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나 결국 상대적으로 덜 오른 저가 주택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서 윤 정부보다 더 강력한 대출 규제를 도입했지만, 고가주택뿐만 아니라 저가주택도 가격이 폭등하는 등 부작용이 발켰다.

수도권 주택 등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규제하는 2단계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이달부터 시작됐다.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서는 스트레스 금리를 0.75%p 대신 1.2%p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 말 기준 724조617억원까지 증가한 5대 시중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관리를 위함이다. 시중은행들은 수도권 주담대 한도를 축소하는 등 본격적인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 집값 잡으려던 대출 규제, 노도강에 ‘풍선효과’?

대출 규제로 인해 중저가 아파트로 수요가 옮겨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연구소장은 “상급지 갈아타기를 하려던 분들이 대출 한도가 줄어들다보니 수평 혹은 하급지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저가 아파트들이 많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으로 수요가 쏠릴 수 있다”고 말했다.

매매중위가격 이상으로 갈아타기를 고려했던 수요자들이 그 이하 지역이나 단지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4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중위가격은 9억6000만원인데 그보다 싼 집을 사려는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7월부터 서울의 9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거래 비중이 늘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9억원 이하 아파트 실거래 비중은 5월 44%에서 6월 39%까지 줄었다가 7월 42.1%로 늘었다. 8월 실거래 중 49%가 9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로 나타났다.

서울의 9억원 이하 아파트 실거래는 상당수가 노도강, 금관구 지역에서 이뤄졌다. 지난 6월 9억원 이하 실거래는 총 2965건이었고, 노도강이 601건(20.3%), 금관구가 432건(14.6%)으로 나타났다. 7월에는 총 3681건 중 노도강 907건(24.6%), 금관구 505건(13.7%)였다.

노원구 상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노도강 지역 집값은 대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원래 이 지역에 매수를 고려하던 분들은 다른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며 “동시에 다른 지역의 실거주 수요자들은 눈높이를 낮춰 노도강 지역으로 오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고 말했다.

■ 대출 영향 덜 받는 강남, “거래량 줄어도 신고가 계속”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상급지에서는 신고가 행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들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매수자들이 아파트를 사들이기 때문에 대출 규제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이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고강도로 대출을 규제하는 만큼의 효과를 내긴 힘들 것이다. 거래량은 다소 줄어들지 몰라도 신고가는 계속 나올 것이다”며 “전세 물량이 줄고 전세가격이 올라가면 매매가격을 자극할 것이다.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지 못해도 전세를 낀 갭투자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초구 반포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반포동을 포함한 강남권의 매수희망자들은 소득이 높고 자금 여력이 충분해서 대출 의존도가 크지 않다. 적응기가 지나면 다시 가격이 오를 것”이라며 “지난달부터 매수 문의와 거래가 줄긴 했지만, 대출 규제보다는 계절적, 시기적 영향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승우 땅집고 기자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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