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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몰리는 상암동 30층 이 아파트, 알고보니 '시니어 타운'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4.08.29 14:29 수정 2024.08.29 14:36
[땅집고]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 카이저팰리스클래식' 입구 /카카오맵 로드뷰


[땅집고]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카이저팰리스클래식’은 희소성이 매우 높은 아파트다. 이 단지는 전국에 몇 없는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시니어타운)으로, 서울 내에서는 더욱 손에 꼽는다.

이 단지의 또 다른 별명은 ‘연예인 아파트’다. MBC, SBS, KBS, YTN, JTBC, CJ E&M 등 방송사가 밀집해 이른바 ‘방세권’(방송국이 가까운 아파트)으로 불리는 상암동에서도 유명 연예인이 많이 사는 곳이다. 개그맨 박수홍을 비롯한 주병진, 신서유기’의 나영석PD, 가수 피오 등 여러 유명인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많은 이들이 웬만한 어르신도 시니어타운에 가려면 수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이곳에 거주하냐고 묻는다. 실제로 이 단지에 거주하는 대부분 사람들의 연령은 노인복지주택 입소 기준인 60세를 밑돈다. 그렇다면 입주자들이 불법을 저지른 걸까.

땅집고]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 카이저팰리스클래식' 대장 정보/부동산플래닛.


■ 할머니도 줄 서는데, 30대가 시니어타운에 살아요?

젊은 사람들이 노인복지주택에 살게 된 이유는 이 아파트 태생적 특징 때문이다.

카이저팰리스클래식을 시공한 우림건설은 아파트에는 ‘우림필유’를, 주상복합·오피스텔에는 브랜드 ‘카이저팰리스’를 적용했다. 상암동 주상복합에는 ‘카이저팰리스 클래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영어 단어 ‘클래식(Classic)’은 여러 의미가 있는데, ‘최고 수준의’ ‘유서 깊은’ 뜻도 있다. 최고급 시니어타운으로 평가받는 광진구 자양동 ‘더클래식500’과 분양형 시니어타운인 경기 하남 신장동 ‘블루밍 더 클래식’ 역시 비슷한 취지에서 이름에 ‘클래식’이 들어 있다. 간접적으로 어르신 시설이라는 표시를 한 것이다.

[땅집고] 서울 노원구 중계동 '중앙 하이츠 아쿠아' 아파트 입구. /구글 로드뷰 캡쳐


다만, 노인복지주택임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던 탓에 입소 기준으로 인한 사기 논란이 종종 일었다. 실제로 관련 법인 노인복지법에는 60세 미만인 자의 노인복지주택 매수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었기 때문. 노인복지주택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서울 노원구 ‘중앙하이츠아쿠아’가 대표적이다. 당시 아파트 분양권 매수자는 적법한 매수를 주장했지만, 구청과 노인복지주택 운영사에서는 ‘노인을 위한 주택’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로 인해 양측은 10여년 간 갈등을 빚었다.

이후 정부는 관련 법을 개정해 60세 미만은 노인복지주택을 소유·임대·매매를 못하도록 했고, 어길 시 처벌한다는 규정도 만들었다. 다만, 기 매수자 경우 재산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줬다. 연예인들이 노인복지주택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이유다.

[땅집고] 2016년 채널A 예능 프로그램 '개밥주는남자'를 통해 공개된 방송인 주병진의 펜트하우스 아파트 욕실. 그가 거주했던 마포구 상암동 '상암카이저팰리스'에는 총 4개 펜트하우스가 있다. /채널A, 온라인커뮤니티


■ 상암동 노인복지주택, 최고 주거지로 각광받는 이유

2010년 준공한 상암카이저팰리스클래식은 지하 3층~최고 33층, 2개 동, 총 240가구로 규모다. 전용면적 84~233㎡로 구성돼 있다. ▲전용 84㎡ 58가구 ▲전용 118㎡ 118가구 ▲전용 139㎡ 60가구 ▲220㎡·233㎡ 각 2가구로, 대부분 중대형 주택형이다.

