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문재인 정부의 집값 폭등을 비판하면서 집권한 윤석열 정부에서도 집값이 다시 급등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만은 잡겠다고 큰소리치다 집값 폭등으로 신뢰성이 붕괴했고 정권을 잃었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집권한 윤석열 정부에서도 서울 집값이 치솟고 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한국사회에 주택과 관련된 잘못된 미신, 신화, 허풍, 거짓말 등이 난무하고 있다.
■ 공급확대로 집값 잡겠다는 허풍
윤 정부는 폭탄 수준의 공급 확대로 집값을 잡겠다며 공언하고 있다. 8·8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향후 6년간 연평균 7만 호를 추가 공급해 과거 평균 대비 약 11%의 공급 물량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공급 확대로 집값을 잡는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보면 허풍이자 거짓말이다. 공급확대는 실제 효과를 내는 것은 6~7년, 신도시는 10년 이상 걸린다. 공급확대로 집값을 잡겠다는 것은 차기 정권 말기쯤에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
적어도 공급확대 효과를 국민이 체감하려면 분양이라도 이뤄져야 한다. 현재 공급절벽발 패닉바잉이 발생한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했던 창릉, 왕숙,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의 분양이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급 확대를 아무리 외쳤고,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공급확대로 집값 잡는다는 말이 나온 것은 노태우 대통령의 1기 신도시 당시였다. 노태우 정부에서 신도시 발표 이후 7개월 만에 시범단지가 분양됐고 2년 만인 91년엔 첫 입주가 시작됐다. 2021년 발표한 광명·시흥신도시는 2026년에 토지보상에 착수, 공사를 2033년에 입주한다. 신도시 발표조차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이유이다. 그린벨트 풀어 집 짓는 정책 필요하지만, 그게 당장 집값을 잡지는 못한다.
■ 고층 개발로 집값 잡겠다는 미신
재건축 재개발 과정에서 용적률을 풀어 초고층으로 개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 횡횡한다. 실제 서울시는 30~40층 규제를 완화해서 70층 높이로 짓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30층이 아니 70층이면 건축비가 2배 이상 든다. 그런데도 여전히 고층으로 지어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말들이 횡횡하고 있다. 초고층 개발로 가구수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용적률은 그대로 건물 높이만 올라가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초고층 건물은 주거용이 아니라 주거 상업 오피스 등으로 복합개발한다. 초고층에는 수백억원하는 초고가 주택을 짓거나 특급호텔로 사용한다. 초고층 아파트를 많이 짓겠다는 것은 그냥 ‘슈퍼리치용 주택’을 많이 공급하겠다는 말과 동의어이다.
한국에서도 증명됐다. 초고층인 롯데월드 시그니엘 주거시설은 200억~300억원한다. 물론 서울의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초고층 건물을 짓는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 재건축·재개발로 집값 잡겠다는 거짓말
한국의 대표적인 거짓말이 낡은 아파트, 노후 빌라 지역을 재개발 재건축해서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재개발,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대부분 저렴한 주택이다. 서울에 저렴하게 월세, 전세를 공급하는 게 노후 주택이다. 이를 지역을 때려 부수고 고층 아파트를 짓는데, 어떻게 주택 가격이 저렴해질 수 있는가.
재개발, 재건축 규제완화가 이뤄지면 집값 상승호재가 된다. 고층개발처럼 가구수가 크게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노후지역은 10평 미만의 주택들이 곳곳에 있어서 청년층 노년층 등 1~2인 가구들에 저렴한 주거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장기적으로 재개발 재건축이 늘어나면 주택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재건축, 재개발 규제완화는 단기적으로 집값을 끌어올린다. 8·8대책이 집값 안정대책이 아니라 집값에 불을 붙이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 집값 장기적으로 공급, 단기적으로는 금리, 경기가 좌우
주택시장에 허풍, 미신, 거짓말이 난무하는 것은 정책의 장기 효과와 단기효과를 혼동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주택공급이 중요한 주택 가격 결정요소이다. 선진국들도 집값안정을 위해서는 공급확대 정책을 쓴다. 문제는 효과가 단기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택공급을 확대해도 노태우 정부처럼 2~3년내에 아파트를 찍어내지 못하면 그 효과는 장기적인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당장 집값은 오르겠지만, 0000년에 신도시 분양이 본격화되면 오히려 공급과잉을 우려할 것이다. 그때까지 집값이 오르더라도 참고 견뎌달라”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구체적인 공급일정을 제시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진척 사항을 발표해야 한다. 국토부는 지난 2년간 신도시 개발이 하염없이 지연되는데도, 공급주택 공급이 폭감하는데, 빌라 시장의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는데도 방관했다. 사상 최대 공급을 약속했지만, 현실의 사상 최악의 공급이었는데도 방치했다. 그 결과가 이른바 공급 절벽발 패닉바잉이다.
민간 임대를 10만가구 공급한다는 식의 믿거나 말거나 공급목표는 시장 안정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10년 후에야 입주할까 말까 하는 신도시 하나 발표해 놓고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고 누가 믿겠는가.
단기적으로는 집값은 금리와 대출, 실업률, 수출 등이 더 중요하다. 금리가 급락하면 주택의 상대적 가치가 떨어져 주택수요가 늘어난다. 수출이 늘면서 실업률이 떨어지면 당연히 주택수요가 늘어나 집값을 밀어 올릴 수 있다
■ 중국 공산당도 좌우할 수 없는 집값
정부가 공급만으로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큰소리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맞지 않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정부는 “금리가 떨어져서 주택수요가 늘어나 집값이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택지를 000만평 개발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도만 이야기해야 한다.
가격을 잡겠다는 식의 말을 하는 순간 거짓말쟁이로 전락, 정부의 신뢰성이 추락한다. 시장경제를 하는 국가에서 집값 상승과 하락은 필연적이다. 공산주의 국가 중국, 북한도 치솟는 집값을 정권이 좌우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민주주의, 시장 경제 국가, 여소야대 한국에서 정부가 집값을 좌우하겠다고 큰 소리 치는 것이 말이 되는가./차학봉 땅집고 기자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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