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둔촌주공 마무리 성공한 변호사 조합장 "단톡방에 휘둘리면 공멸"

뉴스 배민주 기자
입력 2024.10.17 07:25 수정 2024.10.17 14:50

[땅집고가 만난 사람-박승환 둔촌주공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장] ①1.2만 가구 아파트 사업 성공 비결은?
공사 중단 후 입주 지연 위기 막고 내달 입주
추가 공사비 2500억 절감…단톡방에 휘둘리면 안돼

[땅집고] 14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박승환 조합장. /강태민 기자


[땅집고] 국내에서 앞으로 다시 보기 힘든 역대급 규모의 아파트가 다음달 입주한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이야기다. 전체 1만2032가구로 3인 가구 기준으로 하면 강원 태백시 인구(3만8000여 명)와 맞먹는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84㎡만 무려 4370가구에 달한다. 해당 주택형은 최근 23억~24억원에 거래됐다. 10월 17일 시세 기준 가구당 집값을 20억원으로 잡으면 올림픽파크포레온 ‘아파트 시가총액’은 24조원을 넘는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전 전국 아파트 중 시총 규모 1위는 헬리오시티로 16조2000억원이다.

규모다 크다 보니 사업 추진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2022년 4월 공사비 증액을 두고 이전 집행부와 시공사업단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면서 공정률 52% 상태에서 공사가 멈추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통상 공사 기간이 3년 정도인데 2년쯤 더 늘었다.

공사 중단 6개월 만인 2022년 10월, 조합은 임시총회를 통해 박승환 조합장을 새로 선출했다. 95%의 압도적 지지를 얻은 박 조합장은 멈춘 사업장에 ‘구원투수’로 등판해 시공사업단과의 공사비 갈등을 매듭짓고, 2025년 1월로 연기된 입주일을 올해 11월로 단축하는 성과를 냈다.

박 조합장은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2010년부터 2013년까지는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땅집고는 지난 14일 둔촌주공 재건축조합 사무실에서 1시간30분가량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림픽파크포레온 사전점검(10월12~14일)을 마쳤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단지 내 조경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시공단과 협의 과정에서 조경 부분에 대해 300억원 규모 추가 투자를 받았는데, 확실히 비용을 들인 티가 났다. 시공단에 따르면 소나무 하나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품종도 있다고 한다. 공사가 오랜 기간 중단되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는데 조경이나 커뮤니티 시설을 보면 입주자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공사 중단 등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공사 재개 과정에서 늘어난 추가 공사비를 합의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시공단이 요구하는 1조1300억원의 추가 공사비를 한국부동산원에서 검증받아 확정하기로 했는데, 시공단이 일방적으로 ‘검증불가 항목을 시공단 계산대로 지급하겠다’는 독소 조항을 계약서에 밀어넣었다. 검증 결과, 1조원 가량이 ‘검증 불가’로 나왔다.

검증 결과를 받아들고 나서 한국부동산원 측에 검증 불가한 금액에 대해 당사자 간 합의 혹은 중재, 재판을 통해 결정하도록 설득했다. 1년 간 지리한 설득과 협의를 통해 현금 1400억원과 현물 1150억원 등을 합해 2550억원 정도를 감액할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조합장으로서 한 역할 중 가장 잘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과정은 험난했다. 한국부동산원이 검증하지 못하는 현물 금액은 자체 검증해 총회에 올렸는데 ‘단군 이래 최대 사기극을 벌인다’는 반발이 나왔다. 단군 이래 최대 사기꾼이 될 뻔했다.

하지만 막상 조합원 투표에 들어가니 90%가 넘는 찬성률이 나왔다. 이례적인 일이다. 조합원도 소송전에 들어가는 것보다 적정선에서 합의해 공사 속도를 올리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대단지 사업을 이끌면서 느낀 게 많을 것 같다.

“현재 여러 사업장에서 추가 공사비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나는 변호사여서 법률적 판단을 할 수 있었지만 일반 조합장이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재건축 전문 로펌에 중요한 사항은 질의하면서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얼마 전 청담동 ‘청담 르엘’ 사업장에서도 공사 중단 예고가 나왔다. 공기가 길어지면서 추가 공사비를 누가 감당할 것이냐로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 측은 공사가 늦어진 게 순전히 시공사업단 책임이기 때문에 오히려 지체상금이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따져보면 공사 대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단순히 공기가 늦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시공단에 지체상금을 물릴 수는 없다. 우리 조합에서는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지체상금은 고사하고 금융비용을 더 줘가면서 사업을 재개했다. 재건축 사업에서는 갈등을 봉합하고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는 게 더 중요하다.”

―압구정동, 1기 신도시 등에서 대규모 정비사업을 앞두고 있다. 위험 요소가 무엇이라고 보나.

“우려하는 부분은 재건축에 있어서 대중의 지혜가 잘 발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둔촌주공 사업도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분양을 못하자, 조합이 추가 공사비 무효 소송을 내면서 결국 공사비가 대폭 늘어나는 결과를 맞았다. 객관적으로 봐도 공사 지연과 물가 상승 등에 따라 공사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지만 온라인에서 반대 여론이 형성되면서 결국 조합이 소송을 냈다.

문제가 있으면 구청이나 조합에 민원을 제기하고 해결하는 게 맞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절차를 거치는 대신 SNS(소셜미디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과 없이 본인의 주장을 펼치고 본다. 경험상 합리적인 판단보다 선동에 휩쓸려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소위 ‘여론 형성’이 정비 사업의 위험 요소가 된다. 단톡방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걸 막을 순 없다. 다만 허위 정보가 마치 사실처럼 번질 경우, 잘못된 결정으로 수조원짜리 정비사업을 망칠 수 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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