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신통기획 첫 취소…서울시, '기부채납 갈등' 여의도 시범 정조준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4.10.08 07:30
[땅집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주민 70여 명은 지난 8월 서울시청 앞에서 '데이케어센터'(노인요양시설) 설치를 반대하는 취지로 집회에 나섰다. /독자 제공


[땅집고] 서울시가 주민 반대가 많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후보지를 처음으로 취소시키면서 칼을 빼들었다. 다음 타깃으로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지목되면서 오세훈표 신통기획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재개발 후보지 심의위원회를 열고 강북구 수유동 170-1일대와 서대문구 남가좌동 337-8일대 등 2곳을 신통기획 재개발 후보지에서 취소했다고 밝혔다. 두 곳은 주민 반대가 30%를 넘는 곳으로, 신통기획 후보지가 취소된 첫 번째 사례다.

☞관련기사 : "유치원생도 편 갈라져" 남가좌동 신통기획에 주민 고소 고발 갈등

두 지역 모두 사업 추진이 불투명하고 주민들 간 심각한 갈등·분쟁으로 향후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입안 동의 요건(찬성 50%)과 조합설립 동의요건(찬성 75%)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신통기획을 취소한 것이다.

시는 앞서 올 2월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개정해 신통기획 취소 발판을 만들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토지 등 소유자 25% 이상 또는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이 반대하는 경우 ‘입안 취소’를 할 수 있다. 시는 이 기준을 신설하고 1년도 채 안 돼 주민 갈등이 심한 구역은 신통기획을 배제한다는 원칙을 처음 적용했다. 두 곳 취소로 인해 신통기획 재개발 구역은 모두 83곳으로 줄었다.

[땅집고] 일부 주민들은 여의도 시범아파트 외벽에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독자 제공


업계에서는 시가 오세훈표 역점 사업인 신통기획을 취소한 것에 대해 ‘말 많은 재건축 단지 길들이기’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가 신통기획 재개발 후보지를 취소한 당일, 신통기획 재건축 후보지에 대한 ‘단계별 처리기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단계별 기한마다 다음 사업단계로 추진하지 못하면 기존 신통기획 절차를 취소하고 일반 재건축 사업단지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첫 도입 단지는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다. 시범아파트는 서울시가 기부채납(공공기여) 시설로 노인요양시설인 ‘데이케어센터’를 제시하자 이를 반대하는 일부 소유주들이 시위와 플랜카드 등 적극 행동에 나서면서 화제의 중심에 선 단지다. 시범아파트 일부 주민들의 반대 소식에 오세훈 시장은 더욱 강하게 데이케어센터 설치 의지를 드러내 갈등을 예고했다.

논란이 지속하자 시는 시범아파트가 올 연말까지 데이케어센터를 정비계획에 반영하지 않으면 신통기획을 취소하겠다고 못 박았다. 신통기획을 취소할 경우, 시범아파트는 일반 재건축 사업 단지로 전환한다. 종상향 등 혜택을 받을 수 없고, 2년 넘게 진행한 정비구역 지정 절차도 원점이 된다. 향후 시는 갈등 중인 강남구 압구정 2~5구역, 대치미도아파트 등에 순차적으로 시범아파트와 동일하게 ‘단계별 처리기한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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