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전세사기 특별법의 황당 해법 "LH가 경매 차익으로 피해자 무상임대"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4.08.21 13:51 수정 2024.08.21 16:34

/연합뉴스


[땅집고] 전국 곳곳 전세사기 피해가 벌어진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해 임대하기로 했다. 피해주택을 총 3만6000가구로 가정하면 예산으로 4조2000억원을 들여야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 정부 들어 부동산·주택 관련 문제가 터질 때 마다 매번 구원투수로 LH를 활용하면서 LH의 과부하, 부채악화, 업무추진의 비효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직 내부에선 현재 3기 신도시 개발 등으로 주택 공급에 집중해야 할 LH에 추가 업무가 쏟아지면서 예산 부담 및 인력 부족으로 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여야 합의를 거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르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전세사기특별법이 본격 발효할 전망이다.

■ 전세사기 피해자 정부 재원 없이 LH가 10년 무상 임대

이번에 국회 소위를 통과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의 핵심은 LH가 피해주택을 경매로 매입해 피해자가 10년간 무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거나, 경매차익을 지원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LH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경매로 낙찰받아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장기 제공하거나, 피해자가 경매 차익을 받고 퇴거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더불어 LH가 민간주택과 전세 계약을 맺어 피해자에게 전세임대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동안 지원 대상이 아니었던 불법 건축물, 신탁 사기 주택, 다가구주택 등 역시 LH가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전세사기 사건을 해결하는 법안에 여야 의견이 모아진 것은 괄목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매번 부동산·주택 관련 문제 해결 주체를 LH에게만 전가하다 보니, LH가 본연의 업무인 주택 공급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집값 상승세에 더 불이 붙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함께 제기된다.

■ LH 경매 시세차익으로 회수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공공임대 주택을 제공하는 재원은 LH가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에 참여해 발생하는 '경매차익'(감정가에서 낙찰가를 뺀 금액)으로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서 경매차익은 LH가 산정한 감정가격(시세)과 실제 경매에서 낙찰받은 가격의 차이를 말한다.

피해자로부터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은 LH가 경매에 참여할 경우 시세보다 싸게 낙찰받을 가능성이 큰데, 그 금액은 피해자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다. 예컨대 LH가 감정가 2억원인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경매에서 1억5000만원에 낙찰 받는다면 경매차익인 5000만원을 공공주택 임대료로 지원하는 식이다.

■ 또 4조…부채 공룡되는 LH

위원회 대안에는 경매차익이 10년간의 임대료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정부와 지자체가 재정을 추가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포함했다. 사실상 10년간 자금 회수가 불가능하고 경매와 임대주택 관리 등에 필요한 예산도 결국 LH가 선투입할 수 밖에 없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 규모는 1만9621명이지만, 특별법으로 피해자 대상이 확대됨에 따라 필요 재원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피해주택을 총 3만6000가구로 가정하면 예산으로 4조2000억원을 들여야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렇다보니 전세사기 해결을 떠맡은 LH가 재정 악화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LH의 중장기(2024~2028년) 재무관리계획안에 따르면, 오는 2028년쯤이면 LH의 부채 규모는 236조100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부채 비율 역시 218%에서 238%로 늘어날 전망이다.

[땅집고] 올해 LH의 공공주택 사업승인 및 착공 실적. /이지은 기자


더불어 현재 LH가 조직 본연의 업무인 주택 공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전세사기 특별법을 도맡을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달 땅집고가 LH 노동조합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LH는 올해 분양·임대를 합해 공공주택 6만8000여가구에 대한 사업승인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7월 기준 실제 사업승인을 마친 주택이 단 94가구로, 목표치의 0.13%에 그칠 정도로 업무 소화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발표한 8·8 대책으로 매입임대 무제한 공급, 미분양 아파트 22조원 규모 매입 등 대부분 정책이 모두 LH에게로 이관되면서 업무가 여럿 추가됐다.

■ 신도시 추진할 인력도 없는데 업무는 첩첩산중

장효수 LH노조위원장은 “현재 LH 내부에선 본연의 업무인 3기 신도시 개발 등을 통한 주택 공급 업무를 처리하기도 벅찰 정도로 인력 여유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올해만 해도 정부가 부동산·주택 관련한 정책은 죄다 LH에 넘기고 있다. 인력 확충 등을 통한 실행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데, 마치 ‘정책 발표회’처럼 줄줄이 나오는 정책들로 업무만 추가되니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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