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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세상승론 '주택 슈퍼사이클', 한국은 예외일까?

뉴스 차학봉 기자
입력 2024.10.15 11:44 수정 2024.10.15 15:49

[땅집고] 최근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를 비롯해 다양한 매체에서 ‘주택 슈퍼 사이클’을 언급하고 있다.

주택가격 슈퍼사이클은 광범위한 거시 경제적 힘에 의한 부동산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 짧은 호황-불황 사이클과 달리 슈퍼사이클은 장기적인 인구 통계적 변화, 글로벌 자본 흐름, 제한적인 토지 이용, 인구 구조의 변화, 주택공급 부족과 같은 구조적 요인에 의해 주도된다.

/챗GPT 이미지



캐나다 모기지 샌드박스라는 사이트에 따르면 주택시장 슈퍼사이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선진국에서 발생했다. 선진국의 주택 가격은 1950년대까지 인플레이션 정도의 상승세를 유지했다. 19세기와 20세기 초에 교통 인프라가 본격 확장되면서 신도시 등 교외확장을 통한 주택의 대량 공급이 주택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시켰다.

그러나 1960년대 정부는 모기지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도시화가 심화했다. 베이비붐으로 인해 주택 수요가 증가했다. 주택 건설은 1960년대에 정점을 찍었지만 그 이후로 둔화됐다. 도로 철도 신도시 등 새로운 인프라를 건설하는 능력이 저하되고 도시는 주택 공급을 제한하는 환경 규제가 가해지면서 주택가격이 장기적으로 상승했다.

[땅집고] OECD국가에서 거대도시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비율(%) /이코노미스트



여기다가 이민자의 증가도 주택 초과수요를 촉발시켰다. 특히 기업과 쇼핑, 관광이 결합된 거대도시의 발달은 특정 지역의 집값을 폭등시켰다.

여러 학자들은 결정적 요인으로 이자율 하락과 정부의 모기지 확대 정책이 주택 가격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자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돕는 고정금리 모기지 제도, 이자 보조금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내집마련에 나서는 무주택자들이 크게 늘어났다. 내집 마련 수요의 증가는 주택가격 상승으로 연결된다.

호주의 한 언론은 이민 확대, 경제회복, 이자율 하락, 주택공급 부족 등으로 향후 3년 동안 30% 이상의 가격 상승을 전망했다.

그런데 왜 지금 이코노미스트 등이 주택 시장의 슈퍼사이클을 언급하는 것일까.

첫째, 펜데믹으로 중단됐던 이민과 관광활동이 본격적으로 재개되고 있다. 특히 관광은 에어비앤비 등의 수요를 늘려 결국 주택가격을 자극한다. 이민과 관광은 경제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땅집고] 미국의 가계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비용 부담 비율(%) /이코노미스트



둘째, 이자율 하락의 본격화이다. 펜데믹 기간중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극단적으로 이자율이 낮아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으로 인한 서플라이체인 중단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발생한 초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발 고금리가 저금리로 바뀌고 있다. 금리인하가 집값 상승에 영향을 주는 것은 틀림없다.

셋째, 공급 감소이다. 2020년부터 시작된 팬데믹과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초인플레이션 등이 겹치면서 원자재 가격 폭등, 인력부족, 인건비 급등이 발생하면서 주택공급이 감소했다. 한국의 경우, 문재인 정부보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에서 주택공급이 40%나 급감한 것도 이런 영향 탓이다.

한국도 주택 슈퍼사이클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내수 경기침체, 가계 부채 증가, 정부의 규제, 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외국과 달리, 신도시 개발을 통한 대량의 주택공급이 가능한 점도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러나 한국은 전형적인 수출주도형 경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수 침체론은 힘을 얻기 어렵다. 가계부채에 의한 집값 하락론도 금리가 하락하면 힘을 잃는다. 중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 한국 역시 수혜를 볼 수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가 내수침체만으로 주택수요가 위축되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증가하고 있어 내수 회복 가능성도 높다. 인구감소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30대 인구는 2030년까지 계속 늘어난다. 결정적인 것은 주택공급 부족과 이자율 하락이다. 신도시에 의한 주택 대량공급도 2030년이 지나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 등 세계적인 경제잡지들이 주택슈퍼사이클을 언급하는데, 한국만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차학봉 땅집고기자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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