공모에 22곳(3만가구)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선정 목표 6000가구보다 5배 많은 규모로 약 11대1의 경쟁률이 예고됐다. 하지만 일부 단지들을 제외하면 올 하반기 집값이 계속 하락세다.

최근에는 재건축 사업성을 염려하는 여론까지 거세졌다.

지난 12일 일산의 14개 구역 34개 단지로 구성된 ‘일산 빌라단지 재건축 비상대책위’는 일산동구청 앞에서 연립주택의 기준용적률을 높여달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 집회를 열었다. 일산의 연립주택 재건축 기준용적률이 170%로 발표되자 분당(250%)보다 사업성이 떨어져 재건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산신도시 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기준용적률이 아파트의 경우 300%, 주상복합의 경우 360%, 연립주택의 경우 170%다. 반면 분당의 기준용적률은 아파트의 경우 326%, 연립주택의 경우 250%로 일산에 비해 대체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도 일산의 집값이 분당만큼 높지 못한 상황에서, 용적률 규제까지 엄격해지면 재건축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산은 분당과 달리 인구 유입 요인이 떨어진다는 점이 재건축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분당은 일찌감치 판교테크노벨리 등을 비롯해 카카오, 한글과컴퓨터, 포스코ICT, 엔씨소프트, 넥슨 등 각종 대기업이 입주해 일자리가 증가했다. 이에비해 일산은 업무지구 없이 1기 신도시 입주 초반부터 현재까지 줄곧 베드타운 기능만 해왔다.

그나마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부지 32만6400㎡에 경기 북부 최대 일자리 사업으로 추진되어온 K-컬쳐밸리(CJ라이브시티)가 주민의 숙원 사업이었지만, 각종 우여곡절을 겪다 올해 7월 경기도의 사업 취소 통보로 추진 8년 만에 최종 무산됐다.

중소규모 택지 개발이 연거푸 이뤄지면서 희소성마저 상실했다. 분당 주변에는 2기 신도시 판교지구가 들어선 이후엔 대규모 택지개발이 없었지만, 일산 주변에는 2003년 2기 신도시 파주 운정지구(11만가구)가 들어선 이후 지난 20년 간 연이어 아파트가 들어섰다.

[땅집고] 2019년 5월 3기 신도시 창릉지구 조성에 반대하는 일산 주민들이 시위를 벌인 모습. /연합뉴스


고양시 내에만 삼송지구(2만6000가구), 향동지구(9800가구), 원흥지구(8600가구), 지축지구(9100가구), 덕은지구(4800가구)가 입주를 마쳤으며 3만8000가구 규모 3기 신도시 창릉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엔 고양시가 일산 대화동·장항동 일대 17.66㎢ 부지에 추진하는 경기경제자유구역 내에 2만8000가구 규모 주거 단지를 더 조성하기로 계획했다.

3호선과 경의중앙선, 서해선을 비롯해 연말 개통하는 GTX-A 노선 등이 지나는 고양 덕양구 대곡역 인근 부지에는 대규모 역세권 개발 사업이 예정됐다. 향후 10~20년 후에도 일산 신도시 인근에는 지속적으로 새 주택 개발이 이뤄진단 이야기다.

■ 신축 30평대 아파트 ‘분당 25억원’, ‘일산 12억원’

1기 신도시 입주 초반에는 분당과 일산 아파트 분양가가 비슷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29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 분당구의 아파트 매매중위가격은 13억3500만원, 일산동구는 5억7500만원으로 2.3배 넘는 격차가 벌어졌다.

[땅집고] 1기 신도시 분당, 일산의 현재 집값 격차.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현재 분당은 국민주택형 기준 노후 단지 시세가 최소 12억원대에서 최고 17억원대에 형성됐다. 일산은 최소 4억원대에서 7억원대에 불과해 분당보다 10억원 저렴하다. 신축단지 가격도 일산은 9억원~10억원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분당에서 가까운 신축단지 판교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97㎡(36평)는 지난 6월 25억3000만원에 팔려 신고가를 경신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재건축 사업성을 평가하는 다양한 요소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분양 수입”이라며 “서울을 비롯해 1기 신도시도 공사비 등을 포함한 재건축 비용이 5억원에 육박하는 상황인데, 분당의 경우 현재 국민주택형 집갑에 5억원을 더해도 판교 아파트들이 20억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지만 일산의 경우는 현재 집값 수준으로 재건축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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