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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대책 '똘똘한 한 채' 수요 부추겨…서울 과열-지방 소멸 가속화"

뉴스 이승우 기자
입력 2024.08.18 07:30

[8.8대책, 그 이후 ②] 수도권에만 쏠린 42만 가구 공급…지방 소멸과 집값 양극화 가속

[땅집고]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아파트 단지./땅집고DB


[땅집고] “8·8 대책은 모든 공급이 수도권에 집중하는 지역 균형 발전을 완전히 포기한 정책이다. 수도권 과밀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주택 시장은 가수요까지 붙은 상황이다. 아무리 공급 대책을 내놓아도 수도권에서 수요보다 공급을 많이 하는 건 불가능하다.”

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따르면, 향후 6년 동안 서울과 수도권에 총 42만7000가구를 공급한다. 재건축과 재개발 등 재정비 사업 절차를 간소화해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고,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에 추가 공급,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택지 지정 등이다.

올해 들어 서울과 수도권에서 집값이 상승세를 타며 서울의 ‘똘똘한 한 채’에 수요가 촉발됐다. 이번 ‘8·8 대책’이 똘똘한 한 채 선호를 강화해 집값을 밀어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수도권에 신축 아파트가 많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만큼 좋은 주택을 찾는 수요 집중이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 ‘똘똘한 한 채’ 수요 촉발, 집값 양극화 심화

올해 들어 서울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55% 상승했으나, 지방은 0.98%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가 안전 자산이라는 인식이 전국적으로 퍼지며 지방의 주택을 처분하고 서울 아파트를 사는 원정 매수세가 강해졌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수 거래가 1396건으로 5월 1063건 대비 31.3% 증가했다. 2020년 12월 1831건 이후 가장 많다. 올해 들어 외지인이 서울 아파트를 매입건수는 1월 564건, 2월 621건, 3월 785건, 4월 1061건 등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매수 지역이 서울의 상급지, 준상급지 등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서울 내에서도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구별로 광진구가 120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동구 110건 ▲송파·성동구 각 101건 ▲영등포구 74건 ▲서초구 75건 ▲마포구 68건 순이었다.

서초구 반포동의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고가의 아파트일수록 집값 내릴 때는 조금 내리고, 오를 때는 많이 오른다는 인식이 있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지금의 가격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땅집고]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아파트 단지./땅집고DB


■ “가수요 붙은 수도권, 수요보다 많은 공급 불가능”

수도권에 집중된 주택 공급 대책으로 지방과 불균형을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에 살면서 서울에 집을 매수하는 원정 투자 등 가수요뿐 아니라 실거주 수요까지 수도권으로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땅집고와 통화에서 “모든 공급이 수도권에 집중하는 지역 균형 발전을 완전히 포기한 정책”이라며 “수도권 과밀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주택 시장은 가수요까지 붙은 상황이다. 아무리 공급 대책을 내놓아도 수도권에서 수요보다 공급을 많이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집값이 계속 오르는 가운데 공급 대책을 발표해 오히려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임 교수는 “상승기에 대책 발표로 집값을 더 올릴 것이란 데 동감한다”며 “이번 대책은 주택 공급을 늘린다는 핑계로 집값을 떠받치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땅집고] 전국 소멸위험지역 현황./한국고용정보원


■ ‘지방 소멸→수도권 집중→공급 부족’의 악순환

수도권 과밀화로 인해 현재 지방 소멸은 점점 빨라진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130곳(57%)에 달한다. 이 중 수도권 지역은 인천 동구, 강화군, 옹진군, 경기 연천군, 동두천시, 포천시, 가평군, 양평군, 여주시 등 9곳에 불과하다.

지방 광역시도 예외는 아니다. 광역시 전체 45개 구·군 중 21곳(46.7%)이 소멸위험 지역이다. 특히 부산 내 11개 구가 여기에 포함됐다.

우신구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는 “집값 문제는 공급 등 주택 대책으로 풀어야겠지만, 근원적으로 청년들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진단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지방이 소멸하고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면 주택은 아무리 공급해도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 교수는 “지방에 좋은 일자리가 없다. 지금 추세로는 지방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지금 국내 상황은 국토를 비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게 주거의 비효율로 이어져 손실이 상당히 크다”고 덧붙였다. /이승우 땅집고 기자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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