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단독] "빌라 대책 엉망진창…은행 수십군데 돌다 결국 계약 파기"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4.08.22 14:16 수정 2024.08.23 16:08

전세반환보증 가입시 주택가격 산정 ‘HUG 인정 감정평가’ 도입,
지난 12일 시행…담당자들, 내용 숙지 못해
가계약 세입자 수십군데 은행 발품 팔다 전세 계약 포기
임대인들 “국토부, 졸속 정책 발표하고 나몰라라”

[땅집고] “이달 12일부터 빌라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할 때 산정하는 주택 가격 기준을 ‘공시가격 126%’ 대신 ‘HUG인정 감정평가’도 반영해 준대서 지난주 가계약을 맺은 세입자가 일주일 내내 은행 수십군데를 돌며 HUG 전세안심대출을 알아봤어요. 하지만 시중은행 어느 곳도 정부 대책이 변경된 것을 알지 못해 대출을 거절했다고 하네요. 세입자가 도저히 복잡해서 거래 못하겠다며 가계약을 파기하더군요.”

[땅집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홈페이지에 안내된 전세보증보험 가입 기준에서 'HUG감정평가 적용'과 관련된 안내문. /HUG


지난 12일부터 세입자가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활용하는 전세반환보증 가입 시 주택 가격 산정 요건이 ‘공시가격 126%’에서 HUG 감정평가액 활용도 가능하도록 정부가 제도를 변경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변경된 제도 시행 당일이 지나도록 담당자들이 제도 변경 사항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입자가 대출을 받지 못하고 계약이 파기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보유한 빌라에 대해 HUG 감정평가를 신청한 임대인 A씨는 “HUG홈페이지에 팝업창으로도 공지가 됐는데, 시행 3일 전인 9일(금요일) HUG 콜센터에 물어도 직원들이 변경된 제도를 잘 모르고 있고, 제 거주지가 지방이어서 HUG 지사에 문의해도 담당자들이 내용을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이후 예비 감정 평가를 받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돈을 입금하려고 했더니 계좌 시스템이 불안정하다며 하루쯤 지나 입금을 해야했고, 모든게 엉망진창이었다”고 했다.

또다른 임대인은 제도 시행후 HUG 본사까지 찾아가 안내를 요청했지만, 직원들이 “시행이 9월”이라며 임대인을 되돌려보냈다고 주장했다.

임대인들은 국토교통부가 빌라 시장 안정화 대책을 졸속으로 내놓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 세입자, 은행 수십곳 전전했지만…제도 시행 일주일 지나도록 ‘HUG 감정평가 인정’ 몰라

A씨는 서울 마포구의 실거래 매매 시세 4억1000만원짜리 한 빌라 1채를 보유한 임대사업자다.

지난해부터 전세사기 이슈가 불거지면서 기존 전세 세입자가 계약 만료일인 오는 9월 나간다고 통보를 했고, 새로 전세 임차인을 알아봤지만 빌라 기피 현상 때문에 구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기존 세입자의 전세금은 2억7800만원. 하지만, 신규 세입자를 받으면 아무리 높게 받고 싶어도 전세금을 600만원 낮춘 2억7200만원까지밖에 받을 수 없었다. 빌라를 아예 매도하려고 해도 등록임대사업자 임대 유지 기간이 남아 자진말소가 불가능했으며 주택을 팔 경우 과태료 3000만원을 내야 했다.

땅집고]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와 빌라촌. /연합뉴스


전세금을 강제로 낮춰야 하는 이유는 전세사기 위험을 피하기 위해 세입자들이 전세금 반환보증을 받기 위해 정부가 요구하는 기준을 맞춰야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는 전세사기를 막기위해 ‘공시가격 126%룰’ 제도를 시행했다. 빌라 등 비아파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시 산정하는 주택 가격 기준을 공시가격의 126% 수준(기존 150%)으로 인위적으로 낮춰 매매가격과 차이를 두게 한 것이다. 집주인들이 일정 정도의 보증금은 확보하고, 세를 놓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취지였다.

A씨는 임대사업자이기 때문에 신규 세입자로부터 전세금을 5% 이내로 올린 2억910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 ‘공시가격 126%’ 기준 때문에 전세금을 시세대로 받기가 불가능했고, 세입자도 잘 구해지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가까스로 세입자와 가계약을 맺을 수 있었는데, 정부가 지난 6월 비아파트의 전세금반환보증 가입 기준을 완화한다고 발표한 덕분이었다.

기존에 반환보증 가입시 주택 가격 산정이 ‘공시가격의 126%’였던 기준을 유지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감정가도 인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빌라 시장 졸속 대책, 현장은 ‘엉망진창’

A씨는 지난 12일 ‘HUG 감정평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예비 감정평가 가격을 받을 때까지 HUG의 대처는 엉망이었다고 전했다.

A씨는 “예비 감정평가 금액 3억5400만원을 받아 이 금액으로 신규 임차인이 은행 수십 곳을 전전했지만, 어느 은행도 전세안심대출(전세대출반환 보증과 대출을 동시 다루는 대출 상품)을 내줄 때 ‘HUG 감정평가’가 인정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제도 시행 일주일이 넘도록 담당 기관에 전화를 돌렸지만 제대로 응대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또 A씨는 예비 감정평가액도 시세보다는 지나치게 떨어졌다고 했다. A씨는 “매매 실거래가 4억1000만원에 이뤄지는데, 감정평가액이 3억5000만원 밖에 안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임대인 B씨는 “지난 16일 HUG본사에 감정평가 신청을 하기 위해 찾아갔지만, 담당 직원이 9월쯤 해당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면서 되돌려보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정부가 빌라 시장에 대해 대책을 발표해 놓고 현장에 제대로 안내도 안 하느냐”며 “현장 상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졸속으로 정책을 도입한 결과로 임대인과 세입자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HUG 관계자는 “지난 6월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전세금안심대출보증 제도 변경 예정 사항을 HUG직원과 시중은행 등에 사전에 안내했고, 관련 규정 및 메뉴얼 배포를 통해 상세 안내를 진행했다”며 “시중은행에서 제도 변경 사항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경우를 고려해 지난 21일 상세 안내를 제공하는 등 적극 지원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차인이 신청한 전세금안심대출 여부는 임차인의 대출 신청 요건이 미비한 것으로 계약 파기 주 원인이 ‘HUG 인정 감정평가’ 업무 미숙지에 따른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보자 A씨는 시행 첫 날 오전에 HUG지사를 방문해 감정평가를 원활하게 신청했다”며 “HUG본사를 방문했다는 임대인B씨의 문의 사항은 임대사업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임대보증금보증 관련 내용으로 이는 9월 도입 예정이며 담당 직원 확인 결과 B씨가 HUG본사를 방문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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