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부가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침체한 빌라·오피스텔 등 비(非) 아파트 시장 정상화에 팔을 걷어부치겠다고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냉랭한 반응이다. 실제 정부 대책 발표 후 열흘이 지났지만 빌라 시장에는 온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민간 임대시장의 공급 젖줄 역할을 하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 없이는 이번 대책도 제한적인 효과에 그칠뿐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 정부, 빌라 수요·공급 대책 발표에도 “효과없을 것”
정부는 초토화된 빌라 시장을 살린다며 지난 8일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내년까지 빌라·오피스텔 등을 대상으로 신축매입임대주택 물량을 9만가구에서 11만가구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 서울은 비 아파트 공급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무제한으로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주택 공급의 절반을 차지하며 '주거 사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 온 빌라 선호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수요 진작책도 있다. 전용면적 60㎡(18평) 이하 신축 소형 주택을 매입할 경우 취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 세금 부과 시 한시적으로 주택 수에서 빼준다. 아파트 청약에서도 무주택자와 동일한 혜택을 준다.
그러나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들은 미온적인 반응이다. 이번 대책만으로 얼어붙은 빌라 시장을 녹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빌라와 오피스텔을 사서 임대하는 사업자, 즉 다주택자들이 매도, 매수, 신축, 분양 순환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여전히 민간 시장에 대한 불신과 망설임으로 절름발이 같은 정책만 이어가면서 골든타임을 다 놓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 역시 정부 대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빌라나 오피스텔이 예전에는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 중심으로 실거주 수요가 분명히 있었고 이에 따른 투자 수요도 있었는데,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한데다 전세사기 이슈가 겹치면서 초토화됐다”며 “비 아파트 시장 침체를 해결하려면 다주택자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빈사상태에 빠진 빌라 등 비 아파트 시장을 살리려면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세, 오피스텔 주택 수 배제 조치 등을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빌라 지수 8개월째 하락…“아파트 가격 상승 불 지폈다”
빌라 시장은 전세 사기 여파가 본격화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극심한 침체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의 빌라(연립·다세대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1월 98.7을 기록한 뒤 줄곧 하락해 올 6월에는 98까지 떨어졌다. 지난 7월에도 98을 유지해 기준선(100)보다 낮았다.
빌라 수요가 감소하면서 아파트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빌라에서 아파트로 눈을 돌린 수요자가 몰리면서 아파트 전월세금이 오르고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 매매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평균 0.32% 오르며 21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상승 폭은 전주(0.26%) 대비 0.06%포인트 확대됐다.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5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은 올 들어 거래량도 꾸준해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를 지지하고 있다”며 “선호 단지 중심의 매물 가격 상승, 추격 매수세 지속으로 상승 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부동산R114가 16일 발표한 ‘수도권 아파트 시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 25개구 중 은평구와 관악구가 0.05%씩 오르면서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주춤했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아파트값도 오르는 분위기다. 8월 둘째 주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는 각각 0.14%, 0.04%, 0.11%씩 올랐다.
노원구 상계동에서도 집값 상승기였던 2021년 실거래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린 사례가 나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0일 상계동 ‘한일유앤아이’ 114.88㎡는 10억4000만원(14층)에 팔렸다. 2021년 1월 거래된 8억9800만원(21층)보다 1억5000만원 가량 비싼 가격이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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