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8.8 빌라 대책 기존 임대인 죽이기…업자 배만 불리는 무제한 빌라 매입"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4.08.26 07:30

[땅집고] 수도권에서 건설임대사업자로 등록한 A씨. 그는 정부의 오락가락 매입임대주택 정책 탓에 수십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A씨는 2022년 경기도 부천시에 20가구짜리 빌라를 지어 매입임대주택 제도를 활용해 정부에 넘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동산 경기 침체와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매입임대 사업 축소’ 조치에 따라 매입임대로 넘기지 못하고 헐값에 일반 분양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는 “가구당 원래 받아야 할 분양가보다 1억원 낮은 가격에 팔아 20억원대 손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A씨는 현재 서울에서 2개 동, 총 25가구 규모 다세대 임대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가 매입임대주택을 확대하겠다고 하면서 신축 주택에만 혜택을 주기로 해 또 다시 제도를 활용할 수 없게 됐다. 그는 “정부 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탓에 임대사업자만 죽어나가고 있다”고 했다.

[땅집고] 서울의 빌라 밀집지역. /뉴시스


침체한 빌라 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매임임대주택 확대 방침을 밝혔지만, 정작 업계에서는 전세금과 빌라 시장만 왜곡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빌라 등 비(非)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꺼져버린 상황에서 세금은 세금대로 쓰고, 아파트 쏠림 현상만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126%룰만 폐지해도 매입임대 확대 필요없어”

정부는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허덕이는 빌라 시장을 살리기 위해 매입임대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내년까지 총 11만가구 이상, 올해 5만가구 이상 신축 매입임대 물량을 공급하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까지 10만가구 가까운 매입약정 신청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특히 8·8 대책 발표 이후 2주만에 추가 신청한 물량만 약 1만가구에 달한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매입 확약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수도권 공동주택용지 가운데 내년까지 착공하는 토지 내 주택 약 3만6000가구가 직접적인 대상이 된다. 매입 가격은 미분양률, 세대 규모 등을 감안해 분양 가격의 85~91% 수준에서 차등 적용하며 분양 전환형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땅집고]서울 성북구 석관동의 한 매입임대주택. /국토교통부


그러나 업계에서는 매입임대 확대는 근본적 해법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전세금반환보증 시 적용하는 주택가격 산정기준, 즉 ‘공시가격 126%룰’ 폐지가 더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과거 기준(공시가격 150%)으로 돌아가면 전세가격이 정상화해 정부가 세금을 써가며 굳이 매입임대를 확대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임대사업을 하는 B씨는 “대규모 건설임대사업에 나서는 집주인들은 1~2가구가 아닌 통상 20가구 이상 임대주택을 운영한다”며 “126%룰 적용으로 내 빌라는 가구당 전세금을 기존보다 6500만원, 25가구면 16억2500만원 낮춰야 하는데 이 금액을 손해보지 않으면 전세사기범이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임대사업자는 빚을 내 땅값과 건축비를 대고 이자 갚아가면서 건축하고 초기 임대료를 받아 임대사업을 영위한다”며 “정부가 하지 못하는 신축 빌라를 공급하고, 일정 부분 수익도 얻는 것인데 ‘공시가격150%’ 수준에서 결정되던 전세 시세를 갑자기 126%로 낮춰버리면 빌라 시장이 망가지는 것은 당연지사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건축비 상승·재정 우려에 매입 실적 낮을 수도

업계에서는 정부가 자칫 매입임대주택 공급 목표 물량을 맞추려고 입지가 좋지 않거나 부실시공 우려 주택까지 사들일 수 있고, 재정 고갈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런 우려 탓에 LH는 2022년 3만4500가구 공급을 계획했지만, 실제 실적은 1만6600가구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2023년에는 2만6000가구를 계획했으나 5000가구에 그쳤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당장 자금조달 어려움에 놓인 중소형 건축 업자들의 경우 숨통이 트일 수는 있겠지만, 매입임대주택 확약 조건이 워낙 까다롭고 건축비 등 비용 상승을 감안하면 실적까지 연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빌라 시장 초토화 원인이 된 전세보증보험 손질 없이 빌라 공급 안정화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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