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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 시대' 서울시장의 호소 "은퇴한 시니어 찾는 요양시설 필수적"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4.09.04 13:43 수정 2024.09.06 14:00
[땅집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신의 SNS에 올린 여의도 재건축 단지 관련 글. /오세훈 시장 페이스북.


[땅집고] “재건축 속도를 높이면서도,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의무를 외면하는 이기적인 행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한국 사회에서 데이케어센터는 초기 치매 노인을 포함해 어르신들의 필수 시설입니다.”(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통한 요양시설 공급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재건축 단지에서 불거진 기부채납 논란과 관련해 “아파트 재건축, 재개발 속도를 대폭 끌어올리는 동시에 공공기여를 통해 공공성을 확보하고, 모든 시민이 함께 사는 도시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공공기여를 통해 모두가 행복한 서울을 만드는 데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서울시의 공개적인 어르신 시설 확대 요구는 처음이 아니다. 시는 올해 4월 국토부에 ‘2000가구 이상 신축 아파트에 들어가는 어린이집 등 주민공동시설 범주에 노인요양시설을 포함해달라’며 관련 법 개정을 촉구했다.

[땅집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건물 외벽에 서울시의 기부채납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독자 제공


■ 오세훈 시장 “필수 의무 외면하는 건, 이기적”

오 시장이 SNS를 통해 언급한 여의도 재건축 단지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재건축을 추진하는 ‘시범아파트’다. 시는 올해 초에 최고 13층, 1584가구 규모인 시범아파트를 최고 65층, 2488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대신, 기부채납 시설로 ‘데이케어센터’를 제안했다. 용적률은 146%에서400%로 올라간다. 데이케어센터는 노인장기요양등급 3~5등급 주민이 낮에 이용하는 노인요양시설로, ‘노인 유치원’으로 불린다.

이후 주민들은 아파트 외벽에 ‘주민 몰래 밀실 기부채납 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고, 서울시의 정비사업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단지는 데이케어센터 대신 문화시설을 짓기 위해 재심의 거쳐야 한다. 사업 속도 지연 가능성이 높아졌다.

☞ 관련 기사 : 여의도 시범 재건축, 18만평 중 90평 '노치원' 놓고 극한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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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시는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복지시설 확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올해 4월에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노인요양시설 설치를 의무화하자고 국토부에 건의했다.

국토부는 서울 외 지역의 경우 노인요양시설이 부족하지 않다며 법 개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땅집고] 서울시 총 인구와 고령인구 전망. /김서경 기자


■ 서울시가 정비사업으로 ‘노인요양시설’ 늘리자는 이유

시가 노인요양시설 확대를 주문하는 이유는 관련 시설 수요가 늘고 있으나, 공급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노인 인구(65세 이상)는 176만8926명으로, 전년(168만7316명) 대비 9.79% 늘었다. 2022년 161만1095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4년간 증가율은 20%다.

문제는 서울의 경우 빈 땅이 거의 없어 노인요양시설 공급난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땅값이 워낙 비싸서 공지에 새 건물을 짓거나 기존 건물을 임차해 데이케어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다. 높은 임대료를 부담하려면 이용료를 높게 받아야 한다.

이로 인해 서울 내 데이케어센터 등 요양시설 수는 제자리걸음 중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 노인요양시설 수는 232개로, 지난해(229개)에 비해 3개(1.31%) 늘었다. 같은 기간 경기(1549개→1629개), 인천(392개→412개) 지역은 모두 5% 이상 증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의 노인요양시설은 개관 전부터 대기 인원이 발생할 정도로 수요가 많고,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에 대비해 시유지나 구유지로 관련 시설을 지으려 해도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서울시는 2016년부터 정비사업 기부채납을 통해 시립요양원 부지를 확보해 왔다. 다만, 요양시설 기피 현상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까지 노인요양시설 부지 기부채납을 확정 지은 정비사업지는 용산구 한남A구역, 노원구 상계B구역, 동작구 흑석C구역 등 총 7건에 불과하다.

[땅집고] 케어링 주간보호센터에서 어르신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케어링


■ 전문가 “요양시설 공급 필요하지만, 방향이…”

전문가들은 요양시설 대상자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방향성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서울 도심에서 재개발·재건축 외 다른 방법으로 주택을 공급하기 어렵듯, 노인요양시설을 늘리는 것 역시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자체는 주민들이 복지시설을 받아들이도록 합리적인 안을 제시해 기부채납 논란을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공공기여 시설을 배치하거나, 기부채납 적정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한 때 어린이집이 많았던 것처럼, 고령화 시대에 맞는 공공시설을 짓는 게 맞다”면서도 “기부채납 시설을 결정할 때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도시계획 측면에서 여의도는 금융 중심지, 중·장년층 밀집지역이다”며 “데이케어센터 외 다른 기부채납 시설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어 관련 시설이 필요하다”면서도 “고금리 및 공사비 증가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현재 공공 기여 정도가 적합한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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