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같은 단지인데 8억 뛴 아파트, 마피 붙은 오피스텔" …분상제가 만든 시장 왜곡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4.09.05 07:30
[땅집고] 대방건설이 경기도 화성시 GTX-A 동탄역 인근에 선보이는 '동탄2신도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 단지 전경. 이 단지는 아파트(101~103동)과 주거형 오피스텔(104동), 오피스동(105동)으로 구성됐다. /강태민 기자


[땅집고] 경기 화성시 GTX-A 동탄역 서쪽 편에 위치한 ‘동탄역디에트르퍼스티지’입니다. 내년 2월 입주를 앞두고 1층 상가부터 최고 49층 꼭대기 층까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101동부터 103동까지는 아파트, 104동은 오피스텔인 복합 단지입니다.

2021년 4월 당시 아파트 전용 84㎡는 4억 중반에 분양했는데, 평균 경쟁률 809대 1을 기록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시세보다 훨씬 저렴해 청약자들이 대거 몰렸습니다. 당시 인근 단지 전용 86㎡는 14억 중반에 거래됐는데요. 이를 감안하면 시세보다 무려 10억 가까이 저렴했습니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오피스텔 분양가는 9억원 안팎으로, 아파트보다 2배 이상 비쌌습니다. 그럼에도 동탄신도시에서 가장 뛰어난 입지적 장점과 자고 나면 집값이 오르던 이른바 ‘부동산 불장’ 바람에 힘입어 최고 경쟁률 224대1을 기록, 완판했습니다.


■ 시세 比 반값인 아파트 분양가, 오피스텔은 2배 ↑

2022년부터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당첨자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이 단지의 경우 전매제한 10년을 적용받아 아직 매매 거래가 이뤄진 적은 없지만, 주변 시세를 고려하면 매매가는 분양가보다 8억원가량 올랐습니다. 반면 오피스텔은 분양가보다 저렴한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매물도 안 팔리는 실정입니다.

경기 화성시 오산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신축 아파트 분양가를 인근 단지 매매 시세의 50%가량에 맞추는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아파트 청약 당첨자만 떼돈을 번다”며 “아파트 분양가만 기존 매매가의 80% 정도로 맞춰도 이런 황당한 상황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땅집고]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에 들어서는 '동탄역디에트르퍼스티지' 위치. /임금진 기자


분양가상한제 규제로 아파트를 싸게 공급한 시행사는 모자란 마진을 채우기 위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지 않는 아파트나 상가를 비싸게 팔았는데요. 경기 침체와 아파트 선호 현상이 짙어지면서 오피스텔 인기가 급락하자 오피스텔 계약자들의 손해가 커졌습니다.

[땅집고] 경기도 화성시 GTX-A 동탄역 인근에 들어서는 '동탄2신도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 오피스텔 매매가 현황.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의 매물이 나와 있다. /네이버부동산캡쳐


이 단지 오피스텔은 방 3개, 화장실 2개를 갖춘 ‘아파텔’이지만 오피스텔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피스텔은 특례보금자리론 같은 저리 대출 상품은 물론 주택담보대출 LTV 제한도 있습니다. 무주택자가 취득 시 아파트(1~3%)보다 취득세(4.6%) 비율도 훨씬 높습니다.

경기도 화성시 오산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오피스텔의 경우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배로 비싸지만, 대출 한도가 적어 메리트(이점)이 딱히 없다”고 했습니다.

[땅집고] 대방건설이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공급한 '동탄역 대방디엠시티 더 센텀' 단지 입구. 이 단지는 아파트(101~103동)과 오피스텔(104동)로 구성됐다. /강태민 기자


■ 옆 집은 로또, 우리 집은 마피…곳곳에서 ’분상제’가 희비 갈랐다

한 단지 내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계약자 희비가 엇갈리는 사례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아파트 463가구, 오피스텔 258가구로 이뤄진 ‘동탄역대방디엠시티더센텀’입니다. 2019년 10월, 이 아파트 전용 59㎡ 분양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아서 2억8000만원에서 4억5700만원이었습니다. 최근 전용 59㎡ 실거래가는 8억원(37층)까지 올랐습니다. 4억 가까이 오른 셈입니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은 오피스텔 전용 45㎡ 분양가는 약 3억원입니다. 아파트와 면적을 고려하면 평당 분양가는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오피스텔 실거래가는 2억8000만원(24층)으로 분양가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이 단지 오피스텔은 임대 수요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아파트와 달리 매매 가격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땅집고] 현대건설이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에 공급하는 최고 49층 규모 '힐스테이트 더 운정' 공사 현장. 이 단지는 아파트 744가구, 주거형 오피스텔 2669실로 구성됐다. /강태민 기자


■ ‘분상제’ 아파트 판 시행사, 오피스텔·상가 ‘高분양가’로 마진 충당

오피스텔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습니다. 분양가상한제 규제가 전반적으로 확산하던 시기에 시행사 입장에서는 오피스텔이 이른바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시행사는 특히 공공택지가 많은 신도시에서 오피스텔 가격 부풀리기를 통해 이익을 남기곤 하는데요. 코로나19 이후 건설 자재비와 인건비 인상으로 아파트 공사비가 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파주 운정신도시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더 운정’은 시행사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오피스텔 비중을 확 늘렸습니다. 총 3413가구 중 아파트는 744가구에 불과합니다. 남은 2669가구는 방3개, 화장실 2개를 갖춘 전용 84㎡ 오피스텔입니다. 이 단지 오피스텔 역시 분양가보다 1억원 가까이 낮은 가격에 매물이 나와있습니다.

[땅집고]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전경. /강태민 기자


■ “모두 아파트만 사요…아파트 쏠림 현상, 정부 작품”

수요자들의 아파트 선호도가 커진 데다 임대형 오피스텔과 상가 같은 투자용 상품을 찾던 이들 마저 아파트 매수로 눈을 돌리면서 아파트 가격만 오르고 있습니다.

경기도 화성시 오산동 C부동산중개사무소 대표는 “자금이 많은 매수자도 상가나 오피스텔 대신 아파트만 사려고 한다”며 “5000만원이든, 1억원이든 차익을 거두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정부 정책으로 인해 현재 1주택자는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하면서 실거주했다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라며 “이로 인해 2년 마다 더 비싼 집으로 갈아 타는 사례가 만연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단지 내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완전히 다른 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파트와 오피스 양극화 현상이 커지는 가운데 수익형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고분양가에 오피스텔이나 상가를 분양받은 이들은 손실만 커지고 있습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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