이 단지 커뮤니티에는 휘트니스센터와 골프연습장, 사우나, 수영장, 영화관, 파티하우스, 와인바 등이 있다. 2010년 당시에는 보기 어려운 주민 여가 시설을 갖췄다. 일부 고층에서는 탁 트인 한강 조망도 가능하다. 이로 인해 준공 당시부터 지금까지 최고급 주상복합으로 각광받고 있다.

가격은 다채로운 커뮤니티만큼 상당했다. 상암카이저팰리스클래식은 2007년 11월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에 나섰는데, 고분양가로 인해 입주자 모집에 실패했고 미분양 주택을 판매를 위해 방송 홈쇼핑까지 진출했다.

이 단지 3.3㎡(1평)당 분양가는 2200만원~3000만원 수준이었다. 당시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아파트 분양가 3000만원~3400만원 선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강남 아파트와 맞먹는 가격에 나왔던 셈이다.

이 가격은 인근 단지 실거래가의 배에 달했다. 바로 옆 단지인 상암동 ‘상암월드컵2단지’는 2007년 하반기 4억 중후반에 거래됐다.

[땅집고]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스프링카운티자이' 전경. 바로 앞에 세브란스병원이 있다. 이 단지는 국내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중 가장 최근에 준공됐다. /강태민 기자


■ 분양형 시니어타운 재등장?…”글쎄” “기대감 활활”

최근 업계에서는 상암카이저팰리스 같은 도심 내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다시 등장한다는 기대감이 만연하다. 급증하는 노인 인구와 달리, 노인복지주택 등 시니어타운 수는 매우 적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지난달 31일 기준 1002만4468명이다. 전체 주민등록 인구(5126만5238명)의 19.6%로, 국내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老人)’이다.

반면 노인복지주택 수는 제자리 걸음이다. 보건복지부의 ‘2024 노인복지시설 현황’에 의하면 전국 노인복지주택은 지난해 39개에서 올해 40개로 1개 느는 데 그쳤다. 유료요양시설 수를 합해도 어르신을 모시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노인복지주택을 공급하더라도 당장 공급량을 늘리기는 어렵다.

정부 역시 노인복지주택 공급 필요성을 느끼고 관련 규제 개선에 나섰다. 정부는 경기 연천 등 89개 인구감소지역에 한해 '신(新)분양형 시니어타운'을 허용하도록 연내 노인복지법 개정을 추진하고, 시니어타운 사업자가 토지를 빌려서 시니어타운을 지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간 사업자는 직접 토지를 소유해야만 시니어타운을 설립할 수 있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에 시간이 걸린다는 의견도 있다. 노인복지주택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 투기수요가 형성된다는 시각이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 운영 전문가 과정>


땅집고는 최근 늘어나는 시니어 부동산 개발 니즈에 맞춰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3기)’을 오는 8월 28일 개강한다. 올해 2월, 5월 순차적으로 개강한 1기, 2기는 조기 마감했다. 이번 과정은 시행사나 건설사, 자산운용사, 건축설계회사, 투자회사, 감정평가회사, 공기업, 공공기관 등 기업 회원이 대상이다.

강의는 현장 스터디 3회를 포함해 총 18회로 진행한다. 김이진 전 시니어스타워 재무운영본부장은 시니어타운 개발과 운영 수지 분석 방법을 알려준다. 서울시 초대 유니버셜디자인센터장을 지낸 최령 컨설팅랩이엘 대표는 어르신의 사용성을 극대화한 인테리어에 대해 설명한다.

황문영 종근당산업 벨포레스트 사무국장은 시니어주거와 요양시설의 차이점과 운영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한다. 전국 실버타운을 직접 방문해 생생한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공빠TV’의 문성택씨는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기존 실버타운 개발 사례를 집중 소개한다.

강의는 매주 수요일 오후 4시~6시30분이며, 수강료는 290만원이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 (02)6949-6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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