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여의도 시범 재건축, 18만평 중 90평 '노치원' 놓고 극한 갈등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4.08.13 07:30
[땅집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주민 70여 명은 지난 9일 서울시청 앞에서 '데이케어센터'(노인요양시설) 설치를 반대하는 취지로 집회에 나섰다. /독자 제공


[땅집고]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공공기여(기부채납) 시설 갈등이 첨예하다. 서울시가 기부채납(공공기여) 시설로 노인요양시설인 ‘데이케어센터’를 제시하자 이를 반대하는 일부 소유주들이 시위와 플랜카드 등 적극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반대파와 신탁사인 한국자산신탁(한자신)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한자신 측은 데이케어센터를 포함한 사업 진행을 예고하며 내분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땅집고] 일부 주민들은 여의도 시범아파트 외벽에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독자 제공


■소유주 일부 “데이케어센터 절대 반대”…한자신, 반대파 강퇴ㆍ형사고발 ‘초강수’ 대응

12일 재건축 업계에 따르면 시범아파트 소유주 일부는 조만간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재건축 설계안 내 데이케어센터 삭제를 요구하는 내용의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시범아파트 소유주 70여 명은 지난 9일 서울시청 앞에서 같은 내용으로 시위를 진행했다.

플랜카드에는 “신통기획은 망통기획, 고통기획” “데이케어는 서울시청과 오세훈 (서울시장) 댁부터” 등 문구가 적혀 있다. 이들은 단지에도 “오세훈표 신통기획 철회” 등 대형 현수막을 내어 화제를 일으켰었다. 반대파인 소유주 유 모 씨는 “땡볕 더위에도 60, 70대 소유주들이 모여 데이케어센터 반대 목소리를 냈다”며 “무책임한 불통 정비위원장과 한자신은 (데이케어센터 설치)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탁사와 데이케어센터 반대파 소유주 간 갈등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한자신은 반대파 소유주를 시범아파트 재건축 단체 카카오톡방과 공식 네이버까페인 ‘여의도시범주택재건축’에서 내쫓고 형사고발을 진행했다.

한자신 측은 지난달 30일 카페에 ‘단톡방 허위사실 유포와 비방 행위에 대한 법적대응의 건’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해당 인원들에 대해서는 카페 활동 정지와 강퇴를 진행하고 강경한 법적대응으로 허위사실 유포와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이 운영하는 소유자 단톡방에서 당사와 정사위원들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으로 사업진행을 방해하는 행위가 지속했다는 설명이다.

소유주 강 모 씨는 “충분히 걸 수 있는 내용의 컴플레인을 걸었다고 고객을 형사고발하는 신탁회사가 어디있느냐”며 “한자신의 회사 신용도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땅집고] 시범아파트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한자신)은 지난 6일부터 나흘간 단지 내 데이케어센터 설치에 관한 조합원 여론조사를 진행, 과반수인 57.6%가 '조건부 동의' 뜻을 밝혔다. /한자신


■한자신 “소유주 과반수 조건부 동의…서울시 조건에 맞춰 진행”

한자신 측은 소유주 과반수가 센터 설치를 부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사업 추진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한자신은 여론 수렴을 위해 지난 6일부터 나흘간 단지 내 데이케어센터 설치에 관한 조합원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조건부 수용에 대한 의견이 과반수가 넘는 57.6%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소유주는 전체 인원의 약 49.6%인 792명이다. 이들 중 57.6%에 달하는 456명은 ‘데이케어센터 위치조정ㆍ면적을 축소해 정비사업 신속 추진’ 항목을 선택했다. ‘데이케어센터 전체 삭제될 때까지 정비사업 전면 중단’을 선택한 반대파는 333명으로, 42% 수준이다. 기권은 3명(0.4%)다.

한자신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 주무부서와 협의를 거쳐 정비계획 변경 공람공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자신 관계자는 “시범아파트 재건축 연면적 18만 평 중 데이케어센터는 90평 수준으로, 실제로는 15명 정도가 이용하는 케어시설이 있는 노인정 같은 개념이라 혐오시설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소유자 반발이 심하니 서울시와 협의를 하는 6개월 사이에 여론이 악화했고, 의견 수렴을 위해 전자투표를 실시했는데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빠르게 신통기획 재건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데이케어센터 반영하라” 강경한 서울시, 여의도 시범 조치계획서 반려

한자신은 데이케어센터 설치는 서울시의 명확한 재건축 전제 조건이므로 재고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달 16일 한자신이 제출한 시범아파트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삭제한 조치계획서를 반려했다. 공문에는 “시범아파트 사업시행자와 토지 등 소유자는 공공기여시설 계획 수립의 기본 원칙을 참조해 지역에 필요한 시설을 정비계획 수립안에 적극 반영해달라”고 나와있다.

서울시는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시 신통기획 등을 통해 지역에 필요한 다양한 문화ㆍ체육ㆍ공공청사 등 주민 선호시설과 함께 공동주택, 데이케어센터 등 노인시설ㆍ장애인 등 사회적약자 편의시설, 지하 저류조 등 비교적 비선호시설도 지역 내에 골고루 반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오 시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도 데이케어센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비사업 추진지역에 오래 거주한 고령층은 노인 관련 시설을 필수시설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도 많으므로 지나친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시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설은) 장기적으로 단지 가치를 높이는 시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범아파트는 준공 54년 차를 맞는 여의도 최고령 아파트다. 지난해 10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정비계획 결정 및 정비구역 지정안’이 통과하며 신통기획 재건축을 추진한다. 용적률 최대 400%, 최고 65층 인센티브를 부여 받는다.

용적률 상향 반대 급부로 데이케어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으며 논란은 본격화했다. 일부 소유주들은 ‘처음 약속한 것은 노인문화시설이었는데, 서울시가 멋대로 비선호 시설인 ‘노인 유치원’으로 바꿨다며 크게 반발하며 갈등이 지속하고 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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