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15년 전 개발을 마친 서울 1기 뉴타운인데요. 은평뉴타운 한복판에 넓은 땅이 방치돼 있습니다. 펜스 안은 나무와 수풀, 잡초가 우거진 모습입니다. 연신내역에서 은평뉴타운으로 이어지는 연서로 일대에는 이런 공터가 여러 개 보입니다. 모두 뉴타운 주민 편의성을 위한 시설 용도지만, 아파트 입주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5년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어떠한 건물도 들어서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1개 부지만 빼고 줄줄이 팔렸습니다. 주인을 찾은 부지 중 3곳에는 노인주거시설이 들어섭니다. 10년 넘게 방치됐던 편익용지가 초고령화 사회 진입이라는 사회구조 변화로 인해 쓰임새가 높아졌습니다.
■ 현대건설·KB금융·신한금융 ‘은평뉴타운’ 모였다
은평뉴타운 편익5블록에 현대건설과 이지스자산운용은 이곳에 건강하고 경제력을 갖춘 액티브 시니어가 이용하는 노인복지주택을 짓기로 했습니다. 6층부터 14층까지, 2개동 규모입니다. 1개 동에는 임대형 노인복지주택 214가구가, 남은 1개 동은 업무시설과 문화·집회 시설, 근린생활시설 등 복합 시설이 들어섭니다. 현재 건축 허가 절차를 완료했으며, 올해(2024년) 말 착공 예정입니다. 준공 예상 시점은 2028년 초입니다.
편익7블록은 이미 요양시설 공사가 한창입니다. KB금융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는 위례신도시(2019년), 서초구(2021년)에 이어 은평뉴타운에 세 번재 요양원 ‘은평 빌리지’를 짓고 있습니다. 요양원은 경증 인지장애(치매)나 노인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어르신들이 지내는 곳입니다. KB는 강남권에서 선보인 요양원의 경우 월 이용료가 300만원에 달하지만, 문을 연 지 1년 만에 입소 대기자가 1000명을 넘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며 은평 빌리지 역시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은평 빌리지 공사장 맞은편 부지는 2023년 하반기 신한금융 자회사인 신한라이프가 매입했습니다. 신한라이프는 이곳에 현대건설과 시니어타운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신한라이프는 최근 미국 시니어타운 답사를 다녀왔을 정도로 어르신 주거 시설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길음뉴타운, 왕십리뉴타운과 함께 서울시 시범뉴타운이었던 은평뉴타운이 기업들의 지원에 힘입어 시니어타운 성지가 되고 있습니다. 10년 넘게 개발되지 않은 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SH에 따르 2006년 은평뉴타운 지구단위계획 조성 당시부터 연서로 일대에는 12개 편익용지가 있었습니다. 편익용지는 1·2종 근린생활시설이나 문화·집회시설, 판매시설, 교육연구시설, 운동시설, 업무시설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땅입니다. 구파발역이 먼 이 일대의 주민들을 위해 편의시설 용도로 계획됐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땅은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도 찾지 않는 상태로 방치됐습니다. 그러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이 예상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2021년 상반기부터 땅이 줄줄이 팔리기 시작하더니 현재는 11-2블록만 제외하고 모두 팔렸습니다. 사거리에 접한 주요 부지에는 시니어타운이 예정됐습니다.
■ 병원·지하철·공원 3박자 갖췄더니, “벌써 시니어타운 찾아요”
기업들이 이곳에 노인주거시설을 공급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도심 접근성이 좋다는 점입니다. 은평뉴타운은 고양 덕양구 지축지구, 삼송지구와 인접한 서울 외곽 지역이지만, 광화문이나 종로 등 도심 접근성이 매우 좋습니다. 구파발역에서 정부서울청사가 있는 경복궁역까지 지하철로 약 12분이면 도착합니다.
은평뉴타운은 2019년 구파발역 옆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이 문을 열면서 대형 병원도 갖췄습니다. 이 병원은 808병상 규모로, 은평구에서 가장 큰 건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대형 병원은 시니어타운 성공 요인 중 하나입니다. 나이가 들면 아픈 곳이 하나 둘 늘면서 병원에 갈 일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상권도 탄탄한 편입니다. 구파발역과 이어진 은평롯데몰 안에는 영화관과 대형마트, 서점이 있습니다. 차로 10분이면 스웨덴 조립식 가구 업체 이케아와 복합문화시설을 갖춘 쇼핑몰 스타필드 삼송점도 갈 수 있습니다. 북한산 자락에 있어 1년 내내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도 이곳의 장점입니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 G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은평뉴타운은 녹번역보다 집값이 3억원 가량 저렴하지만, 녹지가 많고 유흥 문화 시설이 없어 편안한 주거지로 발달했다”며 “이로 인해 연세 있는 분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했습니다.
■ 부재한 중산층 시니어타운 공급 기대감 ↑
은평뉴타운 시니어타운은 월 이용료 100만~200만원 사이의 중산층 대상 시설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국에 있는 총 40개 노인복지주택 중 대다수는 매달 300만원가량을 부담해야 해서 연금수령자나 자산이 많은 최상위 계층이 아니면 이용하기 어렵고, 국가가 운영하는 노인복지주택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차상위 계층이 주로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양극화된 상황이 이어지자 업계에서는 중산층 대상 시니어타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계속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은평뉴타운 시니어타운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합니다. 실제로 인근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는 시니어타운이 생긴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입소 방법을 문의하는 전화가 종종 오는 편이라고 했습니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 D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가끔 시니어타운 소식을 들은 분들이 전화로 입주 방법을 문의한다”고 했습니다.
유례 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노인 주거 공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국내 노인복지주택 수는 40개, 9006가구 규모입니다. 국내 노인 인구 0.13%에 해당합니다. 병원과 상권, 교통망까지 갖춘 서울 도심권 노인복지주택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 운영 전문가 과정>
땅집고는 최근 늘어나는 시니어 부동산 개발 니즈에 맞춰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3기)’을 오는 8월 28일 개강한다. 올해 2월, 5월 순차적으로 개강한 1기, 2기는 조기 마감했다. 이번 과정은 시행사나 건설사, 자산운용사, 건축설계회사, 투자회사, 감정평가회사, 공기업, 공공기관 등 기업 회원이 대상이다.
강의는 현장 스터디 3회를 포함해 총 18회로 진행한다. 김이진 전 시니어스타워 재무운영본부장은 시니어타운 개발과 운영 수지 분석 방법을 알려준다. 한만기 KB평창카운티 시설장은 시니어주거 마케팅과 운영 전략을 강의한다. 서울시 초대 유니버셜디자인센터장을 지낸 최령 컨설팅랩이엘 대표는 어르신의 사용성을 극대화한 인테리어에 대해 설명한다.
황문영 종근당산업 벨포레스트 사무국장은 시니어주거와 요양시설의 차이점과 운영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한다. 전국 실버타운을 직접 방문해 생생한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공빠TV’의 문성택씨는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기존 실버타운 개발 사례를 집중 소개한다.
강의는 매주 수요일 오후 4시~6시30분이며, 수강료는 290만원이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 (02)6949-6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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