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선도지구 선정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일부 1기 신도시 통합재건축 단지에서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전진단을 사실상 폐지하는 일명 ‘재건축 패스트트랙법’이 통과하면서 선도지구로 선정되는 이점이 없어지고 오히려 부담만 커진다는 논리이다.

지난달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처리됐는데, 사실상 안전진단을 폐지하는 재건축 패스트트랙법으로 불린다. 안전진단 전에도 30년 이상 노후아파트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고, 안전진단 기한을 사업시행계획인가 전까지로 완화했다. 선도지구는 조례가 정한 비율 이상의 공공기여를 제공한 경우에만 안전진단이 면제되는데, 도정법 개정안과 비교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평가다.

또 성남시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선도지구 세부 평가기준을 내밀어 단지들의 부담을 키웠다는 불만도 뒤따른다. 장수명 주택 인증에 대한 불만이 크다. 분당의 한 통합재건축 단지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에서는 최대 6% 정도 공사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지만, 최근 업계에서는 15~20% 정도 증가한다고 보고 있다. 재건축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장수명주택이란 구조적으로 오랫동안 유지·관리될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추고, 입주자의 필요에 따라 내부 구조를 쉽게 변경할 수 있는 가변성과 수리 용이성 등이 우수한 주택을 말한다.

장수명 주택 인증 최우수등급(1급)을 충족한 경우 3점을 부여한다. 현재 최우수등급을 받은 단지는 2019년 실증사업을 통해 조성한 세종시 ‘세종 블루시티’가 유일하다. 당시 국토부는 비장수명주택 대비 3~6%의 공사비용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그외 성남시는 사업시행방식, 이주대책 지원 여부, 구역 정형화, 소규모 단지 결합 여부 등에 2~3점의 점수를 부여했다. 분당은 과열된 동의율 경쟁에 선도지구 공모에서 배점이 가장 큰 주민참여도(동의율, 60점)의 변별력이 사라졌다. 그 때문에 동의율 만점(95% 이상)을 받은 단지들은 추가점수를 받기 위해 장수명 주택을 선택했다.

이종석 1기신도시재건축연합회장은 “(분당은) 선도지구 선정 이후가 재건축의 본게임인데, 예선전에서 불필요한 일로 체력을 모두 소진한 꼴이 됐다”며 “장수명주택, 이주대책, 추가공공기여, 구역 정형화 등은 단지 상황에 맞게 포함시키도록 한 항목들인데, 여기서도 경쟁이 붙었다. 추후 사업성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11월 선도지구 발표 후 ‘특별정비계획 수립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신속한 정비계획수립, 주민부담 경감을 위해 지원할 계획이다.

한 단지 재추위 관계자는 “정부의 계획대로 2027년 착공을 위해서는 도정법 개정안 적용 단지가 우후죽순 생겨나선 안 된다. 그렇게 된다면 특별법에 의한 재건축을 할 이유가 없다”며 “선도지구에도 패스트트랙법에 상응하는 행정적 지원이 더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승우 땅집고 기자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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