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때 ‘반얀트리’ 호텔 부지라는 소문이 돌았던 경기도 시흥시 거북섬 초대형 부지가 공매 시장에 다시 등장했다. ‘시화 멀티테크노밸리(MTV) 조성사업’내 거북섬 상업용지 중 최대 규모다. 이 땅은 그간 2번의 공매에서 모두 유찰됐는데, 이번에는 건축허가를 받아 나왔다.
업계에서는 건축허가를 받은 땅인 만큼 낙찰자가 금융비를 아낄 수 있다면서도 여전히 새 주인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화MTV 개발사업의 사업성이 저하됐다는 점에서다.
■ 공매 시장 나온 ‘거북섬’ 초대형 부지
지난 5일 온비드에 따르면 신한자산신탁은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2724외 1개, 총 2 부지를 공매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2년 9월과 2023년 3월에 이어 세 번째 공매다. 감정평가액은 1073억554만원이다. 총 1만5574㎡ 규모의 초대형 부지로, 시화 MTV사업 내 상업용지 중에서 가장 넓다. 소유자는 더웨이브시화MTV다.
이 땅은 시화MTV사업의 ‘꽃’으로 볼 수 있다. 중심지 역할을 하는 상업용지로 구성된 거북섬에서도 가장 알짜 입지에 있다. 부지 북측에는 세계 최대 인공 서핑 시설을 갖춘 복합리조트 ‘시흥웨이브파크’가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한 ‘시화MTV사업’은 시흥시와 안산시가 시화호 간석지 총 9994만㎡에 총 3조6022억원을 투입해 지식기반산업과 관광·휴양지가 결합한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거북이를 닮은 시흥 ‘거북섬’, 반달 모양의 안산 ‘반달섬’에는 상업지구가 들어선다.
알짜 땅 개발이 수년째 미뤄지면서 업계에서는 ‘거북섬의 꽃이 거북섬의 구멍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인근 다른 부지에는 3성급 호텔 ‘웨이브엠 호텔 웨스트’ 생활형숙박시설 ‘르컬렉티브 시흥 웨이브파크’ 등이 이미 완공돼 숙박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 ‘거북섬 반얀트리’ 부지라더니…실체는 無
부지가 큰 만큼 이 부지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도 상당했다. 한때는 세계적인 호텔·리조트 그룹인 반얀트리의 브랜드 ‘카시아’ 계열 숙박시설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시공사로 알려졌던 현대건설 측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시행사인 더웨이브시화MTV는 이곳에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을 지으려던 것으로 보인다. 시행사는 2022년 5월 시흥시청으로부터 용적률 399%, 건폐율 69%를 적용해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건축허가를 받았다. 연면적은 10만9940㎡다. 총 609개 호실, 생활형숙박시설 3개 동이 들어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금융비 안 들지만, 글쎄”…’거북섬’ 위기 맞은 이유
업계에서는 부지의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해안을 보기 위한 숙박 수요가 있고, 낙찰자가 착공계를 제출하고 바로 건물을 올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낙찰자는 건축허가 소요기간이 단축된 만큼, 금융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 시화MTV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수년째 발목이 잡힌 건설 기업들이 많아서 이곳에서 새로 사업을 추진하기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시화MTV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던 안산 단원구 성곡동 ‘라군인테라스힐스테이트2차’의 분양률은 40%(2023년 말) 수준이다. 낮은 분양률과 생숙 기피 현상으로 인해 분양을 시작한 지 2년이 넘도록 중도금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행사는 총사업비 1조5000억원 중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5500억원, 분양 수입(계약금+중도금)으로 9500억원을 조달하려 했으나, 계획이 틀어졌다.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도 난처해질 위기다. 책임준공과 채무인수 계약을 맺은 만큼, 시행사의 재무상황이 열악해질 경우 대신 돈을 갚아줘야 한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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