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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디즈니랜드도 적자인데…신세계 명운 걸린 화성 테마파크 성공할까

뉴스 차학봉기자
입력 2024.10.14 07:30

홍콩 디즈니랜드, 정부 파격 지원에도 적자 누적
저출산·게임문화 확산에 이용객 급감…롯데도 포기
아파트 7000가구 분양으로 사업성 보완?

[땅집고] 화성시 송산그린시티에 지어질 테마파크 조감도./신세계프라퍼티 제공


[땅집고] “이번엔 진짜 개발되나?” “돈 먹는 하마가 되나?”

경기도와 화성시, 신세계그룹, 미국 파라마운트사는 지난 10일 오전 화성시청에서 '화성국제테마파크 글로벌 IP사 유치 선포식'을 진행했다.

4조6000억원을 투자해서 화성시 송산면 일원 약 4.230㎢(약 127만평) 부지에 최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한 36만평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시설, 쇼핑, 호텔, 골프장, 아파트 등으로 구성된 복합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테마파크 이름은 ‘스타베이 시티’로 현재 경기도에서 관광단지 지정 인허가를 진행 중이다. 연내 관광단지 지정 승인 완료 후, 2026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파라마운트사를 유치했다는 선포식을 가졌지만, 업계에서는 “이번에는 정말일까”라는 말이 나온다.

무려 17년간 테마파크 개발 계획이 표류했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가 개발한 시화호 간척지인 송산그린시티 개발을 위해 USKR컨소시엄이 2007년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한국에 짓는 MOU(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무산됐다.

2010년에는 롯데그룹이 뛰어들었지만 땅값 협상 등에서 문제가 생겨 2012년 무산됐다. 2015년엔 대우건설과 중국 자본이 참여한 USKPH 컨소시엄이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재추진했지만 역시 사업비 조달 문제로 백지화됐다.

이번에 선포식을 가진 신세계그룹은 2019년 '한국판 디즈니랜드'를 표방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언론에서 정용진의 야심작이라는 표현을 달 정도로 각광받았다.

화려한 선포식이 열렸지만, 여전히 회의적 시각이 큰 이유는 뭘까. 송산그린시티 테마파크 사업이 장기간 표류한 이유는 수익성 탓이다. 테마파크 운영 경험이 있는 롯데그룹이 2010년 검토 끝에 사업 포기를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신세계 컨소시엄은 한국수자원공사와 토지 계약을 2021년 3월 18일에 체결했으며, 계약 체결 후 3년내에 공사를 시작하기로 했지만, 착공이 2026년으로 밀렸다. 일부에서는 착공지연 배상금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땅집고] 화성 국제테마파크 IP 유치 선포식. /신세계프라퍼티 제공


테마파크 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테마파크는 투자비에 비해 수익을 거두기 쉽지 않았다. 저출산과 스마트폰, 게임의 발달로 테마파크를 찾는 어린이 자체가 줄어들면서 일본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개장 후 엄청난 적자에 시달렸다. 테마파크는 정기적으로 막대한 재투자가 필요한 것도 걸림돌이다. 수자원공사는 테마파크 용지를 신세계에 3256억원에 매각했다. 일부에서는 헐값 매각이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테마파크가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보는 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2005년 9월 개장한 홍콩 디즈니랜드는 초기 투자 비용 때문에 개장 후 7년간 적자를 기록했으며 2016년 상하이 디즈니랜드 개장으로 직격탄을 받았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관광객 감소로 2020년에는 4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홍콩 디즈니랜드 개발에 홍콩 정부는 32.5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저금리 대출까지 해줬다. 테마파크가 홍콩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인프라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테마파크들이 무더기 부도를 냈다. 테마파크 건설이 활발한 나라는 중국 정도로 수익성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

둘째, 한국의 계절 특성상 야외형 테마파크는 사계절 관람객 유치가 쉽지 않다. 기반시설 조성 등에 '6000억 혈세가 들어간 춘천 레고랜드는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어린이의 여가문화 변화와 한여름, 한겨울에 이용객이 급감하는 계절적 특성도 한몫했다.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미국의 디즈니랜드는 사계절 이용이 가능한 날씨이다.

셋째, 파라마운트의 경쟁력이다. 파라마운트가 유럽, 한국, 중국에 진출한다는 보도는 여러차례 있었지만, 사업이 취소되거나 완공이 지연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라마운트사는 영화 미션임파서블, 탑건, 글래디에이터, 대부, 닌자거북이, 스타트렉 등의 지적 재산권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글로벌 테마파크 업계에서는 추진설만 무성한 ‘듣보잡’에 가깝다. 테마파크의 개척자인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경쟁하기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신세계 측은 “파라마운트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파라마운트의 영화를 활용한 놀이시설은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가 4조 6000억원의 막대한 사업비를 조달할 방법은 있을까.

업계에서는 테마파크 부대시설인 아파트(6383가구), 단독주택(530가구)의 분양 수익을 확보해야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자원공사 측은 이런 문제를 감안해서 테마파크를 착공한 후 아파트를 분양하는 조건을 달아 놓았다.

테마파크에 투자하거나 자금을 빌려준다면, 테마파크의 사업성보다 아파트 분양의 사업성 덕분일 것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아파트 분양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테마파크 사업의 청신호라고 할 수 있다. /차학봉 땅집고기자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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