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부산 해운대에서 수십억원대 초고가 거래가 줄줄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 강남 압구정과 서초 반포 등 강남 한강변 아파트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수십억원 실거래가 기록을 갈아치우듯, 부산 초고가 아파트 시장 역시 건재함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해운대 외 다른 지역 아파트 가격은 제자리 걸음 중이다. 아파트 청약 경쟁률도 낮은 편이다. 업계에서는 부산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심화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 185㎡ 49억원에 팔렸다
해운대 일대에는 수십억원 초고가 아파트 거래가 자주 발생했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 엘시티 더샵’의 전용 185㎡(64층)은 지난달 중순 49억원에 팔렸다. 올해 부산에서 거래된 아파트 가격 중 최고가다.
이는 직전 최고가 48억7000만원(68층)보다도 3000만원 높은 가격이다. 층이 더 낮지만,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해당 주택형 매매가는 2020년 상반기만 하더라도 20억원대였으나, 같은 해 하반기 30억5000만원(69층), 35억원(60층)에 거래됐고, 2021년부터 40억원을 넘겼다.
초고층 단지가 밀집한 마린시티에서도 수십억원 거래가 연달아 나왔다.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 아이파크’ 전용 180㎡은 지난 달 말 33억원(33층)에 팔렸다. 이 단지 옆에 위치한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204㎡(74층)는 지난해 초 38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 非해운대 구축 가격은 제자리 혹은 뒷걸음질
반면 해운대 외 다른 부산 지역 부동산 시장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남구 용호동 3000가구 대단지 ‘오륙도VIEW’의 경우 올 초부터 거래가 꾸준하지만, 가격 차이가 크게 없다.
이 단지 전용 전용 84㎡ 올 1월 실거개라격은 4억8000만원(38층)이다. 4월 5억5000만원(34층)까지 올랐으나, 지난달에는 4억6300만원(31)에 거래됐다. 저층 매물 시세는 이보다 더 낮다.
남구 대연동 2917가구 ‘대연롯데캐슬레전드1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10월 7억4500만원(14층)에 거래됐으나, 반년 넘게 평균 실거래가가 6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부산 대표 재건축 단지 3060가구 ‘삼익비치’ 전용84㎡는 올 3월 13억4700만원(10층)에 팔린 뒤 9억7000만원(5층)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 전국 미분양 12% 증가할 때 부산은 70% 늘었다
신축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청약 시장에도 찬 바람이 불고 있다. 부산 지역 미분양 물량은 반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월 3372가구이던 부산 지역 미분양 주택 수는 2월 3149가구로 하락했으나, 꾸준히 올라 7월에는 5862가구로 73.8% 치솟았다. 같은 기간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6만3755가구(1월)에서 7만1822가구(7월)로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근에는 그래도 ‘완판’ 아파트가 등장했다. 청약홈에 따르면 롯데건설이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에 공급한 총 903 가구 ‘양정 롯데캐슬 프론티엘’은 301가구 모집에 총 2572건 청약이 접수됐다.
이 단지는 올해 부산에서 분양한 17곳의 아파트 중 유일하게 1순위 당해지역(부산)에서 마감했다. 옆 단지인 ‘양정자이더샵SKVIEW1·2·3단지(2025년 준공)’보다 분양가가 다소 높지만, 신축아파트 선호 현상과 부산 지하철 1호선 양정역 초역세권임을 내세워 선방한 것으로 풀이된다.
■ 양극화 심화한 부산, 전체 시장 전망은 '글쎄'
업계에서는 부산의 이러한 양극화 현상이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서울보다 빠르게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산은 한때 '제2도시'로 불렸지만, 낮은 첨단 산업 비중과 높은 고령화율로 인해 도시의 성장 여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역시 중 처음으로 소멸 위험 단계에 진입했다.
그럼에도 불구, 학군과 교통망, 쇼핑몰 등 인프라가 있어서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으로 평가받는 해운대 마린시티나 센텀시티의 집값은 어지간한 부산 아파트 2~3채를 팔아야 살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부산 부동산 시장이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을 따라간다는 의견을 내놨다. 일본 도쿄 중심부는 집값이 폭등했고, 지방은 빈집이 넘치는 상황이다.
침체한 분위기에서 초고가 아파트의 독주가 뚜렷하지만, 전체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4년 6월 부산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지수는 104.2다. 이는 2017년 11월 대비 4.2% 상승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수는 164.3으로 치솟았다. 전년 동월 156.6에서 더욱 올랐다.
부산 실거래가지수는 다른 대도시와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대구(102.2)와 울산(98.4)을 제외한 다른 대도시는 모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전이 138.6으로 가장 높았고, 세종 133.2, 광주 127.8, 인천 119.5로 집계됐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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