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입찰지침서 재시도…삼성물산 요구 수용


[땅집고] 사업비만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지가 잡음 끝에 시공사 입찰지침서를 용산구청에 다시 제출했다. 대의원회만 통과하면 입찰지침서가 확정된다. 이 사업지는 사실상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1군 시공사의 3파전으로 굳혀진 가운데, 설계 조건을 두고 여전히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27일 재개발 업계에 따르면 한남4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시공사 입찰지침서를 통과시켰다. 시공사 입찰지침서에는 변경한 공사비 기준, 입찰 기준 등을 담았다. 경쟁 입찰을 성사시키기 위해 시공사가 부담을 느끼는 대안설계 확약서나 책임준공 확약서 등에 대한 내용은 삭제했다.

대안설계 확약서는 대안설계에 문제가 있어 사업을 지체하면 시공사 책임으로 간주해 입찰보증금을 몰수한다는 약속이다. 책임준공 확약이란 시공사가 정한 기한 내에 공사를 중단하거나 지연하지 않고 준공하는 것이다. 통상 HUG 대출을 받기 위해 책임준공 확약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조합은 입찰 조건으로 이를 요구한다.

조합은 이번 입찰지침서에서 상가 대물변제도 시공사 자율제안으로 바뀌었다. 당초 공사계약서 제출시 조합에 불리한 사항은 수정 불가 조건이었는데, 전부 수정 제출 가능하게 바뀐 것이다. 이를 두고 시공사 간 입장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삼성물산이 조합 기존 조건을 수정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받아들여지자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측은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이번 이사회에서는 A 이사가 삼성물산 측에 비공개 내부 자료인 입찰지침서 비완성본을 전달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조합 측은 내부 자료를 유출한 이사에 대한 처벌 수위를 고민 중이다. 민병진 한남4구역 재개발 조합장은 “입찰지침서는 현재 구청에 올려서 승인을 받으면 대의원회를 열 계획”이라며 “내부 문서를 유출하면서 조합 혼란을 야기했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절차만 마무리하면 처벌 수위를 고민해서 진행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은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대 면적 16만258㎡ 규모다. 재개발 후에는 지하 4층~지상 23층, 2331가구 규모로 재탄생한다. 조합은 공사비 예가를 평당(3.3㎡) 940만원으로 책정했다. 총 시공건축비는 1조5700억원이다.

지난 25일 대의원회 총회 부결로 일정은 소폭 밀릴 전망이다. 당초 31일 시공자 선정 입찰공고를 내고, 내달 현장설명회를 거쳐 9월30일 입찰 마감, 11월23일 시공자 선정 총회가 조합의 계획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사업시행인가는 올해 말 접수해 내년 상반기 인가를 목표로 했으나, 잡음이 지속하면서 일정대로 갈 수 있을지에 눈길이 쏠린다.

한편 서울 재개발 최대 사업지로 불리는 한남뉴타운은 용산구 한남ㆍ보광ㆍ이태원ㆍ동빙고동 일대 111만205㎡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현재 5개 구역 중 재개발구역에서 해제한 1구역을 제외한 2~5구역이 재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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